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네타냐후 ‘위험한 도박’

2024-04-02 13:00:00 게재

이스라엘, 시리아 이란영사관 폭격 … 알자지라법으로 언론 입막음까지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대사관 별관 건물을 공습한 현장에서 응급·보안 요원들이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시리아 국영 언론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 영사관 별관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UPI=연합뉴스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내부까지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위험한 도박을 이어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미사일로 폭격한 것은 의도적 도발로 읽힌다.

시리아 알 이크바리야 방송과 SANA 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주재하는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가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낮 12시 17분께 다마스쿠스 남서쪽에 있는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이란 IRNA 통신과 알 알람 TV는 영사관이 완전히 파괴돼 다수가 사망했다고 전했고, 호세인 아크바리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가 사용하는 관저도 일부 피해를 봤지만 대사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 통신과 레바논의 알 마야딘 방송은 이날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80세 추정)가 숨졌다고 보도했고,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5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는 등 정확한 인명피해는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 공격에 대한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며 “모든 국제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사회의 대응도 촉구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은 영사관 폭격에 대응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침략자에 대한 대응과 처벌의 방식은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아크바리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도 이스라엘이 미사일 총 6기를 영사관을 겨냥해 발사했으며 5~7명이 숨졌으나 아직 사망자 규모는 확실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아크바리 대사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이 정권은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공습 현장을 찾아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이스라엘은 이란과 시리아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공습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살펴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삼은 가자전쟁은 인종학살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다. 유일한 우군이던 미국마저 최근에는 거리를 둘 정도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초기부터 하마스 뿐만 아니라 헤즈볼라, 후티 등 친이란 성향의 무장정파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전선 확대를 시도했다.

팔레스타인 뿐만 아니라 이란 시리아 예멘 등을 끌어들여 자유진영과 테러세력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일부 반격이 있긴 했지만 친이란 성향의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되레 이스라엘군의 잔혹성만 부각되면서 외면당했다. 유엔총회, 유엔안보리 등에서 휴전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공감대가 커졌다.

이스라엘 내부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6개월이 다 돼 가지만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지도 인질을 완전히 구해내지도 못했다. 지난 주말 예루살렘에만 10만명의 군중이 운집해 네타냐후 내각 총사퇴와 조기 총선을 주장한 것은 이런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안팎에서 어려움에 처한 네타냐후 내각이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 공격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네타냐후 정부는 언론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 등에서 자국에 불리한 보도를 해온 아랍권 방송매체 알자지라의 취재·보도를 막기 위한 법을 제정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1일 의원 총회를 열고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알자지라법’(Al Jazeera law)을 가결 처리했다.

새 법을 통해 이스라엘 총리, 통신부 장관 그리고 관계 당국은 국가 안보에 실질적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외국 방송사의 방송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 지국 폐쇄와 관련 인터넷 서버 및 웹사이트 접속 차단도 명령할 수 있다.

네타냐휴 총리는 법 통과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테러범 채널 알자지라는 이제 이스라엘에서 방송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알자지라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새로운 법에 따라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것(알자지라 지국 폐쇄를 위한 입법)이 사실이라면, 이런 움직임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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