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87조 적자, GDP 4% 육박…코로나19 때보다 악화
국가결산, 법정시한 넘겨 공개 … 총선 악재 피하기 ‘꼼수’ 지적
지난해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으로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나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2021년 당시보다 나라살림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건전재정 원칙을 강조하며 과거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건전재정’을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 됐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결산보다 30조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안 발표 당시 예산안(58조2000억원)보다는 약 29조원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였다. 지난해 예산안(2.6%)보다 1.3%p 높다.
◆역대급 세수감소 영향 =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늘었던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서 전년 결산 때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작년 예산안과 비교하면 오히려 크게 악화한 셈이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 따른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것으로 당해 연도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총수입(573조9000억원)에서 총지출(610조7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보다 27조8000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13조1000억원)보다는 약 23조원 많았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1.6%로 작년 예산안(0.6%)보다 1.0%p 확대됐다. 총수입·지출은 총세입·세출에 기금 수입·지출을 반영한 것으로 전년보다 각각 43조9000억원, 71조7000억원 줄었다.
◆재정준칙 수준 못지켜 = 지난해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악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공언한 재정준칙은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명중 기획재정부 재정성과심의관은 “민생회복·경제활력 지원을 위해서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라며 “세수 감소만큼 지출도 같이 줄이면 관리재정수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물가와 내수부진 등 현안에 더해 저출산·고령화 등 정부 지원이 시급한 과제까지 산적한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올해 재정수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감세 정책과 각종 지원 정책도 재정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9%, 내년부터는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꼼수 발표 지적도 =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전년 결산보다 77조원(13.4%) 줄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 영향이 컸다. 이중 국세 수입은 51조9000억원 줄어든 344조1000억원이었다. 세외수입은 152조9000억원으로 공자기금예수금이 줄면서 전년보다 25조1000억원 줄었다.
지출도 세수 감소 여파로 크게 줄었다. 작년 총세출은 490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9조3000억원(12.4%) 감소했다. 예산 대비 실제 세출 액을 뜻하는 집행률은 90.8%에 그쳤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 해 이월액’(3조9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올해 국가결산은 이례적으로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4월 10일’을 넘겨 발표되면서 정부가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4월 10일까지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 4월 첫째 주 화요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결산 안건을 의결해왔다. 10일이 휴일인 경우에도 그 전 국무회의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총선일(10일) 하루 뒤에서야 결산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를 두고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예상보다 악화한 결산보고서가 공개되면 윤 대통령과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총선 뒤로 발표를 미뤘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