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불모지 전남, 국내 화합물반도체 ‘선도’

2024-04-03 13:00:03 게재

국내에서 처음 산업생태계 조성

우수 인력 1천명 양성기관 운영

반도체 불모지 전남도가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화합물반도체 산업생태계 조성’에 나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설계 및 조립, 패키징 업체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인력 양성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생태계가 완성될 경우 화합물 반도체 분야를 선도할 전망이다.

전남도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전남도가 국내에서 초기 단계인 화합물반도체 산업생태계 조성에 나서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전남도 제공

3일 학계 등에 따르면 전남도는 우주 항공 국방 통신분야 화합물반도체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화합물반도체는 실리콘처럼 단일 원소가 아닌 두 종류 이상 원소 화합물로 만드는 반도체다.

초기 반도체 물질로 사용된 원소는 게르마늄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실리콘으로 대체됐다. 우수한 특성을 가진 실리콘 역시 고온 고전압 고주파 환경에서 한계가 있어 화합물반도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주목받는 화합물반도체는 규소(Si)와 탄소(C)를 섞은 SiC 반도체, 갈륨(Ga)과 질소(N)를 섞은 GaN 반도체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세계시장 규모가 지난 2022년 1120억 달러에서 2028년 150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국내시장은 아직 개척 단계다.

지난해 반도체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한 전남도는 우주 항공 산업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 육성 중인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해 개척 단계인 화합물반도체에 눈을 돌렸다. 마침 목포대 반도체공학과를 중심으로 화합물반도체 육성 필요성이 제안됐다.

전희석 목포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전남은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산업용지와 용수, 신재생에너지 등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항공 철도 항구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 전남도와 목포대는 지난해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화합물반도체센터를 국내에서 처음 개소했다.

예산은 전남도가 30억원, 무안군이 6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목포대에 개소한 센터는 설계부터 후공정을 한꺼번에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기업 및 대학과 연계해 시제품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기업 등과 연계해 석·박사 등 전문 인력 1000여 명을 양성하게 된다. 센터가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13개 기업이 참여해 가능했다.

우선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키사이트 테크놀로지가 화합물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3년간 무상 지원한다. 이 회사는 화합물반도체센터를 동아시아 교육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화합물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 ㈜에이프로는 장학생 선발과 채용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7개 업체와 134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맺었다. 7개 기업은 화합물반도체를 설계하는 업체를 비롯해 조립과 패키징 업체로 구성됐다. 여기에 위탁제조(파운드리) 업체가 결합하면 초기 생태계가 완성된다. 화합물반도체 설계회사 웨이브피아 김상수 이사는 “위탁제조 회사가 있어야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접촉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고 말했다.

위탁 제조회사 유치가 어려우면 국내외 회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는 관련 기업들이 합류하자 산업생태계 빠른 조성을 위해 고주파 고전력 측정 장비를 비롯해 설계 전용 서버, 실험장비 및 반도체 시제품 제작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도 올해부터 5년간 화합물반도체 고도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138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소영호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정부 지원이 확정되고 위탁제조업체까지 결합하면 산업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얼개가 국내에서 처음 갖춰진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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