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5
2026
동부 아프리카 케냐에 빅토리아 호수가 있다. 호숫가를 따라 수백 개의 작은 촌락들이 형성돼 있고 주민들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한다. 전기가 들어오는 촌락이 별로 없지만 이들은 열렬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들이다. 마을 한 쪽에 선술집 펍이 있고 유일하게 전기를 쓸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주민들이 모여 TV로 경기를 시청한다. 지난달 중순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승자가 됐을 때 이 펍은 함성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케냐 대통령도 소셜 미디어에 아스널의 승리를 축하했다. 과거 식민지였다고 해서 영국 프로축구에 열광하는 게 아니다. 영국의 1부 프로축구 EPL은 수출품이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191개국이 이 경기를 시청한다. 평균 시청자수도 7억명으로 미국이 자랑하는 미식축구 최종 결승전 슈퍼볼보다 3배 정도 많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축구 클럽 간의 빈익빈 부익부도 점차 커지고 제재도 상위 클럽에 관대하다. 우수
06.24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세계 금융 대통령’으로 통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세계 경제의 혈액’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를 조절하는 권한을 지녔기 때문이다. 연준 의장이 기침을 하면 세계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연준 의장들, ‘경제대통령’ 권한 휘둘러 월가에는 역대 연준 의장의 힘을 보여주는 전설들이 여럿 전해 내려온다. 최장수 연준 의장인 윌리엄 마틴(1951년 4월~ 1970년 1월 재임)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술 단지)을 치우는 것이 연준의 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연준이 경기과열 조짐에 브레이크를 거는 악역을 떠맡아야 한다는 말이었지만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지녔음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했다. 중동 오일쇼크 와중에 연준 의장 자리에 오른 폴 볼커(1979년 8월~1987년 8월)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무려 20%까지 끌어올렸다. 1981년 6월의 기준금리 20%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금리로 기록돼 있
06.23
세계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휩싸여 있다. AI의 수혜주로 불리는 ‘삼전닉스’의 수직 상승 덕분에 코스피도 얼마 전까지는 꿈이었던 9000대를 손쉽게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나라 전체의 실질 GDP도 전기 대비 1.8% 성장했다.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을 중심으로 파업에 돌입할지 모른다고 온 나라가 걱정하던 게 딱 한달 전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노사가 타협해 한 시름 덜었지만 이번엔 반도체부문의 성과급이 1인당 6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온 사회가 몸살을 앓았다. 한번 앓고 만 것으로 치부하지 않으려면 그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문제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짚어두어야 한다. 배고픔보다 배아픔이 더 하다고, 파업을 볼모로 엄청난 보상을 따낸 삼성 노조에게 많은 사람들이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경제를 후퇴시키고 자본주의를 파괴한다고 노조 혐오를 숨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짝을 이루는 많은 관계가 그러하듯 노사관계도
06.22
종전을 위한 14개 항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개전 106일 만이다. 앞으로 60일간 양측은 안건별로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하나하나 만만찮은 의제들이다. 의제 설정은 상황 파악의 척도다. 그 점에서 미국이 우위라 할 수 없는 양해각서다. 미국이 요구했던 기준점에서 상당히 물러난 모양새고, 오히려 이란의 의지가 관철된 의제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을 선제타격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체제 교체에 사실상 실패했다. 바라던 시민봉기도 없었다. 이란 해군과 미사일 자산 등 재래식 전력 역량을 약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란 비대칭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드론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고, 무엇보다 호르무즈의 실질적 봉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양해각서 14개 항목을 찬찬히 살펴보면 미국은 도대체 이 전쟁을 왜 했을까 갸웃하게 된다. 4월 10일 일시 휴전하고 협상을 타진해 온 양측의 핵심 논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이란의 농축우라늄, 호르무
06.19
5월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만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가 총체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 상태로 들어가 중미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한다”는 말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틀을 무너뜨리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잘 처리한다”는 말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하고, 대만과의 공식관계를 격상하지 말며, 무기판매를 신중히 하고, 대만을 중국 견제 카드로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첫째,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다. 대만의 유엔 가입이라든가 독립국가 승인은 있을 수 없다. 둘째,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급 인사가 대만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셋째,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군사협력을
06.18
#1. 지난 2일, 캘리포니아에서는 주지사 후보를 비롯한 주 단위 예비선거와 로스앤젤레스 시장 예비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선거 뒤에도 개표는 며칠 더 이어졌다. 사실 캘리포니아의 개표·검증절차 지연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 주는 모든 등록 유권자에게 우편투표지를 보낸다. 선거일인 6월 2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지가 각 카운티 선거당국에 6월 9일까지 접수되면 집계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추가 서명확인과 보완절차도 거친다. 투표권 보장과 검증을 우선하는 제도가 개표시간을 늘리는 셈이다. 그런데 그 시차는 정치적 의혹의 빈틈으로 바뀐다. 우편투표 집계 이후 앞서가던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자 트럼프와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다시 조작과 부정선거 의혹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절차상 필요한 지연이 조작 정황처럼 소비되고, 행정의 신중함마저 의혹의 근거로 제시됐다. 2026년 미국 선거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정상적인 행정절차마저도 불신의 상황으로 바뀌는 현실이다. #2.
06.17
일본기업의 대미투자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과거의 미국 투자는 자동차 공장을 세워 무역마찰을 피하고 현지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에너지 전력망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철강 반도체소재 광섬유까지 미국 산업기반의 핵심부에 들어가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미투자의 성격이 ‘공장 진출’에서 ‘산업동맹’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미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일본의 대미 직접투자 잔고는 8192억달러로 미국 내 투자국 가운데 6년 연속 1위였다. 2025년 미국 내 신규 외국인 직접투자에서도 일본은 505억달러로 독일의 267억달러, 캐나다의 235억달러보다 앞섰다. 미 산업기반 핵심부 3개 지역에 집중 일본기업의 대미투자를 지역별로 보면 세 개의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첫째는 남동부와 중서부의 자동차·배터리 벨트다. 켄터키 인디애나 앨라배마 테네시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덴소 등 완성차·부품기업이 밀
06.16
중국의 반도체 자립(반도체 굴기)을 상징하는 양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가 모두 2026년 하반기 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科創板, STAR Market)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번 IPO를 통해 약 295억위안(약 6조5000억~7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이는 과창판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60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와 CXMT의 상장 추진은 단순한 기업공개 뉴스가 아니다. 이것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권력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신호다.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을 추월했고, 2000년대 한국이 일본을 밀어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중국이 한국·미국 중심의 메모리 질서에 도전하는 3번째 메모리 빅뱅의 초입에 서 있다.
06.15
일본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저출생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지방대학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도쿄 소재 대학의 신입생 정원 규제를 두고 논란이다. 일본 정부는 2027학년도를 끝으로 10년 한시적 조치의 연장 여부를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학생들의 학습기회가 제한된다”며 규제 해제를 요구했다. 지역 소멸위기, 지자체 대학 살리기 일본 문부과학성은 최근 전국 47개 광역 자치단체별 ‘자기지역 대학 진학률’이 상승 추세라고 발표했다. 이 통계는 각 지자체 소재 고등학생이 지역내 대학에 얼마나 입학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기 지역 대학 진학률은 약 45%로 2002년(약 40%)에 비해 증가했다. 직전 조사인 2016년에 비해 진학률이 상승한 곳은 47곳 가운데 34개 지역에 달했다. 홋카
06.12
커다란 인물을 다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리에게는 커다란 인물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인물을 커다랗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한 걸까. 예전에는 당연히 전자라고 여겼지만 요즘에는 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세계적으로 성장한 인물의 서사에 관심이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며 얻은 수확은 ‘커다란 인물을 다루는 커다란 인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월터 아이작슨’이다. 하버드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남부 뉴올리언스 출신의 유대인, 타임 편집장을 지내고 CNN 사장을 역임한 성공한 저널리스트…. 그를 정의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아이작슨은 누가 뭐래도 미국을 대표하는 전기작가다. 그는 헨리 키신저, 벤자민 프랭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썼다. 실리콘밸리의 혁신가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는 그에게 직접 전기 작업을 부탁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이 쓴 조각글을 모아내며 아이작슨에게 소개 서문을
06.11
올해 베트남은 ‘도이머이’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지 40주년을 맞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불과 40년 동안 베트남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는 과거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고도성장에 비견될 만하다. 더욱이 사회주의 일당체제를 완강히 유지하면서 시장경제의 성공적인 도입과 경제발전의 확고한 견인을 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중국과 베트남 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 중동 위기, 동아시아와 아세안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작금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베트남이 일궈낸 성장과 번영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은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과 유연한 외교전략이 결합해 만들어낸 베트남판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도이머이’가 바꾼 베트남의 40년 1986년 12월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당대회에서 채택되었던 도이머이는 당시 극심한 경제적 빈곤과 국제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절박한 생존의 선택이었다. 도이머이 초기 베트남의 발전전략이 저임금
06.10
소프트뱅크(SBG)가 주도해 설립한 인공지능 신규회사 ‘일본 AI 기반모델 개발(Japan AI Foundation Model Development)’에는 현재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NEC 혼다 소니 미쓰비시UFJ은행 일본제철 아사히카세이 후지쯔 야스카와전기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이 강점을 보유한 제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Physical AI)’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산업계 전반에 걸친 폭넓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투자 플랫폼, 소프트뱅크그룹 SBG는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현재는 AI, IoT, 핀테크, 차세대 인프라 등 미래성장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26년 6월 1일에는 시가총액이 토요타자동차를 넘어서며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었다. 이는 일본 증시의 중심이 전통 제조업에서 AI·디지털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
06.09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넉달째에 접어들면서 처음으로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하원은 현지 시각 6월 3일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전쟁권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을 철수시키거나, 아니면 전쟁 지속을 위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정식으로 요구한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민주당이 전쟁권한 결의안을 상정했지만 다수당인 공화당의 저지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란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례적으로 공화당 소속 4명의 의원(토머스 매시,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톰 배럿, 워런 데이비슨)이 민주당에 가세해 결의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 전쟁에 균열 간 공화당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에 따르면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이 개시된 경우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이를 종료해야 한다. 군 철수를 수행하기 위해 30일 연장을 요청할
06.08
요즘 우리나라에서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중고생들도 부모님들에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선물로 사달라고 한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한국증시 시가총액의 과반을 넘어서는 현실에서 이 두 회사의 향방에 국가와 국민 경제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회사의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우리나라의 경제가 달려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현재 삼성전자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매우 높은 이익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고성능 DRAM(동적 랜덤 접근 메모리), 기업용 솔리드 스트레이트드라이브(eSSD)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군, 그리고 전반적인 메모리 ASP 상승이다. 다만 현재 메모리 시장의 부족은 모든 제품군이 동일하게 부족한 형태라기보다 AI 하이퍼스케일러 투자가 HBM, 서버용 고성능 D램(RAM), 기업용 eSSD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결과다. 이에 따
06.05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앞으로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도전으로 인공지능(AI)를 지목해왔다. 2015년 출간한 ‘호모 데우스’에서 그는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었다. 2024년에 펴낸 ‘넥서스’에서는 “AI는 단순한 도구인가, 아니면 새로운 행위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얼마 전 하라리가 새로운 질문을 또 하나 던졌다. “AI가 인격을 지닐 수 있을까? 법적 인격을 얻은 AI는 어떤 일을 벌일까?” AI 인격체 움직임에 대한 하라리의 경고 하라리는 지난달 26일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 ‘에즈라 클라인 쇼(The Ezra Klein Show)에 출연해 기술기업들이 AI를 법적 인격체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하라리는 “미국 법 체계에서는 인간이 아니어도 법적 인격체가 될 수 있다”면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들이 하나의 인격체로 기능하고 있다”라고 설명
06.04
최근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화려한 자산시장과 팍팍한 실물경제 사이의 현격한 괴리감’이다. 자산시장의 대표주자인 미 증시는 여전히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혁신 기대감을 동력삼아 쉼 없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S&P500 지수 내 IT 및 통신 서비스 업종 비중은 이미 40%를 돌파했고,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 전망치 중 절반이 AI 관련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빅테크 주도의 장세는 실물경제마저 견고할 것이라는 시장의 착시를 불러일으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한다. AI 호황 뒤의 금리 상승 경고음 화려한 주식시장의 이면에는 글로벌 자본 흐름의 기저를 형성하는 미 국채 10년물과 30년물 장기금리 상승이라는 이상신호가 함께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5월 말, 글로벌 채권금리의 기준점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연 4.5%를 넘어섰고, 초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연 5% 벽을 돌파하며 2007년 이
06.02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지난달 21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대체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동 정책 전반의 개편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AI 기술 확산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와 일자리 감소에 대비하고 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행정명령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정부 기관들은 학계, 노동단체, AI 업계와 협력해 직원을 대체하는 대신 직원을 유지하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연구하게 된다. 또한 이번 명령은 고객 서비스 담당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케팅 및 영업 인력 등 AI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화이트칼라 직군을 대상으로 직업 재교육 및 기술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뉴섬 주지사는 모든 주민이 기업 주식 채권 국부펀드 등 생산적 자산에 대한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기본자본 제도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지시했다.
06.01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관계를 심화하고 우호·선린·협력을 강화할 추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국내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끝난 지 불과 나흘 만에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에 주목해 미중, 중러 정상회담의 ‘연관성’을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두 정상회담은 별개의 외교적 사건으로 봐야 한다. 첫째, 푸틴 대통령의 5월 말 방중 일정은 이미 2월에 확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은 당초 3월이었다가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5월로 변경되었다. 즉 두 사건의 ‘연관성’에 대한 과도한 상상은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야를 흐리게 할 뿐이다. 둘째, 9년 만에 대통령 자격으로 다시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에만 무려 25회째 중국을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셋째, 양자관계의 성격 자체도 달랐다. 미중관계는 전략경쟁과 상호견제의 성격을 갖지만, 중러관계는
05.29
트럼프의 고율 관세정책과 지정학적 갈등 확대는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격변의 시대 속에서도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오히려 존재감을 확대하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등 일본 3대 종합상사는 오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력, 위기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공급망 재편과 AI·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투자의 리사이클’ 전략,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상사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함께 성장해오며 현재 에너지 금속자원 기계 화학 식량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 거대하면서도 치밀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원 에너지 LNG 전력 등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 강한 영향력을 구축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셰일가스 기업 에이선에너지(Aethon En
05.28
지난 4월 중동전쟁의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밀레이 취임 후 세번째 이스라엘 방문이었다. 한 국가가 특정 우방과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처럼 국제질서에서 제한된 영향력을 가진 중견국의 외교적 핵심은 가능한 한 많은 외교적 공간을 유지하고 국가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밀레이의 이념화된 외교적 행보가 아르헨티나의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에는 강한 신뢰를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유럽과 중남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는 불필요한 부담과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 보면 밀레이의 친미·친이스라엘 외교는 이념적 선택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는 국제정치를 “서방문명 대 반서방세력” “자유세계 대 사회주의” “문명 대 테러”라는 구도로 설명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는 유대-기독교 문명과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며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