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직제 축소' 추진 논란

2023-12-21 10:55:40 게재

도서관법 따른 국가대표도서관

국장급 3명에서 2명으로 줄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소속 기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의 직제를 축소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문체부는 국립중앙도서관 직제를 축소하고 소속 기관인 해외문화홍보원을 문체부 본부로 통합한 후 해외홍보 관련 직제를 확대할 방침을 세웠으며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중 해당 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른 국가대표도서관으로 국내 단행본 및 온라인자료 등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모든 저작물을 납본을 통해 망라적으로 수집 제공 보존하며 국가 서지 정보를 작성하고 표준화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관장(1급) 아래 기획연수부 지식정보관리부 지식정보운영부 등 3개의 국 단위 조직을 둔다.
국립중앙도서관 열린마당 'K-문학의 재발견' 관동별곡.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문체부가 검토한 안은 지식정보운영부를 폐지하고 지식정보운영부의 3개 과를 분산해 각각 기획연수부와 지식정보관리부로 통합하는 안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지식정보운영부의 디지털정보기획과와 정보기술기반과는 기획연수부로, 지식정보서비스과는 지식정보관리부로 통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립중앙도서관은 3개의 국 단위 조직에서 2개의 국 단위 조직으로 축소된다.

국립중앙도서관 지식정보운영부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도서관을 운영하며 디지털서비스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및 국가문헌 디지털화, 도서관 데이터 활용 서비스, 차세대 도서관서비스 연구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은 실감서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도서관서비스를 개발·운영해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아왔다.

해외문화홍보원은 해외문화홍보원장(1급) 아래 해외문화홍보기획관(국장급)을 두고 4개과와 1개팀을 두고 있다. 문체부는 해외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문화홍보원을 문체부 본부로 통합하고 국장급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체부 본부의 직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속 기관의 직제를 축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해 8월 관장이 퇴임한 이후 1년 4개월이 넘게 관장이 공석인 상황으로 기획연수부장이 관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국가도서관의 디지털 기술을 강화하고 도서관이 서비스하는 매체를 다양화하는 가운데 지식정보운영부가 폐지되면 국립중앙도서관이 관련 역할을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3차례에 걸친 공모에도 임명이 되지 못한 채 국립중앙도서관장의 공석이 길어지고 국가도서관위원회 제7기 위원장 및 위원들의 임기가 2022년 4월 종료한 후 제8기 위원은 구성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국립중앙도서관의 직제 축소까지 이어지자 도서관계 및 학계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일동은 네이버카페 '도메리 리부트'에 18일 올린 '참담하고 화가 난다'는 글에서 "문헌정보학계, 도서관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되는 분들이 3차에 걸쳐 지원을 했지만 '적격자'가 없다니?"라면서 "게다가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도록 법에 규정된 국가도서관위원회는 2년째 구성조차 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문체부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부 하나를 축소해서 부처로 가져가려 한다는 말까지 들린다"면서 "이 모든 것이 결코 상식적이고 정상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협의 중인 단계로 법률 개정 사안"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실무진의 협의를 마쳤다"면서 "보고 단계"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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