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팔 2국가 해법' 의지가 없다

2024-04-19 13:00:01 게재

안보리서 거듭 방해

반대표 로비 정황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2국가 해법에 대한 미국의 지지표명이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수십년간 2국가 해법이 해결책이라고 밝히면서도 중요한 대목에서는 이스라엘 편을 드는 방식을 통해 이를 방해했다.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2국가 해법의 첫 단추가 될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두고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다. 15개 이사국중 12개국이 찬성, 2개국이 기권을 던져 가결 가능성이 컸지만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일관해 온 미국이 비토를 놨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표결 후 발언에서 “미국은 유엔에서 시기상조의 행동에 나설 경우 그것이 설령 좋은 의도를 가진 것일지라도 팔레스타인 사람을 위한 독립 국가 수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오랫동안 명확히 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독립 국가로서 준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단행할 것을 촉구해 왔다”며 “팔레스타인이 중요한 가입 조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은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직접 협상하는 게 최선이라는 논리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2011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회원 가입신청을 했을 당시에도 미국은 각종 이유를 대며 정회원 가입을 방해해 무산시켰다. 특히 정회원 가입 신청 직전에 이뤄졌던 유엔산하 유네스코에 대한 팔레스타인 가입안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방위로 반대로비를 펼쳤지만 결국 통과되자 미국은 유네스코 가입탈퇴를 언급하는 것은 물론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은 국제기구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팔레스타인이 정식 국가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이스라엘 만큼이나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유엔 안보리 투표과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전쟁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 등 각종 만행들이 드러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고립되는 형국이었지만 미국은 끝까지 이스라엘 편을 자처했다. 겉으로는 평화협상을 언급하면서 뒤로는 무기를 지원했고, 이번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도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미국만 단독으로 반대하는 것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한 비밀 로비정황까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17일 비영리 언론매체인 더 인터셉트(The Intercept)가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안을 저지시키기 위해 다른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 전문에는 이번 달 순회의장국인 몰타를 비롯해 다양한 안보리 이사국들에 대한 압력이 기술돼 있다. 특히 에콰도르의 경우에는 몰타와 프랑스를 비롯해 다른 국가들에게도 미국을 대신해 유엔 가입안 저지를 설득하도록 요청받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이런 내용에 대해 미 국무부와 에콰도르 대사관은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인터셉트는 전했다. 인터셉트는 “미 국무부의 기밀 외교전문 사본에서 드러난 로비활동은 2국가 해결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