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건축물에서 음악 듣고, 그림 그리고…

2024-04-23 13:00:02 게재

인천개항장 옛 건축물

시민 문화공간 탈바꿈

인천의 오래된 건축물이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아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개항기 무렵 지어진 원도심 건축물들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제물포구락부와 옛 시장관사로 쓰던 인천시민애(愛)집·긴담모퉁이집 등 개항기 건축물 3곳을 공연·강연·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건축물에서 진행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은 1년 동안 11만6000여명에 달한다.

인천시는 2018년부터 보존 가치가 큰 근대건축물을 발굴·보존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를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한때 시장 관사로 사용하던 인천시민애집과 긴담모퉁이집에서도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1880년대 개항기 모습을 간직한 단층주택 시민애집에서는 랜디스 다원의 차담회, 대청마루 쉼터의 스탬프투어, 앞뜰과 제물포정원을 활용한 놀이 운동회 등이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재즈 아카펠라 공연과 힐링콘서트, 제물포정원 역사 정원사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옛 인천시장 관사였던 시민애집 내부에 다양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사진 인천시 제공

1938년 지어진 긴담모퉁이집은 사랑방 역할로 시민과의 거리를 좁혔다. 힐링요가와 명상에 참여하기 위한 지역 어르신을 비롯해 신흥동 일대의 풍경과 건물을 스케치하기 위해 모여든 전국의 미술애호가, 영화 관람을 위해 모이는 시민들로 긴담모퉁이집은 연일 부산하다. 이렇듯 긴담모퉁이집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자 인천시는 마을 전체를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며 공간의 의미를 확대시켰다. 인근의 가게와 가정집이 공간을 내어준 덕에 시민들은 골목갤러리를 넘어 이웃갤러리에서도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인천시장 관사였던 개항기 건축물 긴담모퉁이집에서 매주 수요일 마을합창단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0월 15일 인천시민의날에 참여해 대뷔공연을 한다. 사진 인천시 제공

긴담모퉁이 마을합창단은 공간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40명으로 구성된 긴담모퉁이 마을합창단은 오는 10월 15일 인천시민의날 데뷔 공연을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두시간씩 화음을 맞추고 있다.

제물포구락부에서는 지난해부터 11개의 상설·특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과거와 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시간여행 체험이 이뤄지는 제물포 인문로드 도보투어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인문학 강좌, 고전적인 공간과 어울리는 하우스 클래식 콘서트, 청춘 콘서트와 회화전시 등이 연일 펼쳐진다.

인천시는 1930년대 건축물인 소금창고와 문화주택을 추가로 복원하고 옛 건물을 잇는 역사산책길도 조성 중이다. 인천시는 이를 통해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인 개항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원도심 지역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정은 인천시 문화유산과장은 “공간이 지워지면 기억도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면서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 시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 활용되고 그 가치가 자연스레 미래세대로 전승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