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
2025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주요 지표들은 시장이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매출 대비 주가비율(PSR)이 3.23배로 닷컴버블 정점보다 높아졌다. 기업들의 미래 이익을 반영한 주가수익비율(PER)도 22.5배에 이르며, 2000년 이후 평균치인 16.8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상위 10개 기업이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쏠림 현상은 시장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부 대형주에만 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술 대형주 쏠림과 위험 이 같은 고평가 논란의 중심에는 기술 대형주가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여전히 매출과 이익을 빠르게 늘리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매우 높은 가치평가와 과밀한 투자흐름이 시장을 장기 침체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을 우려한다.
09.04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인수하는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위기를 맞은 인텔을 지원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와 기술 자립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몰렸던 크라이슬러(Chrysler)와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해 미국 정부가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한 사례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진 ‘사실상의 국유화’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번 인텔 사례는 성격 면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크라이슬러와 GM의 경우 당시 정부는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개입을 통해 위기 극복을 지원했고, 이후 구조조정과 민영화 과정을 거쳐 투입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반면 이번 인텔 지분 인수는 단순히 위기 극복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아 특정 산업을 직접 육성·지원하겠
09.02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집단은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미국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는 약 2480만명으로, 2000년의 1190만명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전체 미국 인구의 약 7%에 해당한다. 이들의 성장속도는 미국 내 다른 인종집단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히스패닉 인구는 2000년 약 3500만명에서 2023년 약 6200만명으로 증가하며 여전히 가장 큰 규모의 소수인종집단이지만 증가율은 약 77% 수준에 머물렀다. 아프리카계 인구는 2000년 약 3500만명에서 2023년 약 4700만명으로 증가하며 증가율이 약 34%에 그쳤다. 한때 미국 사회의 다수를 차지했던 백인 인구는 이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같은 기간 108% 이상 증가해 어떤 인종과 비교해도 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비록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히스패닉이나 흑인보다 작지만 이들의
09.01
글로벌 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일본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약 130억달러(약 1.9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으며 이는 2023년 대비 17배 증가에 해당한다. 생성형 AI의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일본 AI 혁신 가속화 일본의 AI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소프트뱅크다. AI는 단지 도구가 아니라 앞으로는 인간의 파트너와 같은 존재로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하는 손정의 회장의 확고한 신념하에 AI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지난 7월에 개최된 ‘소프트뱅크 월드 2025’에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가 AI 에이전트(AI agents)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100억개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는 소프트뱅크 그룹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서도 수억 개, 수
08.28
근대 유럽의 지성들은 앞다퉈 나폴레옹을 칭송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말을 탄 시대정신”이라고 극찬했다. 악성 베토벤은 ‘영웅 교향곡’으로 찬미했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인류의 영웅’ 목록에 나폴레옹의 이름을 올렸다. 나폴레옹은 자유와 평등과 박애 등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전 유럽으로 실어 나른 선구자였다. 현대 영국의 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저서 ‘혁명의 시대’에서 “비록 권력이 나폴레옹을 다소 역겨운 인간으로 만들 긴 했지만 한 인간으로서 그는 의심할 바 없이 매우 총명하고 재주가 많으며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홉스봄은 “한마디로 나폴레옹은 전통과 손을 끊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속에서 스스로와 동일시 할 수 있던 인물이었다”고 썼다. 요즘 서방언론들이 나폴레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비교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싣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기존 질서와 충돌한 아웃사이더였고, 대중을 움직이는 카리스마를 지녔고, 자국의 입장을 이웃국
08.27
2024년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전세계 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CP) 과학팀은 ‘2024년 전세계 탄소수지 보고서(Global Carbon Budget)’에서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374억톤으로 전망했다. 2023년 대비 0.8% 늘어난 양이다. 여기에 산림벌채 등 토지이용 변화로 인한 배출량 42억톤을 더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3년 406억톤에서 2024년 416억톤(41.6G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년 400억톤 이상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기후는 점점 더 비극으로 치닫는데 화석연료 연소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2024년에도 화석연료 연소가 늘었다. 석탄(↑0.2%) 석유(↑0.9%) 천연가스(↑2.4%) 등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2024년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1%, 32%, 21%를 차지했다. ‘세계 탄소수지 보고서’는 120명 이상의 과학
08.26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에 세금을 부과하면 대학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다”영국의 집권 노동당 정부는 지난달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의 6%를 세금으로 징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교육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 재정에 부담을 더하며 유학생 유치전에서도 불리한 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써야 할 돈은 늘어나지만 낮은 경제성장률에 직면한 정부는 밀어붙일 태세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대학에 정부의 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영국대학의 학기는 9월에 시작한다. 2025~2026 학년도의 경우 영국인 학부생들은 9535파운드, 약 1763만원 정도를 수업료로 지불한다. 반면에 외국인 유학생은 학교와 문이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3만파운드가 넘는다. 영국 학부생들의 등록금은 2017년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285파운드가 올랐다. 지난 8년 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연간 최소 2000파운드 정도씩은 인상됐어야 대학 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고 고
08.22
미국 증시에서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커버드콜 ETF가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테슬라(TSLY), 엔비디아(NVDY), 아마존(AMZY) 등 매월 분배금을 제공하는 구조 덕분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월세형 자산’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와 물가가 불확실하게 움직이는 국면에서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는 심리적 완충과 재무적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운용사들은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커버드콜 ETF를 내놓으며 ETF 시장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세그먼트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출시 초기 수억 달러에 불과하던 운용자산(AUM)은 2025년 들어 수십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배당주 ETF를 넘어 젊은 투자자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 자본이득 대신 단기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지면서 커버드콜 ETF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공통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커버드콜 ETF의 작동 원
08.21
“재정적자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만 그 ‘언제’가 언제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2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올해 은퇴를 앞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5월 남긴 이 말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수십년간 근본적인 개혁 대신 임시방편에만 의존해 온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언젠가 그 미봉책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날 세계 경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이 말은 세계 각국의 정부와 의회, 그리고 중앙은행들을 향한 그의 마지막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미국 재정적자 위험 경고한 워런 버핏 워런 버핏과 마찬가지로 올해 은퇴를 선언한 또 다른 인물인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 역시 미국의 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그는 최근 출간한 '국가가 파산하는 방법(How C
08.20
탈냉전 시대가 저물고 세계화라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면서 우리는 국제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의 국가 중심의 군사 정치 외교적 위협만으로 설명되던 ‘전통적 안보’를 넘어서 지구촌 모두를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안보위협이다. 기후변화와 전염병, 난민 테러 에너지 사이버 식량 등 비군사적 위협으로 구성된 ‘비전통 안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마주하고 있다. 세계화의 단면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은 국가 간 초연결성과 상호의존성 확대에서 기인한다. 상호의존성의 증가는 경제성장의 기회와 협력을 확대하지만 외부위협에 대한 취약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단일국가의 보건문제로 시작된 전염병은 순식간에 전세계를 마비시켰다. 이는 비전통 안보 위협이 초연결된 지구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이렇듯 비전통 안보 위협의 특징은 단일국가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구촌의 숙제라는 점이다. 안보개념이 단순히 영토보존에서
08.19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새로운 상호관세율이 이달 7일 발효됐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는 50%의 관세율이 적용된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지난 4월 부과된 10%의 기본관세율에서 무려 5배가 인상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를 물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에 따라 미국 무역대표부(UTCR)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조사도 시작됐다. 만약 UTCR이 브라질의 정책 또는 관행이 비합리적이고 차별적이며 미국의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면 추가적인 관세 또는 기타 경제제재 등 더 많은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트럼프의 보우소나루 구하기 브라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우선, 브라질은 미국의 몇 안되는 무역 흑자국이다. 2024년 미국은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7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브라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논리가 성
08.18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그리고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으로 아시아 지역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에어컨 냉방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가 최소 700TWh(테라와트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480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 둘을 합친 약 1200TWh 증가분은 현재 한국의 연간 총 전력 소비량의 2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렇게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확실성,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 화력발전 축소 등 문제점과 과제는 수두룩하다. 서로 다른 각국의 전략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두 가지 주요 추세는 아시아 각국의 에너지 수급 전망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바이오·수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청정수소·암모니아 같은 신에너지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08.14
독일·유럽연합(EU)에서 안보는 미국, 에너지는 러시아, 수출은 중국에 의존해 잘 살던 경제안보패러다임은 끝났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진핑의 값싼 덤핑으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해체되고 ‘트럼프라운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독일·EU는 트럼프 2기의 대 유럽정책에 어떻게 대처하고 평가하고 있을까?” 유럽 고급지들인 스위스의 노이에 취리히 신문(NZZ),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신문(FAZ), 유럽지성인 요셉 조페 교수 등 전문가 의견 등을 분석했다. 트럼프와 EU의 관계는 ‘3딜(deal)’로 정리됐다. 트럼프의 징벌적 관세뿐만 아니라 방위비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역할(전쟁비용) 등에서다. 먼저 트럼프와 EU는 관세 15%로 합의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한 GDP 5%의 국방비 증액 요구를 독일·EU가 수용했다. 두가지 현안은 트럼프 뜻대로 관찰되었다. 하지만 우-러 전쟁은 기대와 달
08.13
2024년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소비액은 약 8조1000억엔으로, 이는 일본인의 국내 여행 소비액인 약 25조엔의 1/3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25년 1월 한달 만에 약 378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한 숫자로 월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치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수는 올해 4000만명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내국인 여행자수도 증가하면서 일본의 관광산업은 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 부상했다. 교과서에 충실한 경영 ‘호시노 리조트’ ‘마이크로 투어리즘(micro tourism)’으로 알려져 있는 호시노 리조트는 일본 관광산업의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1914년 나가노현에서 문을 연 온천여관이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리조트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직감이나 과거의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그 시대의 비즈니스 이론 속에서 해답을 찾아 과감히 변화해 나가는 ‘교과서에 충실한 경영’에 있다. 지금의 호
08.12
“미국이 범죄자와 약탈자들의 침략을 받고 있다. 그들을 몰아내는 데 여러분이 필요하다.” “조국을 수호하라.”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모집 공고에 나온 문구들이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ICE 요원 채용 발표에서 “지금은 우리나라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이다. 국가가 여러분을 부르고 있다”며 ICE 지원을 독려했다. 2차대전 당시 징병 포스터와 유사한 문구와 디자인을 사용한 ICE 채용 광고는 ‘침략자’에 맞서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등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동원해 ICE 요원 1만명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대적인 이민단속과 연간 100만명 추방 목표를 세운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지난 반년 동안 실제 추방자수는 약 15만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하루 평균 약 800명 수준으로 이 속도로는 트럼프정부의 목표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따라서 추방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나온 것이 이민단속요원 1만명 증원이다. I
08.11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사건을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라쇼몽 효과’다. ‘라쇼몽 효과’는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 개봉영화 ‘라쇼몽’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두 편의 단편소설 ‘라쇼몽’과 ‘덤불 속’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51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영화는 일본 헤이안시대(794~1185년) 교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적이 뜸한 삼나무 숲 속에서 한 사무라이가 숨진 채로 발견된다. 피의자와 피살자와 목격자는 엇갈린 증언을 한다. 도적은 “사무라이의 아내를 범한 뒤 사무라이와 결투 끝에 그를 죽였다”고 주장한다. 사무라이의 아내는 “도적에게 겁탈 당한 뒤 남편과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남편은 죽고 저만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죽은 사무라이는 무당에 빙의해 “도적의 꾀임에 넘어간 아내에게
08.07
시간이 흐르면 국외 생활은 하나의 점으로 남는다. 필자에게 점은 주로 커피숍으로 존재한다. 십여년 전 이란을 떠올리면 테헤란 북부 타지리시 광장의 ‘라미즈(Lamiz) 커피’가 생각난다. 수년 전 미국 서부를 상기하면 UC버클리 앞 ‘카페 스트라다(Strada)’가 머릿속을 맴돈다. 낯선 땅에 일하러 가면서 마음을 녹일 공간부터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은 자연스러웠다. 두 도시의 두 공간이 녹록잖은 이국의 시간을 헤쳐 나가는 버팀목이었다. 3년간의 미국 실리콘밸리 근무가 중반부를 향해 가던 때였다. 주말 아침만 되면 카페 스트라다를 찾아 커피를 시키고 UC버클리 학생들을 관찰했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뭐라도 쓰는 척을 했지만 거대한 질문을 마주한 청년은 막막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근무 내내 놓지 않았던 질문은 ‘개인용 컴퓨터 산업은 왜 미국 동부가 아닌 서부에서 태동했는가’였다. 커다란 질문답게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한국에 온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프레드, 반전운동가에서
08.05
음모론은 미국 역사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많은 미국인들은 여전히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배후에 또 다른 세력이 있다고 믿으며, 달 착륙이 조작되었거나,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었다고 의심한다. 또한 뉴멕시코주 로스웰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23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5%는 케네디 암살에 음모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유리한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그는 이와 같은 음모론을 지지하는 인물들을 내각이나 주요 요직에 임명했다. 음모론은 이제 더 이상 사회 주변부의 현상이 아니라 주류 담론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예컨대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08.04
“트럼프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조치가 외수부문에서 일본경제를 직·간접적으로 짓누르는 커다란 위험이다.”(2025년 일본정부 경제백서) “관세 15%는 커다란 비용의 증가다. 개별 기업의 노력에 한계가 있다.”(다나카 도시조 캐논 부사장)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기업은 거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 실적악화에 대한 타개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관세협상 후폭풍은 이시바정권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양상이다. 도요타, 중국산 부품으로 눈돌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도요타가 태국에서 중국산 부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서 “일본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8년부터 태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EV) 부품으로 시작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했다. 신문은 “미국발 관세로 인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역에서 조달 비용의 효율화를 모
08.01
실리콘밸리와 월가, 그리고 백악관까지 나선 암호화폐 대변혁의 시대가 열렸다. ‘페이팔 마피아’ 피터 틸은 파운더스펀드로 암호화폐 채굴회사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 지분 9.1%를 취득했고, 월가의 투자귀재 톰 리는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의 챗GPT가 될 것”이라며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매입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밈코인 ‘$TRUMP’ 발행으로 수수료 수입만 1억달러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두며 디지털 자산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18일, 암호화폐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사상 첫 연방법인 '지니어스(GENIUS)법안’에 서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특정 디지털 통화를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하기 위한 이 법안은 발행주체·담보요건·감독체계 등 핵심요소를 명확히 규정하며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출범한 정부 태스크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