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전략·시행’ 점검해 투자 결정

2024-03-14 13:00:20 게재

밸류업 프로그램 반영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기관투자자 역할 강조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을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

기관투자자들이 상장회사의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전략과 시행 등을 점검해 투자판단을 하도록 기존 원칙을 보강한 내용이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강제성이 없고 개별 기관투자자가 자율적으로 이행하는 것이어서 시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14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우리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상장기업 스스로의 변화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과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자가 제대로 평가해 투자결정 및 주주권 행사에 반영할 때 상장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의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하는 원칙으로 2017년 도입됐다. 가이드라인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세부 내용에 대한 기관투자자 등의 이해를 돕고 실제 이행에 유용한 지침과 사례들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 ESG기준원이 발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칙 중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하여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은 기업 밸류업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은 ‘기관투자자자는 지배구조, 경영전략 등 다양한 비재무 요소 중 회사의 중장기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대상회사를 검토함으로써 점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가 회사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현황 진단→계획 수립→이행 및 평가)하면서 시장 및 주주와 충실히 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날 한국ESG기준워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개정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위해 가입한 기관은 4대 연기금을 포함해 222곳이다.

이와함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를 주축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계량·비계량 항목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도 편입하는 신규 지수다. 지수에 편입될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3분기 중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기존 주요 지수와의 차별화 방법, 구성종목 선정에 활용하는 지표의 적절성, 연기금의 적극적 활용 유도 등 주요 이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수개발을 마무리하고 4분기에는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장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실제로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제지원방안도 정부에서 적극 검토중이며 준비되는대로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정부·기업·투자자의 종합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우리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센터장은 “일본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장기적 시계에서 꾸준히 노력해야할 과제이기 때문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 역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기업 밸류업 방안이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일본 사례를 보면, 과거 아베노믹스부터 최근 동경증권거래소의 밸류업 노력까지의 일련의 과정속에서 GPIF(일본공적연금) 등 일본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참여와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주가지수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심인숙 한국ESG기준원 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기관투자자들 중심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ESG기준원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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