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
2025
우리나라와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다. 사회경제적으로도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지만 일본에 없는 것도 있다. 반대로 일본에 있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것도 있다. 물론 여기서 있다 없다는 100 대 0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70대 30일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있고 없는 점을 살펴보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자기 나라를 깊이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권력도 나누는 일본, 경제도 독식하는 한국 우리나라에 있고 일본에 없는 것은 ‘독식(獨食)’이다. 승자독식, 즉 ‘winner-takes-all’이다. 독식이 자리잡은 사회에서는 승패를 가르는 경쟁이 치열해진다. 지난 정권은 헌법 위반과 국민 저항으로 무너졌지만 5년마다 치르는 대통령선거가 얼마나 치열한지는 우리 모두 경험하는 바다. 이런 치열함이 일본에는 없다. 마침 일본은 자민당총재 선거가 한창이다. 이번 토요일인 10월 4일에 투개표되는데, 의원표 295표와 지방표 295표,
10.01
장기간 이어져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2024년에 해제되면서 일본 금융업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현재 일본 금융업계는 전통적인 리더로서 막대한 자산과 고객 기반을 보유한 메가뱅크와, 디지털 전환과 혁신적 서비스를 앞세운 인터넷 전용 네트뱅크(일본에서는 ‘네트뱅크’라 불림)의 이중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여기에 유통 계열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복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금융업계의 리더 MUFG 미즈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MUFG),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SMFG),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MHFG) 등 3대 메가뱅크는 2025년 3월기 결산에서 순이익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내 금리 상승, 해외 사업 확장, 예대금리차의 개선이 수익 향상의 중요한 요인이다. MUFJ는 총자산약 405.94조엔으로 일본의 GDP에 필적하는 (일본 GDP 약 622조엔)일본 금융업계의 리더다. 개인고객 3400만명, 법인 고객 10
09.30
밀브래스 교수는 1989년에 쓴 ‘지속가능한 사회(Sustainable Society)’에서 지구의 물리적인 나이 46억년을 1년 365일로 환산했다. 11월에 ‘삼엽충’ 같은 다세포 동물이 등장한다. 12월 13일에 ‘파충류’가 등장하고 12월 15일 ‘포유류’가 발생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정 11분 전에 생겼고 인류 문명은 자정 1분 전에 발생했다. 지구상 모든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산업혁명’은 12월 31일 자정 2초 전에 일어났다. 2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지구의 각종 환경오염이 발생했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인류는 10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했고 불 사용이 일반화된 것은 40만년 전이다. 다윈은 “언어를 제외하면 인류가 발견한 최대의 작품은 불”이라고 했다. 불은 인류의 수명을 연장했고 더 추운 곳으로 거주지를 넓혔다. 현생 인류는 빙하기의 혹독한 겨울을 매머드 사냥으로 이겨냈다. 매머드는 4톤에 이르는 고기와 두꺼운 털가죽, 움집의 뼈대가 되는 긴 뼈를
09.29
한때 동남아 국가들은 ‘아시아의 새끼 호랑이들’로 불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주요 회원국들은 풍부한 자원과 젊고 값싼 노동력, 인구 6억의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연간 6~7%의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 지역 주요 국가들의 1인당 국민 소득은 세 배 이상 늘었다. 베트남 국민들은 2000년 대비 무려 11배나 높은 소득을 누리고 있다. 그런 동남아 국가들이 단체로 ‘중진국 함정’에라도 빠진 걸까? 동남아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국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간 무역갈등과 그에 따른 세계공급망 재편 등으로 동남아는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던 지역이었다. 그런 동남아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특권층 부패에 Z세대 분노폭발 글로벌투자사 록펠러인
09.26
최근 “평가방식을 개선하면 AI의 환각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AI의 환각은 수학적으로 불가피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로 상반되는 이 주장들은 ‘오픈AI’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것도 2025년 9월 4일 같은 날에. 이들 여러 기사들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고 그 출전을 찾아 보면 결국 ‘오픈AI’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단지 하나였고, 서로 다른 제목을 단 기사들은 알고보니 동일한 ‘오픈AI’의 논문에 대해서 쓴 것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코프 체인에서 시작된 확률 게임 거대언어모델(LLM)은 어느날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이 기술의 시초는 물리학 수학 전자공학 경제학 전공자들 사이에는 이미 익숙한 1900년대 초에 발표되었던 ‘마코프 체인’이다. 이는 선후로 발생하는 두 사건 사이에는 확률이 존재하고 이를 잘 활용하면 숨겨진 패턴 법칙을 파악할 수 있다는 유용한 결과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09.25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합법 체류자를 포함한 3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면서 다시 한번 트럼프정부의 무차별적인 이민단속의 무자비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또한 이들이 일주일 동안 갇혀 있었던 구금시설의 반인권적인 상황이 인터뷰를 통해 폭로되면서 이민자 구금 시설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조지아 구금시설의 한국인 인권유린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는 이민자 구금 시설 200여 곳 중 대부분은 정부기관이 아닌 영리업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ICE에 구금된 이민자 중 거의 90%가 민간기업 소유 시설에 수감되어 있다. 이들 중 가장 큰 기업이 GEO그룹과 코어시빅(CoreCivic)이다. 한국 노동자들이 수감된 곳 또한 GEO 그룹이 운영하는 시설이었다. 모든 구금 시설이 법무부 산하 국가 시설인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른 미국이다. 정부의 위탁을
09.24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코어위브(CRWV), 네비우스(NBIS), 인텔(INTC)은 단순한 엔비디아 협력업체가 아니라 운명을 함께하는 ‘혈맹’이다. 서버·클라우드·인프라·CPU와 패키징 등 각자 맡은 영역에서 엔비디아 생태계를 떠받치며 엔비디아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다. 규모를 들여다보면(엔비디아의 8월 말 분기 공시)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2곳이 2분기 매출의 39%를 차지한다. 모건스탠리는 코어위브가 엔비디아 AI 가속기 연간 생산의 약 8% 정도 사용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서 보듯이 이들 네 기업은 엔비디아 칩을 우선 확보하며 수요를 뒷받침하고, 엔비디아는 지분 투자로 이들과 이익을 공유한다. 서로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 되는 완벽한 윈-윈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결속이 강해질수록 엔비디아 제국의 성장동력은 더욱 탄탄해진다. SMCI, 권장 사양 서버 대표 공급사 SMCI(Supermicro Computer)는 데이터센터용 서버와 저장장치, 일체형 서
09.23
지난 8월 이후 트럼프정부는 한국에게 15% 관세 조건으로 350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무리한 요구라면서 수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은 심각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의 압박 속에서 동맹국에 과도한 투자와 양보를 요구하며 사실상 비용 전가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예전의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등장한 관세인상과 ‘미국 우선주의’ 외교로 말미암아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증대하고 있다. 약화된 미국의 경제력으로 인해 이제 달러는 ‘절대적 안전자산’이 아니다. 약달러 기조에 아시아 통화는 안정적 환율 추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8월에서 9월 중순까지 아시아 통화들과 달러 사이에선 대체로 달러 약세 흐름을 보였다. 한국 원화는 달러당 1400원대 초반에서 점진적으로 안정돼 1387원 부근까지 내려왔다. 위안화는 8월 말 7.13대에서 9월 중순 7.10 수준으로 내려왔다. 엔화는
09.22
일본은행은 19일 보유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년부터 연간 3300억엔(약 3.1조원)씩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 장부가격 기준(37조엔)을 고려하면 전량 매각에 걸리는 기간은 112년이다. 일본 언론은 이번 결정으로 아베노믹스의 한축인 금융완화정책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는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실험이 10여년 만에 끝났다는 의미다. 중앙은행이 기업의 대주주 일본은행이 ETF를 매입하기 시작한 때는 2010년부터다. 당시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금융완화의 일환으로 시장에서 ETF를 매입했다. 당초 미미한 수준이던 매입 규모는 2013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취임하면서 빠르게 증가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임명한 구로다 총재는 2013년 이른바 ‘차원이 다른(異次元) 금융정책’을 내걸고 시장에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구로다 총재 취임 전 1조엔
09.19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단순한 의례적 행사가 아니라 양국의 전략적 기술동맹을 제도화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로이터 16일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테크 프로스퍼리티 딜(Tech Prosperity Deal)’을 체결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반도체 통신 원자력 등 첨단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공동 투자와 규제 조율에 나선다. 이번 합의에는 거대 기업들의 직접적인 투자 계획도 포함됐다. 엔비디아는 영국 전역에 12만개의 GPU를 배치하겠다고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310억달러(약 43조원)를 들여 런던 인근에 초대형 AI 슈퍼컴퓨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데이비드 호건 부사장은 “영국을 AI를 만드는 나라로 만들고, AI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나라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협력이 “양측의 경제성장과 국가안보 모두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16일부터 18일(현지시간) 일정으로 진행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상단을 4.50%에서 4.25%로 내렸다. 이는 경기둔화와 고용약화를 고려한 조치로 올해 10월과 12월 회의에서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하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 동향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미시간대학의 소비자심리지수다. 2025년 9월 이 지수 예비치는 55.4로 8월(58.2)보다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2000년 이후 장기 평균인 82.3을 크게 밑돌았다. 구성요소 중 ‘현재 경제상황’보다는 ‘미래기대’ 지수 하락폭이 더 컸다. 응답자 가운데 중·저소득층의 심리가 더 위축되었다. 미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미시간대학의 조사에 응답하는 가계의 체감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 실제로 소비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를 것인가? 그 확률이 매우
09.18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방 지도자 가운데 최고 베테랑이다. 2017년부터 프랑스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줄곧 국제무대를 누벼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해 집권에 성공했으나 2020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4년의 공백기를 거쳐 돌아왔다. 국제무대 다자간 회의에서 경력자는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발휘하기 마련이라 트럼프가 마크롱을 특별히 눈엣가시로 여기는 배경이다. 9월 들어 마크롱은 프랑스 국내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8일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정부 예산을 두고 의회에 신임을 물었다가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마크롱이 지난해 6월 의회를 해산하고 치른 총선 이후 불과 15개월 만에 두명의 총리와 내각이 무너진 셈이다. 유럽 기구에서 잔뼈가 굵은 브렉시트의 협상가 미셸 바르니에 총리, 그리고 이번에는 프랑스 중도정치의 역사를 대변하는 바이루 총리, 둘 다 마크롱의 소수정부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수건을 던지게 되었다. 정부의 불
09.17
4년 차에 접어든 인공지능 시대,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그동안 클라우드 거대 기업들이 엔비디아 범용 그래픽 칩(GPU)에만 의존해 연산 성능을 끌어올리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는 각자의 필요에 딱 맞춘 맞춤형 AI 칩(ASIC,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개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AI 열풍 초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를 폭증시켰다. 하지만 최근 이런 투자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세계 11대 클라우드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24년 55%에서 2025년 56%, 2026년 26%로 급격히 둔화할 전망이다. 칩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AI 칩 성능이 향상되면서 같은 비용으로도 더 큰 연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동시에 초기 투자 대부분이 엔비디아 범용 칩에 몰렸지만, 이제는 맞춤형 AI 칩 도입 비
09.16
미·러 관계에 ‘신중한 낙관주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8.15)에서 실질적 합의는 없었지만 러시아는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무엇보다도 양국이 서로에게서 ‘공동 이익’을 향한 태세 전환 의지를 확인한 것이 큰 성과다. 알래스카 정상 회담은 미·러 관계의 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바이든정부 시기 상호 방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번 모스크바 정상 회담이 더욱 기대된다. 과연 러시아의 ‘외교적 승리’를 선언하는 최종 합의문이 나올지 주목해야 한다. 반면에 트럼프에게 알래스카 정상 회담은 스스로 빠진 함정에서 나오기 위한 출구였다. 트럼프는 당초 베이징과 뉴델리를 통해 모스크바에 효과적인 압박을 가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러시아의 고립이 아니다. 오히려 미·인 관계의 위기와 러·인·중 삼각체제가 가시화됐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대러 제재 이후에는 미국이 대러 압박을 강화할수록 심각한 자상을 입는 ‘제재의 역설’이 발생했다
09.15
캐나다정부는 최근 발생한 항만 철도 우편 등 공공부문노조 파업 때마다 업무복귀 명령이나 ‘강제중재’를 지시하며 개입했다. 국민생활 불편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최근 에어캐나다 승무원들의 파업에서 정부의 개입 효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노동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상 못한 노조의 버티기 에어캐나다 승무원 노조는 지난 6일, 8월 중순 잠정 합의한 단체협약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신입 승무원의 임금 12% 인상안 등에 대해 조합원의 99.1%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단체협상안 부결에도 항공사 노사는 직장폐쇄나 2차 파업 대신 추가협상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승무원들은 앞서 지난달 16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벌였다. 하루 500여편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고, 인천-토론토 노선 등 항공 수요가 많은 여름 휴가철 여행객 수만 명의 발이 묶였다. 패티 하지우 캐나다 노동장관은 파업이 시작된 지
09.12
최근 빌 게이츠의 방한 소식에 3년 전 어느 대학교 강당으로 마음을 옮긴다. 때는 미국 서부 시각으로 2022년 6월 14일 오전 11시다. 장소는 UC버클리의 다목적 공연 시설인 젤러바흐홀이다.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가 왔다. 한 온라인 미디어가 마련한 테크놀로지 행사에 대담을 하러 온 빌 게이츠는 ‘기후위기’에 대한 모두의 관심을 고취하고 30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대담 내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손을 들리라 다짐했던 터라 진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럼에도 먼발치에서나마 빌 게이츠를 만났던 그날은 필자 인생에서 커다란 순간 하나로 남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동안 탐구에 몰두한 인물은 단연 스티브 잡스다. 하지만 필자는 애플 제품을 단 하나도 쓰지 않는다. 매일 MS의 ‘윈도우’로 작업하고 하드웨어는 IBM에서 레노버로 넘어간 ‘씽크패드’를 쓴다. 이런 개인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결국 독서다.
09.11
미국의 요청으로 미국 땅에 우리 돈 9조원이나 들여가며 공장을 짓고 있던 우리 근로자 300여명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가 군사작전 벌이듯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들이닥쳤다. 미국민들이 저런 일을 당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렉스 타바록 조지메이슨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만일 한국이 미국인 수백명을 쇠사슬로 묶었으면 미국인들은 지금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정말 좋은 관계”라면서 “미국 내에 관련 기술을 아는 사람이 부족하다면 외국의 전문가들이 들어와 미국인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율배반이다. 한국으로부터 투자와 기술은 얻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한 노동력은
09.10
“일본 정책금융기관 자금으로 미국 경제와 산업을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명백한 불평등 합의다.”(노무라종합연구소) “일본의 연간 대미 투자액 대비 7~8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현실적이지 않다. 여전히 구체적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향후 커다란 리스크다.”(게이오대학 교수) 노무라, 4가지 문제점 지적 미국과 일본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관세협상과 관련한 대미투자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지난 7월 양국이 구두합의한 내용을 문서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해 15%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된다는 의미에서 일본 내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2029년 1월까지 총액 5500억달러(약 80조엔) 규모를 투자하는 것에 비해 자국이 갖는 실익이 무엇이냐를 두고 부당한 협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이번 합의가 불평등하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국도 구두합의 내용을 조만간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09.09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보트가 지난 8월 29일 공화당에 유리한 의회 선거구 재조정 법안에 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게리맨더를 부여하는 선거구 재조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조치는 전통적으로 10년마다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진행되던 선거구 개편 관례를 깨고 2021년 이후 불과 4년 만에 시행된 것이며, 공화당은 2026년 중간선거에서 최대 5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해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조건부 맞대응 전략을 내놓았다. 즉, 텍사스가 의석을 늘리기 위해 지도를 다시 그린다면 캘리포니아도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지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뉴섬은 오는 11월 4일 주민투표에 붙일 ‘발의안 50’을 추진 중이며,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이 최대 5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선거구를 마련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통상 백악관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역대 사례를 의식하며 하원에서 근소한 과반
09.08
지난 9월 3일에 있었던 중국 ‘전승절’ 행사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질서가 약화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소위 ‘반미’진영의 국가들이 세계 질서의 다극화 혹은 다자질서를 추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중국을 가운데 두고 ‘좌 북한, 우 러시아’가 나란히 서는 장면은 현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소위 말하는 ‘반미 진영’의 대표적인 국가들이 나란히 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이야 미국과의 갈등을 벌이고 있는 직접적인 당사자이고, 러시아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 및 유럽과의 갈등을 겪고 있으니 서로가 미국에 맞서 연대의 힘을 과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북한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강화, 그 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협력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을 넘어 ‘반미’ 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세계무대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중국 러시아 북한은 세계인들 앞에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