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데 왜 고쳐' 광주·전남 청사 새단장 논란

2024-04-04 13:00:01 게재

지자체 “이용 효율성 높여” 공직사회 “예산낭비” 지적

광주시와 전남도가 거액을 들여 청사 안팎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공직사회 내부에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전남도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사업비 37억5000만원을 들여 청사 안팎을 대수선하고 있다. 우선 어수선하고 칙칙했던 청사 1층 도정홍보관을 옮기고, 이 자리에 민원을 처리하는 도민행복소통실을 설치한다. 도민행복소통실 자리에는 북 카페를 만들어 공간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전남도 설명이다. 또 청사 입구 쪽에 있는 전시관을 편의점 등이 있는 만남의 광장으로 옮기고, 기존 전시관에 도정홍보물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햇볕이 제대로 안 들어오는 건물 북쪽에 도민행복소통실이 설치돼 접근성이 떨어지고, 2005년 청사 이전 이후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 단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도의회와 공직사회 내부는 예산낭비를 지적한다.

전남도는 지난해 도의회와 언론 등에서 예산낭비를 지적하자 청사 새 단장을 한때 보류했다. 특히 공직사회 내부에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햇볕이 잘 드는 도정홍보관 쪽에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북 카페를 만드는 게 맞는데 정반대로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도정홍보관이 있는 곳은 넓은 유리창과 바로 앞 인공 연못, 널찍한 잔디광장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북 카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전남도 간부공무원은 “도민행복소통실 설치장소가 잘못됐다”면서 “예산낭비 사례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물 빠짐 등이 제대로 안 되는 청사 밖 잔디광장 토양을 바꾸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생육개선사업을 실시했지만 잔디 식재가 제대로 안 된 것으로 지적됐다.

청사 개청 20년을 맞은 광주시도 9억원을 들여 ‘열린 청사 조성공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일 공무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이 머무르고 싶은 열린 청사 조성 방안’을 공유했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22년부터 현안토론과 전문가 자문회의, 선진지 견학,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열린 청사 조성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같은 논의를 거쳐 시청 앞 도로 쪽 인도와 청사를 경계 짓는 1m 안팎 높이의 석제 플랜트를 철거했다. 또 건물 밖 빛고을공원에 있는 보도블록과 표지석 등을 뜯어내고 잔디를 심어 청사 이용을 높일 계획이다. 산만하게 배치됐던 1층 홍보관과 전시관, 카페 등을 재배치해 공간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무인카페를 새로 열고, 캐스퍼 홍보관을 눈에 잘 띄는 위치로 이전한다. 이와 함께 시민 고객맞이방을 독립공간으로 꾸미고, 시민들이 이용가능한 회의실 등을 오는 6월까지 재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직사회 내부에서 비판이 적지 않았다. 광주시청 내부 게시판(열린 마음)에는 “현재 필요한 사업인지 모르겠다”는 지적과 함께 “세수가 부족할 때는 필수 불가결한 사업을 제외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불문가지”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특히 광주시가 4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연가 보상 일수를 12일에서 5일로 줄여 연가보상비 1억5000만원을 절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볼멘소리가 더해졌다. 광주시는 올해 지방채 28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며, 지난해 자체 예산이 부족해 국비와 동일 비율로 배정하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용 675억원 반납할 정도로 긴축 재정을 하고 있다.

정원석 광주시 자치행정국장은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면서 “예산을 최소화하면서 청사를 새롭게 단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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