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사용료 부과에 지자체 허리 휠라

2024-01-22 11:02:31 게재

무상사용 합의해 놓고 변상금 요구

시도교육청도 학교부지 사용료 갈등

지자체 소송·재산세부과로 맞서기도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국가소유 부지에 조성한 공원이나 학교의 부지 사용료 때문에 허리가 휠 처지다.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는 부지에 대해 정부가 사용료를 부과하면서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소송으로 맞서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을 해법이 절실해 보인다.

22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은 경의선숲길 부지 사용료를 두고 2021년 2월부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달 최종변론을 앞두고 양측은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시와 공단은 경의선숲길사업을 위해 2010년 12월 무상 임대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협약을 맺은 다음해인 2011년 4월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국유지를 1년 이상 무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단은 공원 조성 후 1년이 지난 2017년 7월부터 변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부과한 변상금이 421억원에 이른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다. 무상임대를 약속받은 부지 사용료로 연간 77억원을 납부하라는 요구를 받은 셈이다. 결국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소송 중이다.

대구 수성못도 유사한 사례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2018년 9월 수성못 주변에 산책로와 도로를 만들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을 조성했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가 2013년 이후 사용료로 약 21억원을 요구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졌고, 1·2심에서 모두 지자체가 패했다. 결국 소송 이후 사용료 9억원을 포함해 모두 30억원을 변상해야만 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매년 3억원의 사용료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수성구는 변상금 대신 농어촌공사에 재산세 5년치 8억7000만원과 종합부동산세 2022년도분 21억원 등 29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그동안 공익성을 이유로 국유재산에 감면해주던 지방세를 부과해 변상금을 상충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사용료 갈등은 지자체와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시도교육청 사이에도 유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가 국유지 무단점유를 이유로 시도교육청에 부과한 변상금은 2023년에만 252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9년 100억원에 비해 무려 2.5배 늘어난 액수다. 현재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는 국유지는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해 209개의 시설로 면적은 15만9193㎡다. 지역별로 보면 2023년 기준 서울시교육청이 181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인천시교육청이 61억5000만원으로 뒤를 잇는다. 시도교육청은 재정 부족 등의 사유로 최근 5년간 변상금액을 34억원(3.6%)만 납부했다. 나머지 916억원은 현재까지도 미납한 상태다.

지자체들은 국유재산이 지방세법상 공익 차원에서 취득세와 재산세를 비과세하는 만큼 이에 대한 세수보전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22년 기준으로 국가 등에 대한 토지분 재산세 비과세는 약 1141만건, 과세표준액은 약 994조원이다. 지자체가 국가에 상당한 규모로 비과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마정화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기재부가 국유재산 활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자체가 장기간 행정 목적으로 사용한 국유지까지 매입을 전제로 세입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유재산 정책이 지속된다면 지방세 정책도 국유재산에 대한 과세로 전환하거나 지방세 세수보전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 연구위원은 또 "장기간 공용·공공용 재산으로 활용되어온 행정재산에 대해서는 국유재산법상 무상사용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소종전을 벌이다 극적으로 합의한 제주시와 제주항공청 사례는 갈등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제주항공청은 공항 소음피해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1991년 용담레포츠공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감사를 통해 무상사용 문제를 지적하자 지난해 5년치 사용료와 가산금 7억7900만원을 제주시에 부과했다.

하지만 양측은 최근 부지 무상사용을 위한 해법을 찾아내고 진행 중이던 소송을 중단했다. 제주시는 레포츠공원 내 축구장과 다목적운동장 주차장 등에 대한 부지사용료로 매년 5000만원을 제주항공청에 납부하고, 대신 제주항공청은 공원 전체 관리를 5000만원에 제주시에 위탁하기로 했다. 결국 양측이 서로 5000만원씩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무상사용이 성사된 셈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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