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
2025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달리기 경주를 시켰다. 멀찍이 과일 바구니를 하나 놓아 두었다. 과일 바구니까지 가장 먼저 달려가는 아이가 이를 독차지하도록 했다.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누구도 먼저 뛰어 나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나란히 손을 잡고 달렸다. 함께 결승점에 도착한 아이들은 사이좋게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학자는 놀란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왜 아무도 혼자 달리지 않았지?” “우분투(Ubuntu)! 우리가 있어야 내가 있으니까요.” 아프리카 반투족 말인 ‘우분투’는 아프리카 공동체의 연대와 공생, 배려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아프리카 속담인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말과도 통하는 말이다. “우분투 정신으로 함께 번영” 세계 40여개국 정상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분투’를 결의했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정상들은 “우리는 우분투의
11.27
이재명 대통령의 숨가쁜 중동 정상외교가 지난주 펼쳐졌다. 남아공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계기에 아랍에미리트를 필두로 이집트와 튀르키예를 연이어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카이로대학 연설에서는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연결(Network) 교육(Education) 등 다섯가지 비전의 머리글자로 구성된 중동정책 구상을 밝혔다. 이른바 SHINE 구상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걸프 3개국 순방 때 발표된 ‘한중동 미래협력 구상’을 더욱 구체화한 내용이다. 그만큼 시대의 변화는 빠르고 협력의 의제도 달라졌다. 우연이겠지만 이번에 방문한 세 나라는 각기 다른 묘한 상징성이 있다. 문명의 시원(始原) 고대 제국의 후예 이집트, 지중해 패권을 장악했던 중세 오스만 제국의 후예 튀르키예와 1971년 건국한 신생국으로 번영의 업적을 이룬 현대국가 아랍에미리트는 서로 무척 다르다. 고대와 중세, 그리고 현대를 아우른다. 2차대전 이후 냉전기
11.26
‘“우루과이 인구는 350만명입니다. 그런데 2700만 켤레의 신발을 수입합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만들고 고통스럽게 일합니다. 인류는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지며 더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호세 무히카 우르과이 전 대통령의 말이다. 제30차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끝났다. 올해 30번째 COP은 아마존의 관문인 브라질 베렘에서 열려 큰 기대를 모았다. 아마존은 매년 수십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핵심 탄소 흡수원이다. 지구 생명다양성의 상징이고 원주민 공동체를 비롯해 수백만명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마존이 점점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탄소를 저장하는 대신 배출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올해는 파리협정 10년이 되는 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11.25
자유민주국의 중추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정치권력이 격변하고 있다. 절대권력 중국 시진핑과 러시아 푸틴, 이에 연민하는 트럼프에 대한 반동일 수 있다. 지난 11월 4일 개최된 미국 주지사·시장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했다. 또 ‘위기의 유럽공동체(EU)’의 중심국가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온건 좌우파 정당이 쇠퇴하고 강경우파가 득세하고 있다. 자유진영에 가장 영향력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고, 아이러니하게 미국에서 그에 대한 반동으로 급진 좌파가 승리했다. 유럽에서 그를 닮아가는 강경우파가 권력을 잡아가고 있다. 전자로 뉴욕·시애틀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와 케이티 윌슨, 후자는 독일 AfD의 알리스 바이델, 영국개혁당의 나이젤 패러지, 프랑스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 등이다. 유럽의 극우들은 모두 트럼프를 모델로 반이민에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추구한다. 거대담론보다 생활정치 공약이 승리 자유민주국가에 ‘선거 승리법칙’이 있다. 3가지로 시대정신
11.24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 규모 축소 이후 후속탄이 아프리카 대륙에 투하되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정 효율성을 내세워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을 폐지했다. 2025년 9월 30일 미국의 AGOA이 연장 없이 종료되면서 국제 무역질서에 균열이 생겼다. 이는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전략적 영향력의 닻을 스스로 거둬들인 사건이며, 그로 인해 생긴 거대한 힘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새로운 경쟁’을 알리는 서막이다. 강대국들의 ‘새로운 경쟁’ 알리는 서막 AGOA는 지난 25년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0여개국에 미국 시장을 무관세로 개방해주며 산업화의 발판을 마련해준 ‘특혜 무역법’이었다. 그런데 AGOA의 종료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약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섬유 의류 자동차부품 등을 미국으로 무관세 수출하며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기반을 확충해 왔다
11.21
마크 카니 캐나다총리는 지난 10월 ‘국방투자청(Defence Investment Agency, DIA)’을 설립하고, 캐나다왕립은행(RBC)과 골드만삭스 등에 일했던 덕 구즈만을 초대 청장으로 임명했다.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장관은 “투자청은 군수품과 무기 조달방식을 전문화할 것”이라며 “수행할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첫번째는 잠수함 사업”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은 국가 역사상 가장 큰 해외조달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계약 규모는 유지보수를 포함하면 약 1000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이 사업에는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5개국 업체가 관심을 보였지만, DIA는 잠수함 건조를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방위산업체 티센크루프(TKMS) 두 곳에만 발송했다. 최종 후보가 좁혀진 것이다. 제안서 마감일은 내년 3월 2일로 알려졌으나 캐나다해군 안에서는 올해 안이라도 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20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국제법에 비춰 주권국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총체적 침략은 불법적인 행동이며 국제사회에서 평화의 규범과 원칙을 추구하는 유럽연합(EU)은 대륙에서 이런 행동을 방관할 수 없다는 관점이다. 따라서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서 400만명에 달하는 전쟁 피난민을 대거 수용하고 경제적 지원을 결정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해서는 다양한 제재를 펴왔다. 대표적인 조치로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등 자원 수입을 대폭 줄였다. 전쟁이 4년째 접어든 가운데 지난 9월 EU는 러시아에 대해 제19차 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러 자금 이용한 우크라 지원 목소리 커져 최근 들어 유럽은 더 강경하고 극단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할 당시 유럽 벨기에에 있는 유로클리어(Euroclear)라는 금융기관에 1930억유로의 자금을 유치해 두고 있었다. 유
11.19
서로 닮은 점이 많은 반면 다른 점도 많은 이웃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청년들의 모습만큼 서로 다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가 경험한 에피소드부터 소개하자. 일본의 대학에는 ‘제미’라는 게 있다. ‘세미나’를 뜻하는 독일어 ‘제미나르’에서 따온 것으로 2학년이나 3학년 때부터 자기가 지도 받고 싶은 특정 교수 밑에 학생들이 모여 연구 발표 토론을 하는 이른바 소수정예식 수업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국립대학의 경우 한 학년에 10명 정도가 참가했었다. 일본 학생이 다수이나 한국이나 중국 유학생도 있었다. 제미에서 보여주는 한국 유학생들의 발표력과 토론력은 빼어나다. 일본 학생들이 혀를 내두르며 닮고 싶다고 할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이다. 필자가 있던 대학은 제미 4학년 때 졸업논문을 쓰도록 되어 있었는데, 논문계획서를 작성하는 단계에 이르자 버벅거리는 한국 유학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11.18
중국이 최근 고비사막 한복판에서 차세대 토륨 원자로 실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물 한방울 없는 지역에서 원전을 가동한 것은 세계 최초로, 기존 우라늄 원전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 연구팀은 750℃가 넘는 용융염 속에 토륨 연료를 녹인 채 중성자를 쏘아 토륨이 핵분열 가능한 우라늄-233으로 바뀌는 과정을 확인했다. 마치 뜨거운 소금물 안에서 연료가 스스로 변환되는 식이다. 이번 실험장치에는 전기를 만드는 터빈도, 거대한 원자로 건물도, 기존 원전에 필수적인 고압 냉각수 시스템도 없었다. 그저 연구소 안 작은 플랫폼에 불과했으나 채굴 우라늄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도 전기와 산업용 열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로 계열이 현실성이 있음을 실증했다. 하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토륨을 넣으면 우라늄-233이 만들어지고, 그 우라늄이 다시 에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토륨을 우라늄으로 바꾸는 ‘자가
11.17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산업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많은 테크기업들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에 투자하는 등 초거대 AI 서비스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공장 중심의 경쟁력이 산업을 좌우하던 시대는 마치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성형 AI시대에도 소재·부품 기업들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AI기술의 기반에는 고급 소재와 정밀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화학 조성, 초고순도 소재, 정밀 제조 기술에서 수십년의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GPU, 메모리, 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에 의존하는데 일본의 소재 기업들은 TSMC 삼성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핵심 소재를 공급한다. 우에무라공업: 177년 표면처리 전문기업 1848년 오사카에서 창업된 우에무라공업(上村工業)은 177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대표적인 표면처리 전문기업이다. 도금약품, 표면처리용 기계,
11.14
생일을 맞은 아들은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다. 자전거 한대에 수십만원, 아니 수백만원씩 하는 시대다. 생일인데 좋은 걸 사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는다. 넌지시 아들을 떠본다. “자전거는 중고로 사고 남는 돈으로 맛있는 식당 가지 않을래?” 웬일로 아들은 흔쾌히 동의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자전거를 검색한다. 수십 건의 매물 중 적당한 제품을 찾아 판매자에게 말을 건다. 당장 와도 좋다는 답변이다. 아들의 헬멧을 챙겨 지하철을 탄다. 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올 요량이다. 막상 확인한 자전거는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뒷바퀴가 심하게 닳아 있었다. 구매를 망설이자 실망하는 아들의 표정을 살핀다. “살게요. 대신 손봐서 타야 하니 30%는 깎아주셔야 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자전거를 산 이유는 커다란 의무감과 약간의 자신감 때문이다. 근래에 알게 된 책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책은 1974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선(
11.13
지난 10월 26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의회 중간선거는 단순한 국내 권력구도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집권세력의 예상 밖 승리가 두드러지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정치의 동요, 국제금융의 압력, 그리고 미중간 지정학적 경쟁이 교차하는 현실이 놓여있다. 무엇보다 국내정치적 차원에서 이번 승리는 밀레이정부의 급진개혁이 국민적 동의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중대한 시험대였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집권당인 자유전진당(LLA)이 전국 득표율 41%로 페론주의 야당에 크게 승리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집권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의회 선거에서 참패해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 동생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정부의 정당성을 뒤흔들었고, 폭등하는 인플레이션과 페소화 폭락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 여당의 패배는 기정사실로 보였고 여론조사 역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간선거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다. 집권당은 전국 득표율 41%를 기록하며 의석을
11.12
사회생물학의 거장 에드워드 윌슨이 앞으로 1000년 후 생명과학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랜드마크를 들라고 한다면 그것은 1859년에 발표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1953년에 발표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DNA 이중나선구조’ 논문이라고 단호히 밝힌 바 있다. 그 역사의 주인공의 한 사람인 제임스 왓슨이 6일(현지시간)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생물학의 랜드마크를 발견한 업적 1953년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한쪽 반 분량의 논문이 생명과학 역사의 장을 새로 열었다. 왓슨과 크릭 두 사람의 논문이었고, 손으로 그린 그림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바로 DNA의 이중나선 모델이었다. 이 작은 논문 하나가 어떻게 생명과학 역사를 새로 쓰게 했을까? 우선 유전물질로서의 DNA가 한 가닥이나 세 가닥이 아니라(노벨상에 빛나는 라이너스 폴링은 세 가닥 구조를 제안한 바 있지만 틀렸다) 두 가닥으로 꼬여 특이적 수소결합으로 서로를 붙들고 있는 형태의 안정적인 화학적 구
11.11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의 인공지능(AI)은 여전히 수동적이며 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앞으로 5~10년 안에는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GI란 인간 수준의 지적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7월 오픈AI와 딥마인드의 모델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금메달 수준의 성적을 거둔 것은 이를 상징한다. 오픈AI의 샘 알트먼 CEO 역시 “AI가 1년 안에 새로운 과학적 통찰을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기술발전 속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산업혁명이 인간의 ‘근육’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듯 AI 혁명은 인간의 ‘두뇌’를 정신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가능성을 품고 있다. AGI의 시대가 열리면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하며 자기 향상 루프를 작동시키는 자율적 경제 주체로 진화할 것이다. 그 파급력은 산업혁명이나 인터넷혁명과는
11.10
소리 없이 다가오는 위험이 더 무섭다. 눈에 보이는 높은 파도보다 잔잔한 수면 아래 소용돌이가 더 겁난다. 경제위기 역시 조용히 닥쳐올 때 더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요즘 세계경제를 ‘잔잔한 표면 아래 흔들리는 지반(Shifting Ground beneath the Calm)’에 비유했다. IMF 10월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는 “세계경제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하방위험 요인들이 다각도로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위기 조용히 닥쳐올 때 더 심각 여러해 동안 세계경제는 제법 탄력적이었다. 미중 전략경쟁에 무역질서가 흔들리고,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지만 세계경제는 그 충격을 잘 견뎌냈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3.3%를 기록한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2%, 내년 3.1%로 예상된다. 트럼프 발 관세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191개 회원국 중 188개국이 보복성 관세 조치를 자제했다. 세계 교역의 약 72%는 여전히 최혜
11.07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2025년 하반기 들어 규제완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기업 간 결합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통신·에너지 등 전방위 규제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대형 딜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10월 2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9월 전세계 M&A 거래액은 약 1조9380억달러(약 2790조원) 로 집계돼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미주 지역 거래액은 1조2600억달러(약 1810조원) 로 26% 확대되며 글로벌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면 유럽은 5% 감소, 아시아·태평양은 19% 감소하는 등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보고서는 ‘거시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주요 산업에서 대형 거래(메가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거래 규모 10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은 27건으로, 지난해보다 늘
11.06
많은 곡절을 겪었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중 경제무역전쟁이 10월 30일 부산에서 진행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일단락되었다. 주요 합의는 다음 세가지이다. 첫째, 미국은 올해 초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부과한 관세를 취소하고 중단된 수입을 재개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관세는 47% 수준(올해 4월부터 부과한 상호관세 10%와 기타 품목관세, 1기 트럼프행정부 때 부과한 관세 등을 합친 수치)을, 중국의 대미관세는 30%를 조금 넘는 수준(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부과한 약 20%의 관세와 올해 부과한 10%를 합친 수치)을 각각 유지하게 되었다. 둘째, 미국은 무역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해외 자회사까지 수출규제를 확대한 9월 29일 결정을 유예하고, 중국은 10월 9일 취한 희토류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유예한다. 셋째, 미국은 중국 해운업 물류 조선업에 대한 301조 조사를 유
11.05
1989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창설될 당시 한국은 여러모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한국이 이룬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정착이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고, 무엇보다도 북방정책의 야심 찬 출발로 인해 동구권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헝가리와 수교를 맺은 직후의 시점이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양자외교에 능했던 우리 정부는 냉전구도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 다자외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때였다. 물론 과거 박정희정권 시기인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존재했던 아시아태평양이사회(ASPAC, Asian & Pacific Council)라는 다자외교의 외교사적 의의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자외교를 본격화한다고 해도 분단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을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자산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안보이슈를 다루는 다자무대는 부담이 컸다. 전세계 인구의 40%,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APEC은 무척
11.04
지난달 트럼프행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아온 온실가스 배출 추적 및 보고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거의 20년 동안 미국과 캘리포니아 전역의 수천개 산업시설이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오염을 정기적으로 추적하고 보고하도록 의무화해왔다. 연방 프로그램의 시설별 데이터는 사실상 국가 배출 추세를 모니터링하고 감축 기회를 파악하며, 주 및 지역 정책을 수립하고, 지역 사회가 인근 오염원을 식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보호국(EPA) 행정관 젤딘은 해당 프로그램이 “비용이 많이 들고 불필요한 규제 부담을 초래한다”며 이를 축소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이 최대 24억달러의 규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EPA의 보고 규정은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가 부족하다”며 관련 규제가 비용 대비 효용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EPA의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은 약 800
11.03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 등 서방의 대중국 희토류 독립이 일본을 통해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달 정상회담을 갖고 별도의 희토류 공급망 관련 각서를 체결하면서 일본의 희토류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영토인 미나미도리시마 인근 해역에서 내년 1월부터 2월까지 희토류 시범 채굴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 해역에 고농도의 희토류를 함유한 퇴적층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트럼프, 반중 희토류 동맹 가속화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사이에 두개의 정상간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하나는 지난 7월 양측이 합의한 일본의 대미투자와 관련한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미일간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광물의 확보에 관한 각서’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미나미도리시마 주변 해역에는 대단히 많은 희토류층이 있다"면서 "중요 광물과 자원을 미국과 함께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