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이끌어 근무지 옆 학원 추진···“도덕적·법적 부당 행위” 비판

2024-05-03 16:13:47 게재

전국보습교육협의회 송파 학원 현안 성명

강사측 “말 안 들어보고 발표, 유감” 입장

“소속학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강사가 학원과의 계약 등 신뢰를 저버리고 개원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부당한 행위이므로 즉각 중지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한국학원총연합회 전국보습교육협의회가 서울 송파구 학원가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 일부다.

내용은 한 대형학원의 강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학원 인근에 다른 학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가르치던 학생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근무하던 학원의 내분을 유도하고,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한 행동도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기존 학원측 주장이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학원가 ‘원생 빼가기’의 한 실태를 살펴본다.

◆강사의 ‘의도된 원생 빼가기’ = 3일 서울 송파학원연합회와 학원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에서 19년째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H학원의 고등부 강사 A씨와 B씨는 올해 초부터 H학원 인근 50m 거리에 학원을 개원할 계획을 세우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두 강사는 학원 퇴사 시기를 5월 초, 1학기 중간고사 직후로 정했다. 중간고사 대비 특강생을 가장 많이 배정받을 수 있는 데다 시험 직후 퇴사하면 기존 학원이 자신들 퇴사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이를 준비했는지 A강사의 태도는 지난 1월부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H학원측에 따르면 동료 강사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고 지난 4월 초에는 타 강사를 신고해 경찰이 학원에 출동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밖에 A씨는 학생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 퇴사한다는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강사들과 갈등이 퇴사의 또 다른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4월 중순에는 H학원 대표를 협박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A씨는 고용노동청·교육청에도 각종 민원을 제기했는데 H학원측은 이 모두가 학생과 학원 내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H학원 관계자는 “두 강사가 계약서상 약속도 지키지 않고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행위를 하고 있다”며 “학원 내에서 최고 대우와 지원을 해주었는데 이런 행동에 허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학원계 공동 대응키로 = A씨를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H학원측은 학생들 피해가 없도록 조치에 나섰다. 강사를 충원해 재배치하는 한편 강사들 동요가 없도록 관련 사실을 전달했다. 송파학원연합회와 송파보습교육협의회, 전국학원연합회에도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연합회 등은 이에 공동 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상황에 대한 본격 대응은 내신을 준비하는 학생 피해가 없도록 중간고사 이후에 집중하기로 했다.

H학원은 “학원과 강사를 선택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자신들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 권익을 침해하는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교육자로서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김재현 송파학원연합회회장은 “개인 강사가 이탈한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투자자를 섭외해 개원하려는 의도는 문제”라며 “자신이 근무했던 공간에 대한 합리적이지 않고 무분별한 민원 제기로 인해 기존 학원에 해를 입히는 상황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원연합회는 이런 상황을 학원에게 상세히 밝히는 동시에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사 도덕성도 지적 = 임재현 송파보습교육협의회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원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 학생들을 동요하게 하는 강사의 도덕성을 생각해 봐야한다”며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져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정확하게 판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A씨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7년을 근무했는데 학벌을 공개하지 않다가 퇴사한다니 공개한 사람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며 “그들은 2000명(원생)을 가진 학원이고 저는 퇴사해 어떤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퇴사에 대해 말을 했고 학원측도 수락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협회 성명에 대해서는 “협회가 학원만이 아니라 강사도 챙겨야 하는 곳인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성명을 발표해 이해할 수 없다”며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어보고 발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전국보습교육협의회는 “강사가 학원을 차려 독립하거나 다른 학원으로 이동하는 것은 직업 선택과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었기에 문제가 될 것 없다”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에 근무하던 학원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심각한 피해를 주는 상식을 벗어나는 행위가 있다면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H학원측은 A씨 등을 상대로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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