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런 ‘학교·교사’와 협력 강화해야

2024-03-21 13:00:05 게재

출시 3년, 진학 실적·이용률은 향상

사교육 부담 줄인다며 사교육에 의존

서울시가 만든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이 출범 3년째를 맞았다. 이용자가 늘고 진학 실적이 향상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더 많은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사업의 도약을 이루려면 사업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런 2주년 성과보고회에서 오세훈 시장이 회원 멘토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21일 ’서울런 진로·진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등 11개 주요대학 및 의·약학계열 합격생이 50% 이상 증가했고 회원 중 수능에 합격한 학생이 지난해 보다 220명이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학습시간도 평균 6916분(약 115시간)으로 전년(4360분) 보다 59%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제공은 물론 멘토단 등을 통한 체계적 학습관리, 참여도 증가가 성과 향상을 뒷받침 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모든 콘텐츠 대형 사교육 기관이 제공 = 교육계에선 서울런 사업 취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 디지털로 전면 교체된 교육 환경,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온라인 학습 여건이 정착된 만큼 이를 활용해 학습 능력 증진을 돕는 시도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현직 교사는 “서울시가 중등(초중고) 교육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는 것 같다”며 “특히 교육청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맡아 추진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교육 현장에서 서울런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다른 현직 교사는 “서울런이 무언지는 알지만 선생님들이 권유하거나 현재 이용하고 있다는 학생들 이야기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시장과 교육감 정치성향이 달라 시교육청과 협조가 안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서울시 스스로도 학교와 교사를 통한 홍보 및 이용률 향상에 소극적이지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강북권 고등학교 재학생 중 사회통합 전형에 해당하는 어려운 형편의 학생은 평균 10% 이상”이라며 “서울런 주요 가입 대상인 이 학생들을 놔두고는 회원 확대와 사업목적 달성이 모두 힘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서울런이 개선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지나친 사교육 의존을 꼽는다. 실제 시가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런과 연계된 학습사이트는 초등과정(엘리하이·밀크T), 중등과정(엠베스트·온리원), 고등과정(메가스터디·대성마이맥) 모두 대형 사교육 업체가 맡고 있다. 시가 지난해 말부터 서울런 연계 사이트에 한국교육방송공사(EBS)를 연계한 것도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위권 위주 실적 홍보, 사업 취지에 맞나 = 교육계에서 나오는 또다른 지적은 서울런의 사업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교육 사다리를 놓아준다는 좋은 목표를 앞세웠지만 정작 홍보는 입시 실적, 그것도 상위권 대학 혹은 학과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 현장에 대한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 전문가이자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주석훈 미림여고 교사는 “정부 정책으로 수능이 강조되고 있지만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많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통합 전형도 단순히 경제적 취약층이 아닌 다자녀 다문화 지역인재 등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며 “정말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을 주려면 단순 교과목 학습 콘텐츠 제공이 아닌 학생 맞춤형 지도와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장업 영훈고 교사는 “대학 합격을 전면에 내세우고 의학 계열 합격생을 홍보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고 입시 현실상 가능한 일도 아니다”면서 “학교 현장에는 수십년간 입시를 지도하고 성공시킨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이들과 소통하고 머리를 맞대면 서울런이 정체성을 강화하고 더 많은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