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사회적연결

문화 활동 기반으로 사회적 고립감 해소합니다

2024-04-04 13:00:01 게재

문체부, 2024년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 통해 9개 지역 지원 … "문화예술과 심리학 접목해 외로운 사람 발굴"

누구나 외로움과 우울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이 온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느낌을 받을 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이 있다면 사회 구성원으로 보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연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자리 주거 등 경제적 문제를 넘어 각 사회 구성원들이 안고 있는 삶의 고민을 사회적으로 함께 나누고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반으로 각 사회 구성원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연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을 기반으로 문화를 통한 사회적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춘천문화재단 ‘안녕포럼’.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4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작은 활동에서 성취감을 얻으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으며 집단활동을 통해 작은 것들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서 "문화 활동은 이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는 문화 활동을 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성공 사례가 많이 있으며 문체부도 그런 입장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고립 현상 심화 =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회적 고립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2023 국민 삶의 질 보고서’(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의 비율은 2023년 21.1%로 2022년 20.9%에 비해 증가했다. 독거노인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00년 16.0%에서 2005년 17.3%, 2010년 18.5%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 후 정체되다가 2015년 이후 소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2023년 춘천문화재단 ‘안녕을 찾는 찻집’ 프로그램.

1인 가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에 이른다. 2017년 28.6%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인 ‘사회적 고립도’도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3.0%에 이른다. 2021년 34.1%에 비하면 소폭 하락했으나 2013년 32.9%, 2015년 30.0%, 2017년 28.1%, 2019년 27.7%에 비해서는 상승한 수치다.

성별에 따라 보면 남성은 35.2%, 여성은 31.0%로 나타났다. 연령에 따라 보면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고립감은 심화하고 있다. 19~29세는 24.5%, 30~39세는 27.5%, 40~49세는 30.1%, 50~59세는 35.0%, 60세 이상은 40.7%로 나타났다.

또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는 사람의 비율은 각각 26.0%, 20.0%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2~3명이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를 할 상대를 찾기 어렵다고 답한 셈이다.

◆영국, 문화 중심으로 외로움 해소 지원 = 사회적 고립과 관련해 해외에서는 문화를 중심으로 정책 지원을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사회적 고립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국가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문체부에 해당하는 문화미디어스포츠부를 외로움을 담당하는 주관부처로 지명했다. 또한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이 외로움부 장관(한국의 차관급)을 겸직하도록 임명했다. 영국 정부가 문화미디어스포츠부를 주관부처로 지명한 것은 외로움을 사람 간의 소통, 지역사회와 개인의 촘촘한 연결 및 관계망 회복 등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2023년 부산 영도문화도시센터 ‘안녕 마음초대’ 프로그램.

영국은 2017년 ‘외로움 퇴치에 관한 행동 촉구 보고서’에 이어 2018년 세계 최초로 ‘연결사회: 외로움 대처 전략’을 발표했다. 외로움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우리가 원하는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주관적 감정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결핍감, 동료애의 상실감’으로 정의됐다. 이어 9개 부처 협업을 통해 3대 목표가 제시됐다. 3대 목표는 △외로움에 대한 낙인 완화 및 사회적 인식 제고 △국가정책 전반에 외로움 및 사회적 고립감 해소 고려 △외로움에 대한 근거기반 개선 및 사례 발굴이다.

영국 정부의 경우 외로움은 심각한 건강 악화 및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 아래,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관계 연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1년까지는 ‘외로움을 말하자’(Let’s talk Loneliness)를 진행했으며 2022년부터 ‘더 건강해지기: 모든 마음이 소중한’(Better Health: Every Mind Matter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500여개 이상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들은 정규 프로그램을 1분 동안 중단하고 윌리엄 왕자 부부가 ‘외로움을 느끼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도록 작은 친절의 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한 150여개의 공공 민간 자선단체들이 참여하는 ‘외로운 대응 연결망’을 결성해 민관 협력 토대를 만들었다.

이 외에도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이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체부, 사회적 연결성 척도 개발 = 우리나라에서도 문화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문체부는 2022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3년 지역문화진흥원과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개발 운영’ 사업을 진행했다. 2024년에는 ‘문화로 사회연대’로 사업명을 바꿔 진행한다. 2023년 12억8500만원이었던 예산은 2024년 19억원으로 확대됐으며 대상 지역도 5개에서 9개로 늘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외로움을 국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문제로 인식하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외로움에 대해 전문적이고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화예술 활동과 체험을 활용해 사회적 심리적 차원의 예방과 완화를 지원하고 회복력 강화를 위한 사람 간 소통과 연결을 지원하며 관계망 회복을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 해당 사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사업에서는 2022년 ‘사회적 연결성 척도’(척도)를 개발했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등 20개 문항에 대해 응답을 하면 △소원감 △고립감 △위축된 사교성 △자기가치감 등 하위 유형에 따른 유형이 분류된다. 이어 2023년에는 서울 금천구, 서울 동작구, 충남 아산시, 강원 춘천시, 부산 영도구 등 5개 지역에 연결사회 지역거점센터를 운영했다. 센터는 각 지역 내 다양한 단체 및 시민들과 연결망을 구축하고 참여자들을 발굴한다. 참여자들은 척도 조사 결과에 따른 유형에 따라 맞춤형으로 문화를 통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과 심리학을 접목해 외로운 사람들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 병리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예방을 지원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면서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친친모임’, 직업을 구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사진 지역문화진흥원 제공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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