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4
2024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온 세계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놀랍게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푸틴 편에 섰다. 한때 제3세계로 불리던 글로벌사우스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자원과 시장, 노동력을 두루 갖춘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신냉전 시대의 캐스팅보트까지 거머쥐는 모양새다.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글로벌사우스를 핵심 의제로 다룬다.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G7정상회의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글로벌사우스를 중대 사안으로 다루는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등 외신들도 글로벌사우스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세계 GDP 40%, 인구 85% 차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글로벌사우스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How
06.13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통해 2020년대를 이끌어갈 유럽 정치지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임기 5년의 유럽의회 선거는 1979년 이후 정기적으로 9와 4로 끝나는 해에 유권자의 직접 투표로 치러졌다. 2019년에 이어 진행된 2024년 선거는 3억5000만에 달하는 유권자가 720명의 의원을 뽑는 민주주의의 대잔치였다. 6월 초 비슷한 시기 막을 내린 인도의 10억여명 유권자보다는 수가 적지만 유럽은 27개국의 국민이 참여하는 다국적 선거로 다양성이 돋보이며 의원수도 인도(543석)보다 많다. 우파 약진했지만 중도협력 계속될 듯 이번 선거를 통해 두개의 커다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의 부상이다. 유럽통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극우세력들은 유럽의회에서 이제 1/4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정도로 세력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민족 중심 시각을 가진 이들 정치집단은 유럽 차원의 협력에는 능하지 못하다. ‘정체성과 민주주의(I&D)’
06.11
필자의 전공은 정치학으로 동남아의 비교정치를 연구 강의해왔고, 오래전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런데 정작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을 느끼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고 그중에서도 역사에 관심이 많다. 베트남 역사를 생각할 때마다 필자는 진한 감동을 느끼고 귀한 교훈을 얻는다. 베트남에 대해 한국인 여행가들이나 작가들이 쓴 대중서를 보면 한결같이 한국과 닮은 것이 많다고 쓰여 있다. 특히 역사는 외침과 외세의 지배, 단일민족과 분단, 내전,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단계들이 많이 유사해 보인다. 양국민이 느끼는 문화적 친밀감도 높아 한국 대중문화는 베트남인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하고 거주하는 나라이며, 심지어 배우자 후보로도 베트남인이 인기 1위를 차지한다. 10여년 전 베트남 주석이 한국을 “사돈나라”라고 불렀듯이 베트남은 한국에게 ‘아주 특별한 외국’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을 전공하는 학자
06.10
몇년 전 일본 출장 중에 야스쿠니 신사를 가 보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가 그렇게 비난할 일이었는지 반신반의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신사는 전몰자들의 위패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태평양전쟁과 아시아 식민지 경영을 정당화하고 일본의 위대한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전시장이 있었다. 분노 속에서 신사를 나왔다. 이렇게 된 것은 2차대전 직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일본을 동북아의 반공기지로 삼고자 제국주의 체제를 거의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범재판을 받던 인물이 총리까지 되었으니 전후 일본은 일본제국을 승계한 꼴이 되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발전하는 한국을 질시하고 강해진 중국은 경계해가며 미국만 붙들고 있게 되었다. 참으로 답답한 이웃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지난 수년간의 한국외교는 이런 일본에게 뭔가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외교정책은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국제정세에 대한
06.07
해마다 봄철이면 캐나다는 극심한 산불로 몸살을 앓는다. 올해도 지난 5월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와 앨버타 등 서부 일부지역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동부 대서양 연안에서는 허리케인과 홍수에 따른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캐나다는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실감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대책도 실제적이다. 특히 온실가스배출 감축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보급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는 각종 정치 경제적 이해타산과 지리적 현실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순찰차가 중간에 멈춘다면 캐나다연방경찰(RCMP)은 연방정부의 정책에 따라 2035년까지 약 1만2000대의 승용차와 트럭을 가능한 많이 무공해 차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는 캐나다 연방정부의 방침으로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목표에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방경찰
06.04
기후변화로 인해 재해가 더 빈번하고 심각해지면서 주택소유자보험 산업이 혼란에 빠졌다. 허리케인과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를 자주 겪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를 넘어 아이오와 아칸소 오하이오 유타 워싱턴 주 같은 곳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대체로 주택소유자보험 수익성이 높았던 북동부 지역에서도 추세가 악화되고 있다. 주택소유자보험 시장은 예전에는 해안지역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3년 전국의 1/ 3이 넘는 18개주의 주택소유자보험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5년 전 12개주와 2013년 8개주에서 증가한 수치다. 중서부와 남동부에는 심한 폭풍과 우박이 쏟아지고 서부에서는 산불이 빈번하게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아이오와를 떠난 보험회사 중 하나인 셀리나 보험그룹 최고경영자 빌 몽고메리는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험료를 충분히 빨리 또는 충분히 높게 인상할 수 없다”고 털어
05.30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은 자유무역시대에서 보호무역시대로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30년 가까운 ‘탈냉전’ 시대에는 자유무역과 경제통합 분위기가 강했다. 이는 구소련이 해체된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협력하며 형성된 경제질서였다. 미국-대만-중국의 경제협력 체계는 반도체 및 전자산업 분야에서 맹위를 떨쳤다. 전자기기수탁제조(EMS)에서 나타나는 미국(팹리스)-대만(파운드리)-중국(현지생산) 분업의 효율 위주 국제협력이 그 사례다. 이를 경제시스템으로 최초로 구현한 이는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의 모리스 창(張忠謀) 전 회장이다. 이 체계는 원청-하청이라는 수직적 분업체계를 수평적 분업 협력체계로 변화시켰다. 이 글로벌 공급망의 자유무역 체계에서 대만과 중국은 최대 수혜자였다. 반면 일본은 수직적 분업체계를 유지한 탓에 새 시대에 맞춘 기술개발과 마케팅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이 시기에 한국도 ‘북방정책’으로 한일관계보다 한중관계를 중시하면서
05.22
잔달리가 승려가 되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1974년, 19세 미국 젊은이가 7개월 동안 인도를 순례한다. 영적 여행을 마친 그는 영국 런던을 경유해 미국 오클랜드 공항으로 귀국한다. 그는 머리를 빡빡 밀었다. 피부는 검게 그을렸다. 인도식 로브(robe)까지 걸친 그를 부모님은 알아보지 못한다. 대학은 일찌감치 자퇴했기에 오리건 포틀랜드로 돌아갈 수 없다. 하릴없이 캘리포니아 로스앨터스 부모님 집에 얹혀산다. 그는 아침에는 명상에 몰입했고 저녁에는 선(禪)을 공부했다. 낮에는 틈틈이 스탠퍼드 대학을 찾아 물리학과 공학 수업을 청강했다. 2년이 흐르고 그는 회사를 창업한다. 동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론 웨인과 1976년 4월 컴퓨터 회사를 설립했다. 지분 비율은 45:45:10이었다. 성공 후에도 구도자 같은 삶 산 잡스 그는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다. 입양되기 전 잡스의 이름은 압둘 라티프 잔달리였다. 잔달리가, 아니 잡스가 승려가 되었다면 애플은 존재
05.21
대선후보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띠면서 모두 여론조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은 선거 직전까지 알기 어려울 거라는 추측과 함께, 각 선거 진영에서는 오랫동안 충성도 높은 유권자층을 공고히 할 것인지 아니면 흔들리고 있는 상대 정당의 유권자층을 끌어올 것인지에 대한 선거 전략을 시시각각 재정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는 이전과는 다른 미국 선거 지형의 균열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지역 –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 이 트럼프에게 표를 주거나, 공화당이 강세였던 지역 – 애리조나 – 에서 바이든이 승리를 가져가게 되면서, 선거 결과의 판도가 바뀌었다. 게다가 이제 히스패닉 이민자 유권자들도 민주당의 안정적 지지 집단으로 간주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선거에서 바이든에 힘보탠 청년표심 이와 함께 현재 각 선거 진영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유권자층은 바로 20~30대 청년들이다. 2
05.14
5월 7일 국내외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을 ‘현대판 차르 대관식’이라 보도하며 ‘종신집권’ ‘신냉전 심화’ ‘북중러 밀착 가속화’ 등의 암울한 미래 전망을 쏟아냈다. 예상대로 보도는 피상적이었고 ‘독재’라는 한 주제에 집중했다. 5선 임기를 완주하면 과거 스탈린의 집권 기록을 넘어서고, 다시 2030년 대선에서 6선에 도전하면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도 넘을 수 있다는 식의 조롱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 언론은 “왜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을 지지하는가?” “도대체 푸틴은 러시아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가?” 등의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너무 안이했다. 서방언론이 놓친 푸틴 취임사 핵심 발언 취임식 발언을 정밀 분석한 보도도 거의 없었다. 취임사에서 ‘독립’ ‘안보’ ‘단결’ ‘통합’ ‘국민의 이익’ ‘다극 세계 질서’ 등 익숙한 언어들을 접한 언론은 취임사를 그저 내부 결집 강화용으로 해석하거나, 오랫동안 강조되었던 단어가 단순 반복된 진부한 취임사로 받
05.13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가장 부유했던 나라는 어디일까? 언뜻 로마제국이나 중국 영국 스페인 미국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놀랍게도 답은 인도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앵거스 매디슨이 서기1년부터 2010년까지 2000여년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국가와 지역별로 분석한 뒤 내놓은 결론이다. 인도전문가인 오화석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 원장은 저서 ‘인도의 시대’에서 매디슨의 연구를 인용해 “로마제국이 가장 강성했던 서기 1세기 무렵 로마의 GDP는 총 251억900만달러로 인도의 336억달러에 비해 85억달러나 적었다”고 지적했다. 오 원장은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은 영국이나 스페인, ‘온 세상의 중심국가’라던 청나라, ‘현대의 로마제국’으로 불리는 미국 등도 일시적으로는 세계 최고 부자국가 지위를 누렸으나 인도만큼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인도는 다시 경제 슈퍼파워가 될 수 있을까? 미국 CNN이 최근 특집기사를 통해 던진 질
05.09
동남아에 관심이 생겨 이 나라 저 나라를 여행하고, 이런 문화 저런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의문이 있다. 이렇듯 형형색색의 나라들이 어떻게 하나의 지역으로 묶여 동남아시아로 불리게 되었을까? 라틴아메리카를 형성한 구교와 이베리아 식민문화, 서아시아를 관통하는 이슬람교, 근대 이후 서유럽을 묶어낸 기독교 계몽주의 산업혁명 같은 복합적이지만 공통된 요소들이 동남아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는 물론이고 유교나 힌두교까지 세계의 모든 종교나 신앙체계가 공존하고, 1200개에 이르는 여러 계통의 언어들이 혼재하며, 여러 유럽열강들의 식민통치를 받고, 동서 냉전 중에는 적대적인 이념들을 정책에 수용했으며, 지금도 상이한 정치체제와 경제발전의 수준을 보여주는 11개의 나라들을 하나의 지역으로 보는 연유가 궁금할 것이다. 동남아에 대한 의문이 이 정도 깊이에 도달한 독자들에게는 현상으로 드러나는 오늘날의 모습이 아닌, 좀더 멀리 동남아의
05.08
‘모든 세대에 대한 공정성’. 캐나다 연방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의 핵심 키워드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모든 세대에 효과적인, 즉 젊은세대가 발전할 수 있고, 이들의 노력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열심히 일해서 내 집을 장만하거나 월세를 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중산층의 삶을 공정하게 누릴 기회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가 예산안을 직접 발표한 이후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 이른바 ‘부자증세’와 관련한 찬반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은 트뤼도 총리가 예산안 발표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한번 등을 돌린 캐나다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형국이다. 0.13% 부자에 대한 증세 자본이득세 변경안의 핵심은 자산매각 등에 따른 수익이 연간 25만캐나다달러(약 2억5000만원, 이하 달러)를 초과하는 개인
05.07
LA한인타운에서 노숙자로 인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상가건물 또는 아파트 앞 화단에 선인장, 대형화분, 조경용 돌 등을 놓는 곳이 늘어났다. LA한인타운을 포함해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늘어나는 길거리 홈리스 텐트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가운데 노숙자 단속 활동에 대한 적법성을 놓고 연방대법원이 심리에 착수했다. 지난해 7월 연방 제9항소법원은 오리건주 그랜트패스시가 공공장소에서 자는 노숙자를 처벌하지 못하게 한 판결을 재심리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그랜트패스 시정부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항소했다. 지난달 22일 연방대법원은 이와 관련한 사안을 심리했다. 법적 쟁점은 대피소가 없는 경우 밖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체포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관들 앞에 놓인 문제는 노숙자 처벌이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 방법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8조를 위반했느냐다. 2018년 미국 제9연방법원은 수정헌법 8조에 따라 아이다호주 보이스시가 대피소 침대가 충분하지
05.02
중동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이란이 이스라엘에 300여발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은 뒤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세계의 관심이 확전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편 미 의회가 마침내 610억달러의 대 우크라이나 원조를 가결했다. 하지만 이 전쟁도 결코 순조롭게 종결될 것 같지 않다. 러시아와 미국이 모두 전쟁에 관여하면서 미중간 전략경쟁에 대한 예측도 더 어렵게 되었다. 미국은 4월 일본 필리핀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남중국해 세력 확장에 쐐기를 박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 쿼드(Quad), 오커스(AUKUS 호주 영국 미국 간 핵잠수함 협력), 한미일 군사협력에 이은 중첩적 대중 견제망이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정세가 더 안정적으로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냉전종식 후 유지되어온 미국의 단극체제가 중국의 부상으로 이제 양극체제로 갈 것인지, 아니면 경쟁과 혼돈을 거쳐 미국의 단극체제로 회귀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
04.30
반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인 납치를 빌미로 시작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는 미 전역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다. 이 지면을 통해 몇차례 보도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한 반대를 인종차별적인 반(反)유대주의와 동일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들도 계속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운동은 이제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더 격화되고 있다. 미국 전역 40개 대학에서 텐트 농성 중 이달 17일 뉴욕 컬럼비아대학 캠퍼스에 텐트들이 세워졌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판하고 대량학살(제노사이드)을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들에 대한 대학기금 투자를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학생들이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등록금과 세금이 인권을 유린하는 데 쓰이는 것을 반대하는 다이베스트먼트(Divestment, 투자철회) 운동은 미국 학생운동
04.26
22개국 70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드로다운 프로젝트’(www.drawdown.org)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에너지 대안들을 소개한다. 각 솔루션은 투입량 자원 산출 등 3단계 검증 과정을 거쳤다. ‘드로다운(DRAWDOWN)’은 지구 대기중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이른 뒤 매년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① 풍력발전 터빈 전세계 전기 사용량 중 육상풍력 비율을 현재의 3~4%에서 2050년까지 21.6%로 끌어올리면 84.6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풍력발전은 ㎾/h당 2.9센트, 천연가스복합발전은 3.8센트,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은 5.7센트다. 비판자들은 터빈이 시끄럽고 보기 흉하며 철새들에게 위험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설계되는 터빈은 날개가 느리게 회전하고 철새 이동경로를 피한다. ② 마이크로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등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 단위로 모아 전력저장소에 저장하고 부하를 관리한
04.25
영국이 자랑하는 무료 건강보험(NHS)이 실시된 지 76년이 지났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데다, 정부의 NHS 지출이 의학기술의 발달에 훨씬 미치지 못해 병원 치료 대기자수가 급증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때 응급실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큰 문제로 부각됐다. 게다가 영국으로 일하러 온 외국인 간호사들이 대거 다른 나라로 이직해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이런데도 집권 보수당은 올해 열리는 총선을 의식해 감세를 단행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하루 38명 사망” “응급실에서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았으면 하루에 38명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왕립응급의대는 이달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2023년 잉글랜드 지역의 경우 1만4000여명이 응급실 대기중에 사망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한주에 268명, 하루에 38명이 사망한 셈이다. 응급치료가 적절한 시간 안에 이뤄졌으면 죽음을 맞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 명확하게 지적됐다. 이 보고서는
04.23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권자층은 바로 히스패닉, 라틴계 미국인들이다. 퓨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계 유권자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했지만, 라틴계 유권자의 과반(59%)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여러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의 라틴계 지지율은 50% 미만, 때로는 40%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민주당원들에 대한 라틴계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민주당은 하원의원 투표에서도 근소한 우위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틴계와 히스패닉계 미국인은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인구 5명 중 1명에 해당한다. 게다가 미국 히스패닉 인구는 2010년 5050만명에서 2022년 6360만명으로 증가했다. 2010년 16%, 1970년에는 5%에 불과했던 히스패닉계는 2022년에는 19%를 차지했다. 히스패닉계는 지난 10년간 미국 인구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04.18
국민의 삶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바로 카리브해에 있는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인구 1100만명의 나라 아이티이다. 현재 아이티에는 대통령도, 의회도, 법원도 없다. 정부는 국민을 대표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권한이 없고 안전조차 제공할 능력이 없다. 2016년 이후 선거가 열리지 않는 아이티에는 아무도 국민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한때 카리브해의 진주로 불리며 세계 설탕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며 번영했던 아이티가 어쩌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폭력적인 갱단의 나라가 된 것일까? 세계 최초 흑인공화국의 영광에서 몰락 아이티의 역사는 극심한 빈곤, 만연한 부패, 독재, 쿠데타, 부채, 폭력, 자연재해 등 고통과 상흔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804년 투생 루베르튀르(Toussaint Louverture) 흑인 지도자에 의해 중남미에서 가장 먼저 독립한 국가이자 세계 최초로 노예제를 폐지하고 수립한 흑인공화국이었다. 그러나 영광의 대가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