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사회적연결

"문화 활동하며 대화나눠…느슨한 연대 가능해져"

2024-04-18 13:00:02 게재

서울 금천구 '수상한 협동조합' 연결사회 지역거점센터 활동 … 50여개 협력기관 연결·'문화안전망' 조례 제정도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문화 활동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문체부는 2023년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개발 운영’ 사업을 통해 5개 지역에 연결사회 지역거점센터를 운영했다. 서울 금천구 ‘수상한 협동조합’은 지역거점센터 중 1곳으로 이주 청년과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11일 서울 금천구 커뮤니티 공간 ‘수상한 창고’를 방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추진한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개발 운영’ 사업에서 연결사회 지역거점센터로 역할을 한 ‘수상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수상한 협동조합은 문화예술 활동을 바탕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거주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수상한 창고에서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개발 운영 사업은 문화 활동을 기반으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수상한 협동조합을 포함해 전국에 연결사회 지역거점센터 5곳을 운영했다.

김명환 수상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금천구에 직장을 구하면서 이사하게 됐는데 지역에 친구가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같은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공간 수상한 창고를 운영해왔고 연결사회 지역거점센터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통한 사회적 연결과 관련한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열린 '금천형 연결사회 공론장: 우리는 관계를 만듭니다'. 사진 지역문화진흥원 제공

◆문화 활동 기반으로 관계망 만들기 = 수상한 창고에서는 매주 음악인들이 공연하는 ‘수상한 스테이지’가 열린다. 독서모임 기타모임 연극모임 영화감상모임 등 다양한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이주 청년들이 이곳에서 교류하며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수상한 협동조합은 2022년 금천구 사회적경제센터를 통해 지역 청년들의 외로움과 관련한 사업을 수행했다. 176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 중 상당수는 ‘상당히 외로운 상태’로 나타났으며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친구 또는 지인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었다.

2023년 열린'금천형 연결사회' 관련 전시 사진 지역문화진흥원 제공

이를 기반으로 수상한 협동조합은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개발 운영 사업의 공모에 선정돼 연결사회 지역거점센터로 역할을 하며 ‘금천형 연결사회’를 만들어나갔다. 이들은 사업 참여자들을 발굴해 ‘사회적 연결성 척도’를 통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각 유형별로 적절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금천형 연결사회의 주된 사업 대상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이주 청년들과 양육 스트레스를 받는 양육자들이었다. 금천구의 경우 독산역과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에 중소기업이 많고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저렴해 이주 청년들의 비율이 높다. 또 다른 주된 대상인 양육자 관련, 조영진 프로젝트 매니저는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며 혼자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양육자라는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사무실이 밀집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홍보영상을 활용해 QR코드를 통해 사회적 연결성 척도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유형별 문화 프로그램 플랫폼 ‘도토리학교’ 웹사이트를 만들어 이곳에서 자신이 참여할 문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지원했다. 아울러 연결사회 현장활동가인 ‘커뮤니티 런처’ 10명이 금천구 내 각 동을 전담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발굴해 문화 프로그램 참여까지 이어지도록 역할을 했다.

커뮤니티 런처로 활동한 조연주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잠시 멈춰 있다가 다시 관계망이 활성화되는 상황이어서 좀 더 촘촘하게 관계망을 만들고자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면서 “문화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하면서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금천송 만들기' 프로그램도 = 수상한 협동조합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 50여개의 협력 네트워크를 꾸렸다. 이들은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등 30여개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문화 프로그램뿐 아니라 ‘나의 외로움이 술을 부를 때’ 등 집단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11일 서울 금천구 수상한 창고에서 '금천형 연결사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조영진 프로젝트 매니저, 조연주 커뮤니티 런처, 문화 활동 참여자 김영주씨, 김명환 수상한 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수상한 협동조합 제공

임 준씨는 “책을 읽지 않는 독서모임인 ‘불독들’을 운영했는데 독서모임인데 책을 읽지 않는 모임이라 그런지 반응이 뜨거웠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대화할 수 있었다”면서 “어느 요일 어떤 시간에는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고 지역에서 어느 정도 내가 관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느슨한 연대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김영주씨는 “외로움과 관련해 정신과 약을 복용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권유를 받아 ‘꽃으로 말걸기’ 등 3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서 “외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외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참여자들은 ‘금천송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제로 작사 작곡을 하고 연주를 해 조만간 앨범을 낸다. ‘금천을 날아’라는 노래에는 ‘외롭지 않게 떠나지 않게 날 잡아줘 함께 해줘 금천이어라’ 등의 가사가 포함됐다. 김 이사장은 “‘금천송 만들기’의 한 참여자는 참여를 권유해준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마워했고 기타모임 등에도 참여를 하고 있다”면서 “사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접점이 생겨 다른 활동에도 계속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관계를 만듭니다’ 공론장 열어 = 2023년 말에는 다양한 기관, 단체 등이 함께하는 ‘금천형 연결사회 공론장: 우리는 관계를 만듭니다’를 열었다. 외로움과 고립을 어떻게 사회적 자원을 기반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이같은 활동들에 금천구와 구의회도 관심을 보였고 ‘문화안전망’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처방을 내리자는 취지다. 조 매니저는 “조합이 구청장을 독대하는 기회를 가졌고 6개 구청 부서와 간담회를 하며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다”면서 “외로움 없는 건강도시 금천을 만드는 것에 대해 제안을 했고 올해 보건소에서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등 지역의 행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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