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5
2025
반도체 산업의 에코시스템은 크게 설계 제조 장비 소재로 구분되어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설계는 미국이 강하고 제조는 대만 한국 미국 그리고 중국이 리드하고 있다. 그리고 제조 장비 및 소재는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일본은 제조 장비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바로 고도의 정밀하고 섬세한 기술력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WSTS)’에 따르면, 2024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9.0%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5년에는 세계 시장 규모가 12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자동차 스마트폰 컴퓨터 냉장고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 현대 생활에 필수적인 많은 제품에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의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
03.04
올해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지 80년이 되는 해다. 일본언론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패전 80년을 맞아 올해 8월 담화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패전 이후 지난 80년간 고도경제성장기를 통해 번영을 구가하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의 악몽을 거쳤다. 일본정부와 기업은 기나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지만 안팎의 사정은 만만치 않다. 일본은 전후 80년을 맞아 부활을 이뤄낼 수 있을까. “더 이상 전후가 아니다” 1956년 일본정부가 발행한 경제백서 서문에는 “더 이상 전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전쟁의 참화에서 전후 부흥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더 이상 가난한 패전국이 아니라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NB)는 올해 초 ‘쇼와 100년의 교훈’이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쇼와’는 입헌군주국가인 일본의 연호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전 일왕이 재위한 시기를 말한다. 19
02.28
하남의 어느 대형매장에서 100만원대 ‘네임’ 네트워크 인티앰프 소리를 들어보았다. 얼마 전 오디오 전문 유튜브 방송들이 앞다투어 이 앰프로 대형 스피커 울리기 실험을 생중계하듯 내보냈다. 담당 직원에게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I’m A Fool To Want You(나는 바보처럼 당신을 원해요)’를 청했다. 1958년에 나온 빌리 홀리데이 생전의 마지막 앨범 ‘Lady In Satin(공단옷을 입은 숙녀)’의 타이틀곡이다. 수년에 걸친 약물과 알코올 남용으로 전성기 때와는 달라진 빌리 홀리데이의 거친 목소리가 오히려 더 간절한 호소력을 갖는다. 부드러운 클래식 반주를 배경으로 할리데이의 보컬이 슬프게 들린다. 후반부에 나오는 트롬본 연주도 일품이다. 청음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수백만원대 포칼(Focal) 톨보이 스피커를 연결했는데 고음은 뭉개지고 저음은 붕붕거린다. 배경으로 깔리는 오케스트라 연주, 그 앞으로 도드라지는 보컬, 무대 왼쪽에서 흘러
02.27
포르쉐는 ‘꿈의 자동차’로 불린다. 포르쉐는 성능과 감성과 안락함을 두루 갖춘 프리미엄 스포츠카다. 다른 자동차들은 시간이 흐르면 폐차장으로 가지만, 포르쉐는 박물관으로 간다는 칭송을 들을 정도다. 포르쉐의 경쟁 대상으로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이 꼽히기도 하지만, 포르쉐 옆에서는 세컨카로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꿈은 포르쉐다. 포르쉐 최고의 고객은 중국의 부호들이다. 한때 포르쉐 매출의 1/3 정도가 중국에서 나올 만큼 포르쉐의 인기는 높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포르쉐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포르쉐의 모회사인 폭스바겐에 따르면 2024년 포르쉐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도 대비 28% 줄어든 5만6887대에 그쳤다.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으로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는 3% 줄어든 31만718대에 그쳤다. 중국 소비자들이 비야디(BYD)와 샤오펑(Xpeng), 지커(ZEEKR) 등 자국산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눈을 돌리면서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자
02.26
우경화 바람이 거세다. 지난 23일 치러진 독일 총선은 야당인 중도우파 기민당(CDU/CSU: 28.5%, +4.4%) 승리, 극우인 독일대안당(AfD 20.8%, +10.4%) 압도적 부상, 좌파(당)의 선전(8.7%, +3.8%), 그리고 집권당인 사민당(SPD 16.4%, -9.3%)과 녹색당 패배(11.6%, -3.1%), 자민당(FDP, 4.3%, -7.1%) 의회 퇴출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집권당인 신호등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 정당들을 심판했고 야권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나쁜 경제와 불안한 외교안보, 난민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집권당에 대한 냉혹한 평가였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는 2차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선거 이슈와 어젠다가 부상했다. 먼저 경제위기와 혼돈의 국제질서에서 ‘리더(Fuhrer 퓌러)’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는 과거 히틀러를 부르던 단어였다. 히틀러처럼 경제위기를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금기어가 깨진 것이다. 그만큼 독일 경제가 좋지 않다
02.25
지난 수요일(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케네디센터) 이사회 구성원을 일방적으로 모두 해임했다. 여기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인물과 마이크 도닐론 민주당 정치전략가, 카린 장 피에르 전 백악관 공보비서관, 크리스 코지 민주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대신 그는 부통령 JD 밴스의 아내 우샤 밴스와 수지 와일즈 백악관 비서실장 등 자신의 정치적 동맹, 기부자, 그들의 아내를 구성원으로 임명했다. 이사회 구성을 여야 동수로 했던 관행도 깼다.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트럼프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 모든 파격적인 인사는 센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케네디센터에서 전임 이사를 해임하고 자신이 신임 의장을 맡은 첫 사례이기도 하다. 케네디센터는 케네디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1971년 설립된 유서 깊은 공연장이다. 예술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말하자면 국립문화센터로서 미국의
02.18
2월 13일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성소수자 운동을 기념하는 스톤월 국립기념물(Stonewall National Monument) 웹사이트에서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했다. 스톤월 기념물 소개 글은 원래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 전에는 공개적으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LGBTQ+)로 살아가는 것이 거의 모두 불법이었다.” 그러나 2월 13일 오후 아무런 예고도 없이 ‘트랜스젠더’와 이의 알파벳 약자인 ‘T’가 모든 문장에서 삭제되었고 몇시간 후에는 ‘퀴어’와 ‘Q+’도 웹사이트에서 삭제되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하는 단어인 LGBTQ+(레스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는 트랜스젠더와 퀴어가 삭제된 ‘LGB’로 모두 바뀌었다. 이는 트럼프정부가 취임 첫날 발표한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 외 다른 성정체성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에 따라 취해진 조치로 보인다. 스톤월 항쟁
02.17
출가한 지도 만 16년이 되어간다. 물론 여기서 출가란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의미다. 안온한 학교의 품을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새 15년 11개월이 넘었다. 이 가운데 8년을 국외에서 보냈으니 절반 이상 세계를 떠돈 셈이다. 사실 세계는 불교의 시간 개념인 ‘세(世)’와 공간 개념인 ‘계(界)’에서 유래한 단어로 영어 표현 ‘world’의 번역어로 사용된다. 표현이 시작된 배경을 고려하면 세계는 시공간을 의미하므로 꼭 외국을 나가야만 세계인이 되는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이제 한국어 언중은 세계적이라는 표현을 국제적이라는 말과 별다른 구분없이 구사하고 있다. 8년의 국외 생활 중 5년을 이란 테헤란에서 지냈고 3년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냈다. 필자에게 둘의 국제적 연결고리는 맥도날드다. 오랜 시간 경제제재를 받는 이란의 현실이 이방인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았던 사례는 맥도날드의 부재였다. 미국식 세계화의 상징으로 지구 웬만한 곳에 다 있는 맥도날드가 테헤
02.14
현재 전세계 공장에서 430만대의 산업용 로봇이 가동 중이다. 자동차 반도체 건설기계 태블릿 PC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공장 자동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산업용 로봇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5.2%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면서 2023년 419억달러 규모에서 2033년에는 19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로봇시장은 스웨덴 ABB, 일본 화낙(FANUC), 야스카와 (Yaskawa)등 선도기업들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며 AI 통합, 고급 프로그래밍,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설루션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의 화낙은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23%를 점유하고 있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의 세계 리더다. 후지산 기슭, 야마나카 호숫가(山中湖畔)의 54만평의 숲 속에 펼쳐져 있는 본사 및 공장 단지의 외벽부터 로봇, 회사 차량, 직원들의 유니폼까지 기업 컬러인 노란색으로 물들인 광경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노란색을 ‘전
02.13
한국 외교의 숙원중 하나인 시리아 수교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시리아는 유엔 회원국 중 북한을 제외하고 마지막 남은 미수교국이다. 지난 2월 7일 외교부 김은정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시리아를 방문, 알 샤이바니 외교장관과 면담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03년 이후 22년 만에 한국 외교부의 공식 대표단이 방문한 셈이다. 지금이야 아라비아반도의 산유 부국 걸프 왕정이나 이란과 튀르키예가 중동 지역 패권 강국으로 행세하지만 역사 속에서 시리아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아랍 문화의 본원과도 같은 곳이다. 메소포타미아와 페니키아로부터 이어지는 문명사적 존재감은 현대 중동의 문화속에 여전히 숨쉬고 있다. 다마스쿠스는 이슬람 제국의 기틀을 닦은 우마위야 왕조의 수도였고 아랍어, 이슬람 예술, 건축과 문학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현대 아랍어와 문학을 이야기할 때 시리아의 말과 글이 가장 기품 있고 정통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과도한 일반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만
02.11
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다. 누군가를 불러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 준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의 정체성을 들춰내기도 한다. 그러나 개념적 정의라고 하는 이러한 활동은 사실 처음 그 개념을 만든 ‘창시자’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념도 그렇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사고를 분류하는 하나의 관념적 기준에 불과하다. 보수라 함은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보존하는 데에 기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고 진보라 함은 반대로 이러한 기존의 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을 이르는 단어이다. 어느 사회나 보수와 진보는 존재하고 현재의 선진국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보수와 진보 모두의 활동과 기여가 있었다. 보수와 진보의 긴장이 사회발전 조건 어느 사회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건강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02.07
역사상 가장 크고 치열한 무역전쟁은 무엇일까? 아마도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주도한 유럽대륙 봉쇄정책이었을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세계 패권을 다투던 시기였다. 1804년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은 유럽대륙을 평정한 뒤 영국마저 복속시키기 위해 대륙봉쇄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일어선 영국은 해외 식민지를 넓히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부상하고 있었다. 대륙 패권을 쥔 프랑스와 해양 패권을 장악한 영국은 해외 식민지와 무역을 둘러싸고 전방위적으로 충돌했다. 나폴레옹은 1805년 10월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구성해 영국으로 진공한다. 그러나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호레이쇼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해군에게 참패를 당하고 만다. 나폴레옹이 꺼내든 다음 카드는 ‘대륙봉쇄’라는 무역전쟁이었다. 1806년 11월 나폴레옹은 프로이센을 정복한 후 ‘베를린 칙령’을 발표한다. 영국과의 모든 무역과 왕래를 일절 금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12월에는 ‘밀라노 칙
02.06
트럼프 2기의 돛이 펼쳐졌다. 그러면 앞으로 아프리카를 향한 트럼프 2기의 항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프리카를 ‘거지소굴(shithole)’이라 멸칭했던 2017년의 트럼프는 2025년에 이르러서 과연 바뀌었을까? 트럼프 1기는 ‘프로스퍼 아프리카(Prosper Africa)’를 통해 아프리카에 투자하려는 미국 기업을 지원하고,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창립해 아프리카 개발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아프리카를 외면하진 않았지만 재임 4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한 적이 없다. 과연 트럼프 2기는 어떨까? 취임 전부터 트럼프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 이면에는 크게 두가지 의도가 있다. 그린란드에 매장된 ‘광물’, 그리고 ‘중국’이다. 미국정부가 작성한 핵심 광물 리스트 50개 중 대부분은 중국이 공급한다. 이 가운데 43가지가 그린란드에 매장되어 있다. 또한 중국은 파나마와 수교를 맺은 이후 파나마의
02.04
2024 미국 회계연도(2023.10.1~2024.9.30)에 정부 지출과 수입의 연간 격차는 1조9000억달러를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6.6%를 넘어섰다. 지난 50년 동안 GDP의 3.8%라는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미의회 예산국은 밝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3개월 적자는 710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4% 약 2000억달러 증가했다. 지속적인 지출 증가, 세수감소, 금융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해 국가부채가 36조달러를 넘어섰다.올해 1분기 국가채무 이자는 3084억달러로 1년 전보다 7% 증가했다. 올해 연 이자는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 기록을 다시 경신하는 것이다. 올해 정부는 사회보장 국방 의료를 제외한 다른 어떤 항목보다 이자 지급에 더 많은 지출을 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금리인상과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됐다. 관세부터 추가 재정 부양
02.03
지난해 12월 3일 한밤중에 발표된 계엄 뉴스를 듣고 나서 불현듯 1987년 4월 정부가 호헌조치를 발표하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 정부의 발표 내용은 여야가 개헌에 합의하기를 바랐지만 야당의 억지로 합의가 안되니 개헌은 포기하고 현행헌법에 따라 후임 대통령을 뽑겠다는 것이었다. 또 시위대가 공산세력의 사주를 받아 반정부활동을 한다고도 했다. 호헌 발표에 따라 우리 외교관들은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헌법이 얼마나 훌륭한지 외국 정부에 낯 뜨거운 설명을 해야 했다. 필자가 근무하던 브뤼셀에는 두명의 저명한 교수가 파견되어 한국 헌법의 우수성을 알리는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전두환정권은 국민적인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겠다는 6.29선언을 발표했고 외교관들은 이제 개헌의 필요성을 홍보해야만 했다.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 외교관들이 그때처럼 계엄령 선포가 불가피했음을 주재국 정부에 가서 설명해야 하겠구나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계엄령
01.31
이달 초, 거대 산불이 로스앤젤레스(LA)를 휩쓸면서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10만명 넘는 사람들이 대피해야만 했다. 이 화재는 아직도 완전 진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 규모만도 이미 2500억달러를 훌쩍 넘겨 미국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자연재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취임한 지 불과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지난 금요일(24일) 트럼프 대통령은 LA 화재 현장에 직접 방문해 관련 정치인들과 피해 복구를 논의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분노는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화재를 악화시킨 산타 애나(Santa Ana) 강풍도, 비정상적으로 건조했던 날씨도 아니었다. 피해 지역에서 그동안 꾸준히 진행되고 있던 주택 개발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이었던 점을 주목한 것도 아니었다. 바로 물고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8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쓸모없는 ‘빙어’라는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L
01.24
바람처럼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대통령은 과연 어떤 미국을 만들고 싶은 걸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핵심으로 하는 트럼프주의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존경받는 국가로서의 정당한 위치를 되찾을 것이며, 전 세계의 경외심과 찬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위대한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의 이름을 마운트 매킨리로 복원할 것입니다. 그곳이 바로 그 이름이 있어야 할 곳이자 그 이름이 속한 곳입니다. 매킨리 대통령은 관세와 재능을 통해 우리나라를 매우 부유하게 만들었습니다.” 트럼프 롤모델은 매킨리 대통령 트럼프의 롤모델은 매킨리 대통령인 듯하다. 매킨리는 19세기 마지막 미국대통령과 20세기 최초의 미국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매킨리는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과 세계적 대불황의 한복판에서 미
01.23
트럼프 2기 출범을 바라보는 러시아의 속내는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그의 정치적 야심을 반영하기에 ‘기회의 창’을 놓치지 말자고 주장한다. 이러한 ‘신중한 낙관주의’에 반해 미러관계의 조기 정상화 가능성에 환상을 갖지 말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트럼프는 1기 때 훨씬 더 유리한 조건에서도 정상화에 나서지 못했고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러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위기 상황이라는 논거를 들이댄다. 신중한 낙관주의는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경험과 달라진 환경에 주목한다. 그는 8년 전과 비교해 경험 많고 더 노련한 정치인으로 돌아왔다. 1기와 달리 행정부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측근 인사들로 구성됐다. 공화당이 상하원의 다수당이니 의회의 견제도 비교적 쉽게 돌파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제 소신대로 일관되고 결단력 있게 대러 협상을 진행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 게다가 그는 세계를 ‘가치’의
01.22
태양광발전은 밤이 되면 먹통이 된다. 풍력발전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멈춘다. 24시간 발전할 수 없는 태양광과 풍력의 이런 특성을 ‘변동성’ 혹은 ‘간헐성’이라고 한다. 양수발전(pumped-storage hydroelectricity, PSH)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을까? 원전의 잉여전력 처리를 위해 설치해온 양수발전이 태양광과 풍력의 시대에 전기에너지 저장장치로 쓰일 수 있을까? 국제수력협회(IHA) 보고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 새로운 양수발전 사업이 진행중이다. 2030년까지 전세계 양수발전 설비용량은 238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동북아시아(104GW)와 북미(53GW) 지역이 65%를 차지한다. 이어 동남아시아와 호주 24GW, 남아시아 21GW 등이다. 수력발전댐을 양수발전으로 전환하기도 중국은 2020년 기준 31GW의 양수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2030년까지 120GW로 확대하기 위해 55G
01.21
“우리에게 새로운 스타가 생겼다. 스타 탄생 - 일론!” 지난 11월 트럼프가 당선 직후 연설을 하면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특별히 지목해 한 말이다. 일론 머스크는 순자산 4000억달러가 넘는 세계 최고 부자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뒤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그야말로 올인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최근 집계 결과를 보면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직접 설립한 슈퍼팩(Super PAC 정치자금 모금 단체)인 ‘아메리카 팩’에 2억39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그가 트럼프 캠프에 기부한 금액은 2억5000만달러가 넘는다. 직접 유세 지원에도 여러차례 나서며 그야말로 물적 심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힘썼다. ‘킹메이커’ 공로를 인정 받은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 하에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지명되는 등 트럼프 최측근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트럼프 당선으로 얻을 경제적 이익 또한 확실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