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로 여성 일자리나누기, 중소기업에 더 효과

2024-04-17 13:00:45 게재

한국여성정책연, 6.8% 증가

유연근무 청구권 입법화 필요

유연근무제를 시행한 사업체에서 시행하지 않은 곳보다 여성 취업자가 4.7%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유연근무제로 여성 취업자가 6.8%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여성고용률 확대를 위해 근로자 유연근무 청구권을 입법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원장 김종숙)은 18일 서울 불광동 여정연에서‘유연한 근무를 뉴노멀로- 성 격차 해소와 저출생 해결의 열쇠’를 주제로 개원 41주년 기념 세미나를 연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연근무제와 여성고용률의 관계 등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발표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2021년 유연근무제도 시행 기업은 22.2%에서 30.5%로 증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 시행 기업은 28.87%에서 32.0%로 늘었다.

정성미 여정연 연구위원은 “사업체의 유연근무제 시행 여부가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이중차분 고정효과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유연근무제 미시행 기업에 비해 시행 기업의 여성 취업자가 4.7% 늘어났지만 남성 고용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나 육아휴직 제도 시행 기업과 미시행 업체에 대해 동일한 분석을 적용했을 때 남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노동자들이 보다 많이 노동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구미영 여정연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자녀 양육 근로자의 근로시간 조정 요청에 대한 사용자의 배려 의무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판결(2019두59349)이 나와 법·제도 개선에 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며 “24시간 연중무휴로 고속로도로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장의 여건상 휴일근무 면제자를 두기에 어려움이 클 수 있지만 경영상 필요와 근로시간 조정 필요를 비례적으로 심사하라고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판결은 두 자녀를 키우는 여성이 새벽 근무와 공휴일 근무 등을 자녀 양육 문제로 거부하자 평가 점수를 낮게 주는 등 사용자가 본채용을 하지 않은 일은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용자가 육아기 근로자에게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업주의 배려 의무를 최초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구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근로자의 유연근무 청구권 입법화 △근로시간 조정 관련 절차 및 근로자·사용자 권리 의무 명시 △근로시간 조정 조치 대상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금지 조항 신설 등이 추진돼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등이 추진하는 일·생활 균형 지원 사업에 가족 돌봄 근로자의 근로시간 조정에 대한 기업의 대응 노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점검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고용권리법 개정을 통해 2006년부터 근로자가 근로시간이나 장소 등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유연근로신청권을 인정했다. 또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2014년부터 모든 근로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유연근로 신청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 절차에 관한 규정도 정비했다.

김종숙 여정연 원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심각한 성 격차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동시에 겪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이 어떻게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 이득이 되고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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