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
2024
다행히도 한국이 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기가 한차례 지나갔다. 미국에도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져나오지만, 무엇보다 그 관심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임이 틀림없다. 그의 새로운 행정부가 어떻게 꾸려질지, 정책들이 어떻게 추진될지 등 트럼프가 언급되지 않는 뉴스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와 함께 연말에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집단이 있다. 바로 미국 내 해외 유학생들이다. 지난달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해외 유학생들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다. 그리고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고국에 잠시 방문하려고 했던 유학생들은 귀국을 미뤄야 했다.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애머스트의 국제 사무처는 유학생들에게 고국을 잠시 다녀오더라도 1월 20일 이전 즉,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새 행정부가 취임 첫날부터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과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017년 여행 금지 조치’에 근거한
12.20
그날 새벽 필자는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야만 했다. 2년 3개월 전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호텔방에서의 일이다. 전날 밤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근처에서 흑맥주를 마신 사내가 눈뜨자마자 불현듯 시계를 찾는다. 스마트폰의 전원버튼을 누르지만 기기는 반응하지 않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노트북을 켜 간신히 시간을 확인하고 간밤을 톺는다. 기억의 조각을 맞춘다고 죽은 액정이 깨어나지는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은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들른 이유는 잉글랜드 노스햄프턴으로 가기 위해서다. 대학교 친구 영국인 ‘매튜’의 결혼식에 가는 도중에 순례길 친구 아일랜드인 ‘브라이언’을 만났다. 브라이언과 마신 흑맥주는 분명 달콤했지만 그 대가는 꽤 씁쓸했다. 런던행 비행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호텔 방에서 노트북부터 충전하며 더블린에서 런던으로 가는 전자항공권을 PDF 파일로 다운받았다. 더블린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표도 구매해 QR코드를 저장했다. 호텔에서
12.1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다음달 20일 취임 예정인 가운데 세계 각국이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특히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내세워왔던 영국은 그의 오른팔이 된 일론 머스크와 관계가 껄끄러워 곤혹스럽다. 영국의 노동당정부는 머스크와 관계를 개선하려 하면서 트럼프와는 당선 이전부터 접촉을 해왔기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와의 악연 트럼프 지지에 발벗고 나섰던 세계 최고 갑부 머스크는 X(트위트)에서 2억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최강 인플루언서다. 그런 그가 영국과 관련해 허위 트윗을 계속 날렸다. 8월 22일 X에서 그는 “영국정부가 어린이 성폭행범도 조기 석방한다”고 썼다. 7월 4일 정권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정부는 교도소 수용률이 99%가 넘자 5500명의 수감자를 조기에 풀어줬다. 단 성폭력범과 살인자 테러범 등 흉악범은 제외됐다. 단순한 사실 확인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머스크는 한달 뒤에도 동일한 거짓을 또 올렸다. 9
12.18
트럼프 2기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리적으로 근접한 중남미 지역에서는 먼로주의의 부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로주의는 1823년 미국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아메리카에 대한 유럽 열강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선언한 외교원칙으로 미국을 아메리카의 패권국으로 만들었다. 지난 2세기 동안 미국은 먼로주의의 기조 하에 자국의 경제·정치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남미 전역에 개입했다. 2013년 존 케리 국무장관은 미주기구 연설에서 먼로주의의 종식을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에 대한 일방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먼로주의 종식은 상징적인 수사에 그쳤다. 더욱이 최근 이민과 마약 문제가 미국의 대통령선거 판도를 결정하고, 중국의 중남미 진출이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위협적인 문제로 부상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정부의 중남미 개입은 증가할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중남미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되며, 관리해
12.17
현지시각 12월 4일 오전 6시 45분쯤 뉴욕시 한복판에서 총격 살인이 벌어졌다. 피격을 당한 사람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이다. 그는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니애폴리스에서 뉴욕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행사장인 힐튼호텔을 향해 걸어가는 톰슨을 범인이 뒤에서 총을 쏘아 쓰러뜨리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되어 전파를 탔다. 뉴욕경찰은 범인이 톰슨을 노리고 치밀하게 계획해 실행한 범죄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톰슨의 죽음에 애도는커녕 조롱만 이 살인사건에 대한 많은 미국인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다른 살인사건 피해자에게 통상적으로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르다. 5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어린 두 아이들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톰슨에 대한 애도는커녕 그의 죽음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상에서 만연하다. 예를 들면 톰슨의 부고를 알리는 회사의 페이스북 포스트에 ‘웃음’ 이모티콘이 8만400
12.16
올해 일본 경제계에서 큰 현안인 세븐일레븐과 일본제철 등 기업 인수합병(M&A) 논란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M&A 대상(세븐일레븐)과 M&A 주체(일본제철)라는 점은 다르지만, 유통과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여서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일본은 내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영 후계자가 없어 사라지는 중소기업도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에서는 첨단산업 중심의 스타트업 활성화로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2025년 경제 3대 트렌드’로 △인수합병 △대도산시대 △스타트업 활성화를 예측했다. 내년 M&A 5000건 넘어설 전망 일본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은 올해 11월 말 기준 일본 국내에만 2만1600여개를 비롯해 글로벌 체인을 통해 매출 5조3500억엔(약 50조원)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다. 일본 국민의 실생활에 깊이 뿌리
12.13
아일랜드는 스스로를 ‘슬픈 나라’라고 부른다. 1922년 독립할 때까지 750여년이나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지금도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한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약소국이자 최빈국이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감자를 주식으로 삼았다. 1800년대 중반 아일랜드 전역에 감자 역병이 번졌다. 여러 해 동안 감자 흉작이 이어지면서 대기근이 발생했다. 100만여명이 굶어 죽었고, 200만여명이 미국과 남미 등 신대륙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850여만명이던 인구가 600만여명으로 줄었다. 훗날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은 당시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인들의 후손이다. 1인당 GDP 10만달러 넘어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일랜드는 빚에 허덕이던 나라였다. 2011년 금융위기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2.12
우리나라에서 12.3 내란사태가 일어나기 열흘 전 우리와 가장 인접한 동남아국가 필리핀에서는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충격적인 보도가 터져 나왔다. 현직 부통령 사라 두테르테가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와 친척인 하원의장을 암살하기 위해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했다는 보도였다. 아무리 폭력과 총기가 난무하는 필리핀이라고 할지라도 현직 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내란 상태의 나라가 아니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두테르테는 자신의 비서실장이 의회를 모욕한 혐의로 하원의 한 위원회에 의해 체포·구금된 것에 격분한 나머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엄청난 폭탄발언을 던진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만약 내가 죽는다면 BBM(마르코스 대통령), 영부인 리사 아라네타, 마르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대통령 외사촌 동생)을 죽여버리라고 말했죠. 농담이 아니에요, 나는 그들을 죽일 때까지 멈추지 말라고 말했고 그는 그러겠다고 대답했어요.” 발
12.11
지난주 어이없는 내란사태로 한국 외교는 설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2025년은 전세계적으로 외교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트럼프 외교로 머지않아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사활을 건 외교가 대통령 취임 전부터 물밑에서 진행될 것이다. 미중간에는 관세인상의 후속협상에 이어 전략협상이 쉽게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도 커졌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마저 밀어붙이면 한국도 미국의 전방위적이고 다층적 협상 테이블에 초대받게 된다. 그래서 2025년은 국가들의 운명을 가르는 외교교섭이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마침 필자는 지난달 베이징과 워싱턴을 방문해 몇몇 지인들과 다가올 국제정치의 지각변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기에 소개한다. 미국은 변화 중, 중국은 현상유지 치중 대선 직전 들렀던 중국에서는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베이징대학의 한 교수는 바이든정부의 동맹강화 정책
12.09
“한미동맹이 근간부터 흔들렸다.” 육사출신 어느 현역 장성의 장탄식이었다. “우리가 신군부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또 다른 육사출신 예비역 장성도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울분을 쏟아냈다. 윤석열정권의 반국민적 반역사적 친위쿠데타는 시민의 힘에 끝났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 범위가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전국민이 한편의 리얼리티 전쟁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날의 장면은 강렬했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는 다른 글에서 많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중언하지 않겠다. 통보없는 ‘참수부대’ 이동에 미국 격앙 그러나 한미동맹에 안보의 명운을 걸고 있는 대한민국의 관점에서도 이번 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충격을 가져올 전망이다. 707부대는 우리나라 특수부대 중 적의 우두머리를 극비리에 제거하는 훈련을 받은 속칭 최정예 ‘참수부대’다. 이 부대가 움직인다
12.06
지난 11월 초 토론토 다운타운 서쪽에 있는 한 녹음스튜디오에서 100발에 가까운 총성이 울렸다. 경찰에 따르면 도난 차량을 타고 나타난 3명이 건물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사건 브리핑에서 경찰은 두 폭력조직의 알력이 총격전으로 번졌다고 밝혔다. 갱단끼리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차량도 피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밤중에 100여발의 총성이 콩 볶듯 울리자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사건 직후 출동한 경찰관들은 그 지역 일대를 수색했고 달아나던 용의자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의 총기를 발견했다. 건물 옥상과 인근 쓰레기통, 스튜디오 안 곳곳에서 공격용 소총 2정과 권총 등 모두 16정의 총기를 찾아냈다. 또한 경찰은 녹음스튜디오 안에 있던 몇몇 용의자들과 도주하려던 폭력조직 단원 등 2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토론토경찰청 부국장은 “이 사건은 갱단끼리 서로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이며 지역사회와 일반 시민들에게 위협이 됐다고 느끼지는
12.05
2016년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민이 8년 만에 다시 그를 선택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의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럼프는 2016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반이민과 제조업 재건, 그리고 세계경찰 노릇을 그만하겠다는 3가지 핵심공약을 내걸었다. 모두 일자리와 관련돼 있다. 민주당은 낙태권 논쟁에서 우세를 보였으나 먹고사는 문제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의 이중잣대를 노출하는 데 그쳤다. 바이든을 교체한 해리스는 이민통제와 셰일가스 정책 등에서 트럼프를 따라 입장을 선회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투표를 1개월 앞둔 10월 초 여론조사에서 28%의 미국민만이 “나라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2020년에 바이든을 지지한 유권자 가운데 약 400만~500만명이 이번에는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이 뼈아프게 느끼는 부분이다. 정치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풀뿌리에서 일어나는
12.04
아마존을 비롯한 매그니피센트7(M7) 빅테크들이 자체 인공지능(AI)칩 개발을 통해 탈 엔비디아를 모색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그룹 등이 투자한 캐나다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에 7억달러(약 9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텐스토렌트는 ‘반도체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회사로, 기업가치는 26억달러(약 3조65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개방형·저전력 반도체 설계자산(IP)인 리스크-파이브(RISC-V) 중앙처리장치(CPU)와 AI 알고리즘 구동에 특화된 IP인 텐식스(Tensix)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세계적인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텐스토렌트는 켈러가 2016년 설립한 반도체 설계 전문
12.03
미국 캘리포니아 개빈 뉴섬 주지사는 12월 특별입법 회의에서 캘리포니아의 법과 정책을 훼손하려는 트럼프 2.0에 대한 방어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법을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뉴섬 주지사는 성명서에서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소중히 여기는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법정에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번영하는 데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캘리포니아가 예외주의를 선언하고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수자원 프로젝트, 공기정화 권한, 해상풍력에 대한 연방 지원은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에 달려 있다. 델타 수자원 둘러싼 입장차 트럼프 재선은 새크라멘토-샌 호아킨 강 델타와 그 안에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물고기들을 지켜보고 있는 환경단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남쪽으로 공급되는 물의 양을 늘릴
12.02
미국과 프랑스의 중재로 중동 현지시각으로 11월 27일 오전 4시부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60일 휴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다음날부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계속 퍼부었고, 이에 이스라엘은 올 9월부터 헤즈볼라 지도부 살해와 레바논 공습으로 맞불을 놓았다. 휴전협정은 궁극적으로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월 11일 채택한 결의안 1701조의 내용처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남부에 근거지를 둔 헤즈볼라는 리타니(Litani) 강 이북으로 각각 철수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 지역인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주둔을 끝낸다. 이러한 작업은 레바논 정규군이 남부로 들어가면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는 방식으로 60일 동안 이뤄진다. 레바논 남부에는 그동안 방관자였던 레바논 정규군이 주둔·통제하며,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평화유지군이 휴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한다. 이스라엘, 레바논
11.28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반정부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로 청년세대들이 주도하는 시위는 ‘아랍의 봄’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권으로 번진 민주화시위를 지칭한다. 그해 12월 17일 경제난에 놓인 튀니지에서 생계를 위해 과일 노점상을 하던 26살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이를 계기로 빈곤과 식량난으로 응축된 아랍권 국민들의 분노가 장기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정부에 항의하며 터져나왔고, 휴대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며 대규모 시위로 확산되었다. 청년층 주도와 소셜미디어 활용을 공유하는 아프리카의 반정부 시위도 이와 비슷하다. 청년층 주도, SNS 활용 ‘아랍의 봄’ 비슷 지난 6월 케냐에서 시작된 증세법안 반대 시위가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반정부시위로 확대되면서 유혈사태가 있었다. 시위 주최측은 엑스(X, 옛 트위터)에 ‘목요일에 만나요’라는 뜻의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섞은
11.26
지난 7월 초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는 자신이 ‘프로젝트 2025’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민주당의 공격에 맞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프로젝트 2025’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그는 9월 10일 전국에 중계된 대선 토론회를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의 측근들도 선거 기간 내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캠프의 한 핵심인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프로젝트 2025’를 ‘골칫거리’라고 부르면서 자신들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지난 몇 주 동안 연달아 나오고 있는 트럼프 2기 정부 참여 인사들을 보면 트럼프가 국민들에게 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회귀 추진하는 ‘프로젝트 2025’ 보수의 집권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는 헤리티지재단이 주도해 만들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기독교 민족주의’ 이념에 기반한 미
11.25
인간은 어떻게 만물의 영장이 되었을까. 널리 알려진 대로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등 인간은 도구와 언어와 불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최종 승자는 호모 사피엔스였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자신들보다 더 튼튼하고 사냥도 잘하고 추위에도 잘 견뎠다는 네안데르탈인까지 이겼을까? 이스라엘 문화・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집단적 상상력에 주목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야기와 신화와 허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부족의 역사를 기록하고, 종교를 만들고, 화폐를 유통하고, 연락망을 짜는 등 네트워크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부족단위를 넘어서는 네트워크를 통해 거대한 협업을 할 수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들을 누르면서 세상의 지배자로 올라서게 된 이유다. 하라리 “힘의 원천은 네트워크” 하라리는 신간 ‘넥서스’에서 “우리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가 지혜로워서가 아니라 대규모로 유연하게 협력할 수
11.22
영화 ‘전류전쟁(current war)’의 두 주인공은 에디슨(Thomas Edison)과 테슬라(Nicola Tesla)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에디슨 역을 맡았고 니컬러스 홀트가 테슬라로 출연했다. 전기의 역사에서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의 전류전쟁만큼 치열한 스파크가 일어난 경쟁은 없었다. 19세기 후반, 전기는 아직 초창기 발명품이었고 두명의 뛰어난 천재가 전기 시스템의 미래를 놓고 충돌했다. 에디슨은 직류(DC), 테슬라는 교류(AC)였다. 에디슨(1847~1931)은 무학이었고 수학을 할 줄 몰랐다. 어렸을 때 달걀을 품었던 일화처럼 그는 ‘99%의 땀과 1%의 영감’을 믿었다. 하루에 서너시간만 잠을 자고 ‘열흘에 작은 발명 하나, 반년마다 큰 발명 하나’를 목표로 연구실을 운영했다. 그의 마케팅 감각은 남달랐다. 모두가 백열전구 성능 개량에 매달리고 있을 때 그는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테슬라(1856~1943)는 유럽에서 전통 과학교육을 받았
11.21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보는 중동 각국의 지도자들은 어떤 심정일까? 지난 4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정책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 때문이랄까? 아마 대부분의 리더들은 내심 반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나 아시아 또는 중남미 다수의 국가들이 갖는 트럼프 2기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주요국 지도자들의 심정을 한명씩 미루어 짐작해보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네타냐후와 빈살만 에르도안은 반색 누구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안도의 한숨을 쉴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악몽같은 하마스의 기습을 당한 이후 1년간 버티면서 바랐던 궁극적인 지점이 아마 트럼프의 귀환이었기 때문이다. 기습을 허용한 지도자를 용납하지 않는 이스라엘 정서상 네타냐후 총리는 상황이 종료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기에 하마스 궤멸 작전을 통해 네타냐후는 공세적 응징을 펼치면서 정치적 생존게임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