공정위, 구글·메타·알리 조사…플랫폼법 명분 쌓기?

2024-03-11 13:00:39 게재

대형 해외 플랫폼 기업 줄줄이 조사착수

구글 온라인 광고 지배력 남용의혹 조사

알리·테무, 소비자보호의무 위반 현장조사

한기정 “플랫폼 독과점 폐해 막는 법 추진”

공정거래위원회가 디지털 광고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구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공정위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META)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최근에는 국내 시장을 잠식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불공정행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묘하게도 모두 해외 대형플랫폼이란 게 공통점이다.

공정위 안팎에서 이같은 행보를 두고 지난달 업계와 미국의 반발에 밀려 무기한 연기했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추진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의도란 분석도 나온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플랫폼법 재추진의 명분을 살리려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글로벌 공룡들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EU서 제재대상 오른 구글 =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구글이 온라인·동영상 광고시장의 지배력을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신규 경쟁자의 진입을 막거나 자사 광고 플랫폼 이용을 강제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점 조사 대상이다.

현재 구글은 직접적인 온라인 광고 판매자이면서, 동시에 광고주와 게시자를 연계하는 중개자 역할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광고주와 게시자를 연계하는 광고 거래소(애드 익스체인지·AdX)와 광고 구매 도구인 ‘구글 애즈’를 통해 광고 판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사업 방식은 이미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제재를 받았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모두 광고 시장에서 구글이 독점력과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판단, 제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EU 집행위원회는 작년 6월 구글이 애드 익스체인지를 통해 경쟁사가 제시한 광고 입찰 가격을 알려주거나, 구글 애즈가 자사의 애드 익스체인지에만 입찰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 지원을 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미국 법무부 역시 지난해 1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정 질서를 해치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무부는 애드 익스체인지 등 구글의 광고 관리 플랫폼을 시장에서 퇴출시켜달라고 요구했으며, 구글이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공정위는 메타가 소셜미디어(SNS) 마켓인 ‘페북 마켓’, ‘인스타 마켓’에서 소비자들이 겪는 ‘먹튀’ 등에 손을 놓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를 중개하는 사업자는 판매자 신원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분쟁 해결 창구를 갖춰야 하는데 메타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위는 메타에 대해 이런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도 연이어 조사 = 공정위의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조사착수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정위는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우리나라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은 테무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검토 중이다.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알리와 테무가 입점업체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소비자의 불만·분쟁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알리 등의 혐의는 플랫폼의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 구글처럼 플랫폼 자체의 반칙 행위와는 내용이 다르다. 다만 공정위가 알리·테무 등을 겨냥한 배경에는 플랫폼법 입법에 따른 반사 이익이 중국에 돌아갈 것이란 미국 측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국의 새 플랫폼 규제가 마련되면 중국 기업들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플랫폼법 재추진 의지 드러내 = 이에 더해 공정위는 아마존·알리 등을 포함한 모든 해외 직구 플랫폼이 가짜·유해 상품을 스스로 걸러내도록 하는 ‘자율 협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상 플랫폼사는 소비자 분쟁을 접수·관리하는 책임은 있지만, 상품 자체에 대한 직접 책임은 없다. 그런데 자율 협약이 도입되면, 아마존 등 플랫폼은 문제 있는 제품을 스스로 거르는 절차를 강화하게 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디지털 광고시장 사업 실태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위는 국내 디지털 광고시장의 실태를 분석해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들여다본 후 조사 범위와 수위 등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정위는 최근 플랫폼법 입법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7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강연에서 “플랫폼 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증가했다”며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공정한 거래요건을 조성해 중소상인 및 소비자의 피해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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