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대, 지역내 취업 조건 '지역인재선발' 확산

2023-12-01 11:19:22 게재

지방 인력 부족, 의학·교육계열 중심 확대

82개 국립대학 중 48개 대학에서 제도 시행

일본 국립대 절반 이상이 해당 지역에서 취업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역인재선발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내 젊은 인재의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유출을 막고, 지역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의사와 교사의 부족을 겪는 가운데, 의학 및 교육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국립대 60%가 의학과 교육계열을 중심으로 지역인재선발을 하고 있다"며 "졸업후 지역 내에서 공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전했다.

이 신문 조사에 따르면, 일본내 86개 국립대학 가운데 대학원만 있고 학부가 없는 곳을 뺀 82개 대학 가운데 48개 대학이 '지역인재선발' 제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토하고 있거나 앞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대학도 2곳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의학계열 학부가 있는 42개 대학 가운데 37곳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계열 학부가 있는 45개 대학중 18곳이 제도를 두고 있다. 이밖에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디지털과 농어업 관련 계열의 학부에도 지역인재선발 제도를 두고 있는 대학이 상당수다.

예컨대 △고치대학 농림해양과학부 및 농림자원과학부 △미에대학 생물자원학부 △가나자와대학 관광디자이학부 △이와테대학 농학부 등이다. 일본 광역지자체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곳 중 하나인 시마네국립대학의 경우 의학부와 법학부 등 7개 학부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낙후한 지역일수록 활성화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일본식 '지역인재선발'제도의 큰 틀은 지역출신 고등학생 가운데 일정한 기준을 통과 한 학생을 폭넓게 수용한다는 취지이다. 한국보다 대학별 선발 권한이 큰 일본의 경우 학교별로 세부적인 방식은 다르지만, 일반 전형에 비해 입학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예컨대 홋카이도 아사히가와의과대학은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에 일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대학별 학력시험이 없고 논문이나 면접으로 시험을 대체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입학한 경우 졸업후 반드시 일정 기간 지역내에서 취업해야 한다. 아사히가와의과대학 2학년인 야마구치 다이토씨는 졸업후 아사히카와시 인근의 병원에서 일해야 한다. 야마구치씨는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도시의 대형 병원보다 의사가 적은 지방에서 젊은 시절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인재선발을 통해 입학한 의학부 학생은 사립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7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입학한 의과대학 학생의 18% 수준이다.

일본에서 교원은 갈수록 힘든 직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시간 근무가 일상화되고, 어린학생과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이어서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전국적으로 교육계열 학부에 대한 지원자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양상이어서 지역인재선발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내 취업을 전제로 입학한 학생의 상당수가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후생노동성이 2019~2020년 조사한 결과, 지역인재선발로 입학해 지역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9700여명 가운데 450명(약 4.6%) 가량이 정해진 기간을 채우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타지역으로 나가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의 의료설비 등으로 병원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는 점과 결혼과 출산 등에 따른 문제가 주된 것으로 파악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지역에서 활약하고 싶은 고등학생 입장에서 입학 과정에 미리 직업이나 거주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미래의 희망과 미스매칭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나 가정에서 좀 더 많은 상담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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