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④ | 서울 종로구

막판까지 ‘접전지’ 분류된 ‘정치 1번지’

2024-04-04 13:00:16 게재

후보만 7명, 전국서 최다

곽상언-최재형 ‘양자구도’

서울 종로는 4.10 총선 막판까지 여야 모두 “우리가 확실히 앞선다”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판세가 안갯속인 것. 민주당 곽상언 후보와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 개혁신당 금태섭 후보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7명이 맞붙은 ‘정치 1번지’ 종로의 선택은 누구일까.

종로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서도 판세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후보들이 상대를 압도하는 ‘인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 평이었다. 유권자들은 후보보다 ‘정권심판’ ‘이조심판’ 등 총선 프레임에 무게를 두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일 오후 종로구 통인시장 입구에서 만난 70대 전 모(여)씨는 “여기(종로)가 대통령만 몇 명 나온 곳인데, 이번에 출마한 사람 중에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안 보이더라”며 “주변에서 그냥 당보고 찍는다고들 하더라”고 전했다. 종로 출신인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무게감 있는 후보가 안 보인다는 아쉬움으로 읽혔다. 옆에 있던 70대 김 모(여)씨는 “요즘 다들 장사도 안되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대통령(윤석열)이 잘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라며 야당 지지 의사를 드러내자, 60대라고 자신을 밝힌 여성은 “에이, 민주당이 일을 못하게 하니 대통령이 일을 할 수가 있나. 민주당이 잘못하는거지”라고 반박했다.

종로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7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사진은 종로구 대학로에 걸린 후보 포스터. 사진 엄경용 기자

이날 젊은층이 많이 오가는 대학로에서는 종로 유권자를 만나기 어려웠다. 행인 대부분은 다른 지역구 유권자였다. 직장 때문에 대학로 근방에 산다는 30대 남성은 “(종로) 후보가 누구죠”라고 되물으며 “솔직히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남성은 금태섭 후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대학로 인근서 공인중개소를 하는 50대 김 모씨는 “먹고살기 힘드니까 아무래도 좀 잘 살 수 있게 해줄 당을 찍지 않겠냐”며 “기자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 더 능력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도 판세는 불투명하다. KBS-한국리서치 조사(3월 26~28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곽상언 44%, 최재형 38%, 금태섭 4%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 선두경쟁이다.

앞선 선거에서도 종로는 뚜렷한 편향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16대 정인봉(한나라당)→17대 박 진(한나라당)→18대 박 진(한나라당)→19대 정세균(민주당)→20대 정세균(민주당)→21대 이낙연(민주당)으로 양분했다. 2022년 보궐선거에서는 최재형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선거결과를 봐도 4.10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 후보는 ‘노무현의 추억’을 간직한 40·50대의 지지가 기대된다. 곽 후보는 “노무현을 넘어, 노무현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다”며 △주얼리, 봉제 특화산업 활성화 △강북횡단선 경전철(청량리~목동) 조기 착공 추진 △송현동 숲·문화공원 조기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역의원이자 감사원장 출신인 최 후보는 ‘중단 없는 종로 발전’을 내걸었다. 문재인정부 시절 감사원장으로 ‘원전 감사’를 밀어붙였다가 정권과 충돌했던 그는 “재선이 돼서 종로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최 후보는 △서울 내부순환 급행전용 철도망 구축 △‘뉴:빌리지’ 사업 도입(노후 단독주택·빌라촌 재정비 지원) △초등학생 학습지원비 지급 추진을 내걸었다.

개혁신당으로 출마한 금 후보는 “조 국 장관 임명 당시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권력과 팬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념과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한다. △학원 준공영제 실시 △3·3·4 엄마아빠 육아 휴직 보장제 △보충기초연금 20만원 추가 지급을 공약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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