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6
2024
최근 이집트 카이로로 출장을 다녀왔다. 시내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인물이 있었다. 정치인도 독립투사도 아니었다. 바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FC 공격수인 이집트의 축구 영웅 ‘모하메드 살라(Mohamed Salah)’였다. 카이로 시내 곳곳에서는 살라의 벽화와 사진, 그리고 유니폼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살라는 축구선수 이상이다. 지난 2018년 이집트 대선에서는 후보도 아닌 살라가 100만표 이상을 받았다. 대통령 후보들의 이름을 지우고 살라의 이름을 직접 적었다. 유럽의 빅리그에서는 수많은 아프리카 출신 스타들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이집트의 파라오 ‘살라’를 비롯하여, 코트디부아르의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Didier Drogba)’도 있다. 드로그바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경쟁 중에 내전에 찌들어 있던 코트디부아르의 국민들에게 ‘내전을 그만두자’는 연설로 내전 종식에 기여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수많은 트로
04.15
“나는 소나무와 전자기술로 가득찬 인공두뇌의 숲을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컴퓨터가 꽃인 것처럼 사슴들이 평화롭게 컴퓨터 사이를 거니는 숲을.” 1967년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이트-애슈베리(Haight-Asubury) 거리로 가보자. 한 장발의 시인이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준다. 전단지에는 3연짜리 시가 쓰여있다. 시의 제목은 ‘은혜로운 기계의 보살핌을 받는 우리 모두(All Watched Over By Machines of Loving Grace)’다. 작가는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활동한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다. 1935년에 태어난 그는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20대와 30대, 그는 당시 미국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비트세대이자 히피세대의 중심인물이었다. 언뜻 문명을 벗어나 전원으로 회귀하자고 주장할 것처럼 보이는 이가 기계와 인간의 조화를 꿈꾸는 시를 썼다는 사실은 의외다. 이처럼 과거에 대한 우리의 관념과 실재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1950년대와
04.11
2024년 봄, 유럽이 수십년 만에 가장 심각한 안보위기를 맞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다. 일단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유럽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사라진 것으로 여겼던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을 경험하게 되었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가 분열하면서 발생했던 종족주의적 세력의 내전보다 훨씬 심각한 평화의 붕괴이자 전쟁의 도발이었던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3년 차에 돌입했으나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러시아의 공격에 대항해 유럽의 번영과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오는 6월로 다가온 유럽의회 선거 캠페인을 시작했다. 2019~2024년 첫 임기를 마치고 2024~2029년의 두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폰데어라이엔이 유럽(EU)에서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쟁점으로 내세운 사안이 바로 러시아의 위협과 이에 대한 유럽연합의 대응인 셈이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넘어 유럽 민주주
04.09
4월 7일로 전쟁 발발 6개월을 넘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의 파란불이 켜졌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군 병력 상당수를 철수했다. 인질석방 없이는 휴전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전의를 불태우던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 비추어보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이스라엘 군당국은 “칸 유니스에서 주요 작전이 마무리돼 1개 여단만 남부에 남아 있다”면서도 전투임무 완료 외 다른 철수배경에는 침묵을 지켰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는 ‘군 당국이 미국 요구 때문에 철수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철수에는 이란의 주시리아 영사관 공습이 작동한 것 같다. 이스라엘의 실착 이란영사관 공격 4월 1일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경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미사일로 공격, 혁명수비대 모함마드 레자 자헤디 장군을 비롯해 이란인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헤디는 혁명수비대의 해외작전 최정예부대인 고드스군의 시리아-레바논 사령관이
04.08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스파르타와 아네테 간 전쟁은 필연이었다고 갈파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스 전쟁사’에서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전쟁처럼 신흥세력과 지배세력이 충돌로 치닫는 양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명명했다. 앨리슨 교수는 고대 그리스 전체를 주저앉게 만든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래로 ‘투키디데스 함정’은 2000년 넘게 국가 간 대외관계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쳐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500년 동안만 하더라도 신구 세력이 갈등을 빚는 상황이 16번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2번은 전쟁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앨리슨 교수는 자신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목하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의 사례가 진행중이라고 주장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부동의 패권을 누려온 미국과 1980년대 이후 급속히 부상하
04.05
주택시장에는 집주인이 있고 세입자가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에는 언제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집주인은 상대적으로 재정 형편이 나은 편이고, 세입자는 경제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캐나다에는 이민자 유입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주택임대를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다. 수년 사이 월세는 30~40% 가량 올랐는데 이마저도 물건이 많지 않다.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다른 세입자를 받아 월세를 더 올리기 원하지만 기존 세입자는 이사를 거부한다. 이런 갈등을 해결해야 할 법적 제도적 장치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월세 안 내는 세입자들 최근 캐나다공영방송 CBC는 세입자 문제로 골치를 앓은 자히드 마흐무드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2021년 토론토 근교의 소도시 오샤와에 집을 샀는데, 세를 놓아 월세 수입으로 자녀들의 교육비를 충당하고 저축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세
04.04
역사가 짧은 나라들이 그렇듯이 애초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도 ‘제대로 된 국가’를 확립하는 일이 순탄하지 않았다. 여기서 ‘제대로 된 국가’를 사회학의 거장 막스 베버를 따라 영토주권, 실효적인 군사력, 합리적 관료제 등 세 요소를 갖춘 근대국가로 정의한다면 동남아에는 아직도 국가건설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여럿 있다. 최근 내전 상태에 있는 미얀마는 그야말로 국가 분열을 넘어 국가 해체를 경험하고 있고, 필리핀은 오랫동안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의 분리주의 운동에 시달리며 자기 영토에 대해 군사적으로 실효적인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내란과 군사적 소요사태로부터 벗어나 영토주권을 확립하기까지는 수십년의 기간이 걸렸다. 21세기 초반 인도네시아가 경험했듯 민주화 과정에서 그동안 군사독재에 눌려 있던 소수민족들의 불만이 독립 요구로 분출되기도 했다. 국가 대다수가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 사회로 구성되어 있고, 절반
04.03
‘가자지구 전쟁’이 반년이 다 됐지만 좀처럼 해결 조짐을 보이질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휴전촉구 결의안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무산됐다. 3월 25일(현지시간) 국제사회와 미국내 여론을 의식한 미국의 기권으로 안보리 결의안이 처음으로 통과됐지만 이번에는 법적 구속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 의지도 다진다. 라파는 팔레스타인 피란민 140여만명이 몰려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밀집지역. 공격이 현실이 되면 민간인 대량학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지난 5개월여 동안 3만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민간인 학살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 이유다. 심상찮은 미국의 기류변화 미국 내부 여론도 심상찮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피로감이 커졌다. 국제사회가 규탄하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언제까지 감싸줘야 하느냐는
04.02
지난달 22일 미국내 유대인 선출직 공무원 중 최고위직인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면서 그를 대신할 선거를 요구했다. 유대계 유권자가 20% 이상인 뉴욕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인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 평화의 주요 장애물”이라면서 “전쟁이 시작된 지 5개월이 된 이스라엘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과 그의 우파 집권연합을 비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세를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슈머 의원의 연설은 미국의 선출직 고위 공무원이 지금까지 내놓은 것 중 가장 신랄한 비판이었다. 이 연설은 민주당원들, 특히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희생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슈머 의원은 자신이 이스라엘의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했다. “네타
04.01
전세계에서 가치를 인정 받는 기술기업들은 놀라울 정도로 젊은 기업가들이 기숙사 방이나 차고, 식당에서 창업했다. 창업 당시 빌 게이츠는 19세, 스티브 잡스는 21세, 제프 베이조스와 젠슨 황은 30세였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인 TSMC는 모리스 창이 55세에 창립했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이렇게 큰 가치를 지닌 기업을 만든 적은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모리스 창은 나이에도 ‘불구하고(despite)’ 성공한 게 아니라 나이 ‘덕분에(because of)’ 성공했다”며 “오직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며 중년기업가 정신의 놀라운 이점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TSMC는 기존 반도체 회사들과 달랐다. TSMC는 칩을 설계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TSMC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직접 설계한 칩을 제조했다. 고객이 설계한 칩을 제조하자는 게 창 회장의 급진적인 아이디어였다. 자체 칩을 설계하거나 판
03.28
독일 등 유럽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해 ‘마지막 모닝콜’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한다. 인류에게 마지막 경고라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개념이다. 유럽연합(EU)에서 최근 발간한 ‘기후위기 평가보고서’에 나오는 말이다. 보고서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숲 파괴 등 36가지로 분류해 분석하고 있다. 과도한 석탄·석유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의 감축을 강조한다. 지난해가 기후측정 이후 가장 더운 한해로 기록되었다. 기후과학자들은 올해가 더 더울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위기의 세가지 ‘핫스팟’(hotspot)인 가뭄 폭염 홍수 등은 수많은 인명의 목숨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산불과 산사태 등을 일으켜 인간과 동식물의 터전인 숲과 나무를 파괴한다. 최근 10년 산불 횟수 갈수록 늘어 독일 지속가능한 산림개발대학교의 산림전문가인 피에르 이비쉬 교수는 “가장 따뜻한 달과 건조기간에 산불이 많이 일어난다”면서 “기후변화에 따라 위험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독일
03.27
태양계에는 여러 행성들이 있는데 왜 지구에만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제일 큰 차이는 숨쉬는 ‘공기’다. 금성은 대기압이 약 90에 이르고 이산화탄소가 대기의 97%를 차지한다. 화성은 대기압 0.01 미만에 대기의 95%가 이산화탄소다. 반면 이 두 별 사이에 있는 지구는 1기압에 대기중 이산화탄소는 0.04%에 불과하다.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이렇게 적게 분포하는 건 ‘물’이 있기 때문이다. 물이 있어야 남세균 같은 원시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다. 남세균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광합성 생물로 35억년 동안 햇빛을 먹고 살아왔다. 지구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석회암) 형태로 고정하고 우리가 숨쉴 수 있는 산소를 배출했다. 지상식물이 햇빛에서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는 것도 남세균의 도움이다. 초식동물이 장 속 발효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듯 식물은 남세균을 몸속으로 끌어들여 광합성을 한다. 식물 속으로 들어간 남세균은 수억년을 보내
03.26
“11월 본 선거를 위해 이번 예비선거에는 표를 아껴두자.” 지난 1월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 전날, 해당 주의 일부 유권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 사전에 녹음해두었던 기존의 투표 독려 내용과는 달리 이 전화는 전혀 다른 요청사항을 담고 있었다. 투표장에 나오지 말라는 메시지가 바이든 대통령과 똑같은 음성으로 안내된 것이다. 전 뉴햄프셔 민주당 의장이 발신자로 표시되었던 이 전화는 결국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당시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바이든이 해당 선거에서 압승하며 선거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가지 방향 중 하나를 생생하게 보여준 일례다. 이에 앞선 1년여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AI 이미지만으로 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미국의 암흑기로 표현한 광고 내용은 특별히 새롭지 않았지만, 광고 제작에 사용된 기술을 의도
03.22
중국의 총통화량(M2)은 2월 말 기준으로 299조5600억위안이다. 2월 M2 증가율은 8.7%다. 중국에 돌아다니는 돈이 300조위안 규모에 달한다는 의미다. 달러당 7.2위안 환율로 환산하면 150조위안인 미국 M2의 두배다. 물론 미국의 M2에는 10조달러 규모의 기업 예금이 빠져 있다. 미국은 현금과 요구불 예금인 M1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이 기준으로 중국 M2를 환산하면 미국의 1.4배 정도다. 중국 M2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26조위안의 2.3배 수준이다. 미국의 M2가 GDP의 0.76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통화량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중국 M2가 100조위안을 돌파한 게 2013년 3월이다. 이게 200조위안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7년이다. 이 기간 GDP 증가액은 44조7900억위안이다. 100위안을 투입해서 44위안의 GDP를 증가시킨 셈이다. 2020년 1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M2를 100조위안 더 늘린 4년 1개
03.21
선거의 해 2024년,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가 인도에서 열린다. 오는 4월 19일부터 실시되는 인도 총선은 유권자만 해도 10억명에 달한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2024년 인도 선거의 키워드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인도의 또 다른 이름‘바라트(Bharat)’이다. 구자라트주에서 유세 중인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 아미트 샤(Amit Shah) 내무장관은 이번 선거는 BJP가 아니라 ‘바라트’, 즉 국가로서의 인도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마다 이기는 전략을 짜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총선 무대 데뷔는 2014년이었다. 모디는 인도 서부 상업의 중심지인 구자라트에서 무려 13년 동안 연평균 10%가 넘는 고속성장을 기록한 주총리로 인지도를 높였다. 모디가 주총리로 있던 시절 구자라트는 인도에서 최초로 24시간 전력이 공급되는 주가 되었다. 글로벌 투자 이벤트인 ‘바이브런트 구자라트 서밋(Vibrant Gujara
03.19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한데 모여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삶과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뉴욕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문화를 기념하는 축제와 행진이 열린다. 그중 가장 역사가 길고 큰 규모의 행진은 3월 17일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에 벌어지는 퍼레이드다. 성 패트릭은 5세기에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3월 17일은 그를 기리는 가톨릭 축일이다. 동시에 종교적 의미를 넘어 온갖 역경을 딛고 미국에 정착한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미국 곳곳에서 성 패트릭 데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진과 축제가 열린다. 시카고는 성 패트릭 날을 맞아 도시를 가로지르는 시카고강을 아일랜드 상징색 초록으로 물들인다. 아일랜드계 후손이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스턴에서도 성 패트릭 데이는 도시 전체의 큰 축제다. 1762년부터 시작된 대중적 축제
03.15
적응이 필요한 것은 시차만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적기를 타고 13시간을 날아 도착한 인천의 새벽 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체감온도 영하 20℃까지 떨어졌던 겨울 추위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지만 공항 밖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민가방 8개를 옮겨 실으면서 정신이 버쩍 들었다. 시간의 차이, 공간의 변화, 급격한 공기의 전환을 능숙하게 다루기에 필자는 미숙했다. 어느새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실리콘밸리 생활에서 3년간 온실 속의 잡초처럼 살았기 때문이리라. 실리콘밸리의 시공간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라도 의식(ritual)이 필요했다. 처음 기울인 노력은 ‘제58회 슈퍼볼 시청’이다. 한국 시각으로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달 11일 아침 8시 40분,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이 시작됐다. 미식축구 규칙도 모르는 필자가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 앞에 앉은 까닭은 단 하나다. 실리콘밸리에서 거주하던 집 바로 옆에 있던 리바이스(Levi’s) 스타디움을 홈구장
03.14
1년에 한번 진행되는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중국의 입법부이며 헌법상 최고권력기구)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건의권만 있는 통일전선 조직)가 각각 일주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3월 11일 월요일 폐막되었다. 이번 양회에서는 세가지 의제가 관심을 모았다. 첫째는 1년 동안의 경제사회정책의 기조를 제시하는 총리의 정부사업보고다. 둘째는 법률 제정과 개정이다. 많은 법률이 두달에 한번 정도 열리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에서 개·제정되지만, 일부 법률의 개정안 및 제정안은 전국인대에서 처리되곤 한다. 이번에는 1982년에 제정된 국무원조직법이 40여년 만에 개정되었다. 셋째는 인사였다. 지난해에는 새 임기의 국가주석 총리 등을 선출했기에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요 의제가 아니다. 다만 지난해 낙마한 친강 외교부장(현재 공산당 중앙 외사 판공실 주임인 왕이가 겸임) 자리에 새 인사가 임명될지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양회 시작과 함께 제일 먼저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전국인대
03.13
최근 일본경제 지표들이 전문가들조차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저성장 저출생과 초고령화 등으로 인한 ‘패러다임 대변환’을 겪으면서 그 미래를 쉽사리 예측키 어려운 미지의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닛케이지수)은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했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22개월 연속으로 일본은행(BOJ) 목표치인 2%대를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3.3%와 -0.4%를 기록했다. 일본경제는 독일에 세계3위 자리를 내주면서 4위로 밀려났다. 일본은 다시 떠오르는 해인가, 아니면 지는 해인가? 일본은 1968년 서독을 누르면서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소니의 전자제품과 도요타・닛산의 자동차와 니콘・캐논의 카메라 등 일본산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렸다. 2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던 일본에 급제동을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