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 잡겠다며 2천억원 쏟아부었지만…물가 또 3% 웃돌듯

2024-04-01 13:00:03 게재

먹거리 비상인데 유가·환율까지 들썩…“3%대 고물가 이어진다”

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 내일 발표…“물가 상승 압박요인 많아”

정부가 폭등한 과일값을 잡겠다며 2000억원대 예산을 투입했지만 3월 물가도 3%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격 급등이 주요 배경이다. 신선과일 지수는 1년 전보다 41.2% 오르며 3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선채소도 12.3% 상승하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물가에 영향이 큰 국제유가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도 다시 오르면서 생산자물가도 인상압박을 받고 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2일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다. 지난해 8~12월 3%대를 기록하던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둔화됐다가 한 달 만인 2월 3.1%로 재반등한 상황이다.

할인 대파 고르는 시민들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이 대파를 고르고 있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정부, 총력전 폈지만 = 정부는 3월 한달간 물가 안정 대책을 연일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관련 대책을 챙기면서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투입, 수입과일 관세 인하 품목 추가, 납품단가 지원 적용기한 연장 등이 속속 시행되고 있다.

경제부처 장차관들도 연일 현장 챙기기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구 군위군 사과 농가를 찾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방문해 현장 애로를 청취한다.

하지만 3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 관측이다. 정부의 재정 투입 효과는 시차를 두고 물가 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가 잡기에 충분할 만큼 지원금이 풀렸는지, 지원금이 물가하락에 실효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정부는 이날까지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농축산물 할인 등 2043억원을 물가안정을 위해 투입했다. 구체적으로 △농산물 납품단가지원 959억원 △농산물 할인지원 500억원 △한우·한돈 할인지원 304억원 △전통시장 할인상품권 180억원 등의 예산이 투입됐다. 여기에 대체효과를 기대하며 상당수 수입과일의 관세를 없애 조세지원을 한 것까지 포함하면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농산물 소비자가격은 지원 여부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과일, 채소류의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납품단가, 할인지원이 적용되지 않은 도매가는 높고, 호우 등 기후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사과 도매가는 10㎏에 9만2040원, 배는 15㎏에 11만3200원이다. 여전히 전월(8만9680원, 9만3380원)보다 2.6%, 21.2% 높은 수준이다. 배추와 무도 전월보다 41.4%, 9.6%, 전년 대비로는 78.1%, 18.6% 각각 상승했다.

◆국민체감과 거리 먼 물가지표 =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는 전년 동월 대비 3.1%를 기록해 1월(2.8%)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8%)까지 3%대 후반의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11월(3.3%), 12월(3.2%), 올해 1월(2.8%)까지 낮아졌다. 지난달 3.1%로 반등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체감 물가는 다르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올해 들어 장바구니물가가 더 높아졌다며 아우성이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중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전월세 제외)은 전년 동월 대비 3.7%를 기록해 1월(3.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물가 중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144개 품목으로 구성됐다. 식품, 외식, 의복, 공공요금, 진료비, 약품 등이 포함된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4.5%를 기록한 후 △11월 3.9% △12월 3.7% △올해 1월 3.4% △2월 3.7%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7월(전체 지수 2.4%, 생활물가지수 2.0%) 이후 7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생활물가지수 중에서도 지난달 ‘식품’ 물가 상승률은 5.4%로 전월(4.9%)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국민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매우 높은 셈이다.

◆물가, 상승요인 더 많아 = 정부는 4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2%대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을 압박하는 변수가 더 많아 실현여부는 미지수다.

향후 물가 수준에 대한 전망을 담은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오름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전월 대비 0.2%p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한 건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아직 물가 하락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물가 관리에서 핵심 변수는 유가와 환율이지만, 이 상황도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는 지난해 말 대비 16% 이상 올랐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28일 배럴당 8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오를수록 수입물가 부담이 커져 전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 등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연장하면서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달러당 1340원대 후반에서 1350원대 초반을 오가는 원·달러 환율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 역시 수입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3%대 초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현재 8개 증권사(NH투자·교보·메리츠·DB금융투자·상상인·신영·하나·하이투자) 리서치센터는 3월 물가상승률로 평균 3.2%를 전망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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