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0
2026
인간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선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태어난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는 수만년에 걸쳐 전 지구로 그 영역을 넓혔다. 지구를 정복한 호모사피엔스는 이제 대기권을 넘어 우주로 그 경계를 넓히고 있다. 지구별을 떠나 새로운 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우주 탐험은 미국과 소련 간 경쟁에 의해 주도됐다. 소련이 한발 앞섰다. 1957년 10월 4일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렸다. 이어 1961년 4월 12일 소련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돌았다. 미국은 곧 소련을 추월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미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이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 인간은 이제 달을 너머 또 다른 별을 바라본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2016년 9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제67회 국제우주항공
04.29
중동에서 전개되고 있는 군사충돌은 선전포고 없이 시작되었지만 에너지와 해상 물류를 동시에 흔들며 세계경제 전반에 즉각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 에너지 수송로의 불안정은 곧바로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돼 원유와 LNG 가격 상승은 전력비뿐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 가격까지 밀어 올린다. 특히 나프타를 비롯한 화학원료 비용 증가는 플라스틱과 합성소재, 반도체 공정 소재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에 해상운임 상승과 공급지연이 겹치면서 공급망은 더이상 효율을 위한 경제적 장치가 아니라 충격을 견디고 단절을 회피하기 위한 안보인프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쟁을 무력충돌에다 산업과 경제가 결합된 구조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소환되는 개념이 ‘군산복합체’다. 이는 전쟁을 움직이는 힘이 군 내부가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군산복합체라는 개념은 본래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1961년 1월 퇴임 연설에서 군
04.28
중국이 아프리카를 향한 경제외교의 수위를 한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월 14일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 53개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5월 1일부터 전면적인 무관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부 국가에 한정해 제공하던 혜택을 사실상 수교국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다만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는 에스와티니는 제외됐다. 이 대목만 보아도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상 확대가 아니라 분명한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경제와 외교를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결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겉으로 보면 이번 선언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시장 접근성을 넓혀주는 호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단지 관세인하로만 읽어서는 안된다. 이번 무관세 확대는 중국이 아프리카를 자국 중심의 경제사슬 안으로 더 깊이 편입시키려는 장기전략의 한 장면이다. 중국은 관세혜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물류와 금융, 산업단지와 디지털
04.27
지난 4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 8년 만에 다시 인도를 국빈방문했다. 취임 후 1년도 되지 않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그것도 세계가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출렁이는 지금 왜 하필 인도였을까. 국제질서가 제대로 작동하던 시대에는 규범과 제도가 위기의 속도를 늦추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규범은 흔들리고, 공급망은 갈라지며, 해상 교통로는 불안정해졌다. 충격은 더 빠르게 번지고 위험은 더 멀리 퍼진다. 이런 시대에 불안정한 질서 자체를 함께 견뎌낼 파트너를 찾는 것은 중대한 과제다. 인도는 그 드문 나라 중 하나다. 흔들리는 세계와 인도라는 안전망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 젊은 인구구조, 디지털 역량과 과학 기술력, 제조업 육성 의지, 에너지 전환, 우주와 해양 전략까지, 한 나라 안에 미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나라다. 세계 각국의 자본과 기업이 인도를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월에는 유럽연
04.24
2026년 2월 28일 아침,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동시 공습으로 시작된 미-이란 전쟁은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충격과 당혹감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파장은 유럽의 나토(NATO) 국가나 일본 한국 등 미국의 우방국은 물론, 미국과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나라들에도 똑같이 미쳤다. 공습 개시 39일 만인 4월 7일 휴전에 들어간 이 전쟁이 이쯤에서 끝나든 안 끝나든 향후 각국의 외교정책과 국제정치, 나아가 세계질서에 끼칠 영향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아세안과 동남아 국가들도 이번 전쟁의 충격과 피해를 실감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에 정치적·심리적 상처 남겨 이번 전쟁은 동남아 국가들에 유가폭등과 물류마비 같은 경제적 피해 수준을 넘어서는 깊은 정치적·심리적 상처를 남겼다. 전쟁 개시와 수행 전 과정을 통해 보여준 미국의 일방주의는 아세안과 회원국들이 소중하게 키워온 ‘아세안 중심성’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또한 미국 스스로 내세워 온 ‘규칙기반의 국제질서’라
04.23
이란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여론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미국인은 오랫동안 이란의 핵무장을 원하지 않았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조사들을 분석해 보면 미국 여론은 2000년대 말부터 이란 핵 문제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2009년 조사에서는 군사행동 위험이 따르더라도 이란의 핵 개발을 막는 편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61%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2012년(58%)과 2013년(64%)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인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핵을 보유한 이란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군사행동이 시작되면 달라진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올 2월 말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공격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27%, 반대가 43%, 유보가 29%로 나타났다. 이어 입소스의 3월 말 조사에서는 목표를 모두 이루지 못하더라도 개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지난주 조사에서도 이번 군사행동이 가치 있었다는 평가는 24%에 그쳤지
04.22
물리학의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는 세 힘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 안정된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류츠신의 소설 ‘삼체’나 동명의 영상 시리즈가 이 불안정성을 모티프로 삼았다. 재앙은 이미 요동치던 체제가 마침내 자기 파국의 얼굴을 드러낼 때 찾아온다. 지금의 국제질서가 딱 그렇다. 세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본질은 미국이 설계했으나 이제는 미국 자신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불안정한 체제 그 자체에 있다. 문제는 그 체제의 핵인 미국이 이제는 도리어 그 불안정을 앞장서서 증폭시키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규칙 설계자에서 파괴자로 한때 미국은 세계 규칙의 설계자였다. 자유무역과 자본이동의 자유, 동맹과 다자주의, 그리고 달러를 축으로 한 국제통화질서가 미국의 ‘삼체’다. 미국은 만들었고 다른 나라들의 순응을 요구했다. 지금의 미국은 자기가 만든 규칙을 흔드는 파괴자가 됐다. ‘삼체’가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04.21
“빌어먹을(fucking) 해협을 열어라, 미친 놈들아(crazy bastards). 그러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오늘 밤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다.” 종전협상 중인 이란을 향해 협박과 저주를 넘어 저속한 욕설까지 내뱉은 트럼프는 전쟁에 비판적인 교황을 향해서도 선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하는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12시간 만에 삭제하기도 했다. 이런 극단적 발언과 기행은 단순히 트럼프 특유의 도발적이고 충동적인 스타일을 넘어 그의 인지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정치는 2016년 첫 대선 도전 때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기성 정치권을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Fake News)’로 호도하면서 이를 타파할 ‘아웃사이더’ 이미지와 막말로 지지자들을 규합해 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04.20
국제질서의 대혼돈을 초래한 중동전쟁이 출구를 찾고 있는 시점에 미중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4월 15일 미국이 중동전쟁 발발 후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실시한 러시아 및 이란 산 원유 구매 허가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정책은 아니다. 그런데 발언 중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와 이란과의 금융거래에 대해 경고하고 중동전쟁 중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였다고 비판한 것이 미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중동전쟁에 미중관계마저 불안해지면 국제질서는 정말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베센트 발언, 중국 겨냥한 압박일까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트럼프가 이란이 협상장으로 나오는 데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이 갑작스러운 상황은 다소 당혹스럽다. 중국은 이란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
04.17
막대한 부채와 금리 부담에 짓눌린 정부가 우주 개발의 주도권을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장기 투자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국가 프로젝트는 속도를 내기 어렵고, 재정 제약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우주 산업의 중심축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 국가가 독점하던 영역을 이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다음 우주 경쟁’은 사실상 기업 간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가 프로젝트’의 구조적 한계 파이낸셜타임스(FT) 2월 기고에서 과학 칼럼니스트 안자나 아후자는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기술적으로도 여전히 어려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는 달까지 약 38만4000km를 왕복하는 고난도 임무로, 연료 충전 시험 중 수소 누출이 발생하는 등 기술적 문제로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비용은 더욱 심각하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10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단일 발사 비용도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 칼럼
04.16
미국과 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필자는 쉴 새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다. 한강을 따라 달리다가 중랑천으로 빠졌다. 반기마다 외국어 말하기 시험을 보러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대학으로 간다. 진급에 필요한 점수를 땄지만 대학 캠퍼스가 주는 설렘과 자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험에 응시한다. 하천을 빠져나와 도심으로 합류할 시간이다.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길을 걷는데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 앞에 있다. 이란 거주 5년 구력이 남았는지 스카프 색깔과 뒷모습만 보고도 이란에서 온 사람임을 직감한다. 그의 이름은 ‘자흐라’로 서울 어느 공과대학 교수로 일하는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다고 했다. 이란 수학 환경에서 성장한 ‘미르자하니’ 우연찮게 겪은 이 일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세계적인 이란인 여성이 떠올랐다. 그는 2014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마리암 미르자하니(Maryam Mirzakhani)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 역사에서
04.15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사회는 빠르게 입장을 내놓는다. 유럽은 안보를 이유로 중동은 생존을 이유로 분명한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중남미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중남미 어느 나라도 이 분쟁에 대해 격렬하게 규탄하거나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자처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국가들이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나 그 언어는 대체로 원칙적이고 절제되어 있다. 또한 미주기구(OAS)나 중남미국가공동체(CELAC)와 같은 주요 지역기구들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침묵’이라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도덕적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경제와 외교 그리고 사회 내부의 균형을 고려한 계산된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침묵과 절제된 발언으로 불확실성 관리 중남미는 역사적으로 강대국 간 갈등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비동맹의 전통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이는 단순히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
04.14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에 비해서 비정규직에 훨씬 (임금을) 더 적게 주는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좋게 얘기하면 ‘능력주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선발돼서 좋은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왜곡이다.” 민주노총이 이에 대해 수긍했는지 항변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번의 선발로 지위와 대우가 결정되고 이것이 선발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겨 주는 것은 사실인 만큼 노동계에게는 뼈아픈 지적이다. 이 지적에 공감한 일반 시민들도 적지 않으리라. 하지만 능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은 따로 있다. 능력주의는 다른 말로는 ‘메리토크라시’라고도 하는데 이는 출신이나 신분이 아닌 개인의 능력이나 실적에 근거해 사회적 지위와 보수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이나 실적이 타고난 소질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04.13
잇따른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기존 석유·가스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주요 경제권들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러시아의 노르드스트림 천연가스관 차단은 세계 경제의 동맥을 조이는 일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재생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안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등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IEA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가 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재편하는 구조적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화석연료 의존이 만들어낸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에
04.10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까닭은 뜻밖의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업무 상 세종에 갔다. 회사 생활을 꽤 오래 했지만 어쩐지 세종에 갈 일이 없었다. 점심에 시간이 비어 아끼는 후배 둘에게 연락을 했다. 둘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근무할 때 맺은 인연이다. 국가공무원인 이들은 두 해 전 미국 서부로 출장을 왔다. 당시 실리콘밸리 근무 중이던 필자는 혁신생태계를 소개하는 일을 맡았고 3년 동안 발굴한 아지트를 총동원했다.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는지 한국에 와서도 인연은 계속됐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후배가 묻는다. “그런데 혹시 이거 읽어보셨어요?” 선물 받은 책 제목은 '왜(WHY)의 쓸모'였다. 처음 보는 책이었으나 사회학 전공자로서 미국의 저명 사회학자 ‘찰스 틸리’가 저자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동했다. 책을 펴자마자 서지 정보부터 본다. 한국어 번역본이 나온 건 작년이지만 책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사실 이 책은 2004년 틸리가 ‘사회학이론’
04.09
영국은 대표적인 양당제 국가다. 창당 190년이 넘은 보수당과 20세기 초 노동자 권익을 위해 지식인들이 만든 노동당이 2차대전 후 번갈아 가며 집권했다. 소선거구제가 양당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이런 영국이 점차 다당제 국가로 변모중이다. 다당제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럼에도 영국의 정치변화와 맞물려 다당제가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의 집권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 35세 배관공 당선이 부른 녹색당 돌풍 지난 2월 26일 영국 북부의 맨체스터 시 보궐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2차대전 후 줄곳 노동당의 아성이었던 고튼앤덴튼 선거구에서 신생 녹색당 후보가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금배지를 단 35살의 한나 스펜서는 배관공으로 일해오다 3년전 구의회 의원이 됐다. 그는 승리가 확정된 후 “저는 배관공입니다. 정치인이 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제 몫을 받지 못하고 이들의 노동이 다른 사
04.08
중국 경제를 설명하는 서사는 두 갈래로 기울어 있었다. 하나는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인구구조 변화를 근거로 중국 경제의 둔화를 말하는 서사였다. 다른 하나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을 견제의 대상으로만 읽는 서사였다. 그러나 중동전쟁은 이 두 프레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중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가. 그 충격을 흡수하며 버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중국 경제를 보는 기준은 낙관이냐 비관이냐가 아니다. 취약한 면과 버티는 힘이 함께 드러나는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러 분석도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대가는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본다. 중동전쟁은 중국 경제를 즉각 무너뜨린 사건도, 중국에 일방적 반사이익을 안긴 사건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중국 경제의 약점과 저력을 동시에 비춘 거울에 가깝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과거처럼 높은 성장의 탄성으로 외부충격을 흡수할 국면이
04.07
중동전쟁의 여파로 일반 무연 휘발유 전미 평균가격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쟁 시작 전 평균 가격이 2.98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상승세다. 에너지 분석가들은 4달러라는 가격표가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한다. 유가가 이 수준에 도달하면 소비자의 행동양식이 변하기 시작한다며, 불필요한 운행을 줄이고 연비 효율이 높은 차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30조달러 규모의 거대 경제체제인 미국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거대 경제 체제 역시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상황이 불안정해지는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의 핵심인 디젤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에너지 거물들의 경고 하지만 갤런당 4달러라는 고유가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난 3월 말 세계 에너지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석유 및 가스 기업의 CEO들이 에너지 컨퍼
04.06
정밀 X선 기술 구축한 리가쿠 홀딩스 1951년 창립 이후 X선 회절(XRD)과 형광 X선(XRF)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리가쿠 홀딩스(Rigaku Holdings)는 나노 수준에서 재료와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개발과 제조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정의 품질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계측 없이는 제조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가쿠가 속한 정밀 X선 분석기기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매력적인 구조를 지닌다. X선 광학기술, 고정밀 고니오미터 제어, 나노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알고리즘은 장기간의 연구개발 없이는 모방이 어렵다. 또한 고객 측면에서도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매우 크다. 단순한 장비교체를 넘어 핵심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자산, 컴플라이언스 체계까지 깊이 통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업무 전반을 장악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스마트랩 스튜디오II(SmartLab Studio
04.03
어제(2일) 긴급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압도적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기대와 달리 종전이나 휴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향후 2~3주간 가공할 만한 공습을 통해 전쟁의 목표를 완전히 이루겠노라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2월 28일 시작된 이번 전쟁이 한달을 넘기면서 국제사회는 묘한 역설을 목도하고 있다. 압도적 무력으로 이란을 타격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아직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듯 보인다. 무슨 연유일까? 8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정부가 맺었던 이란핵합의 (JCPoA)를 파기했다. 제재를 즉시 복원하고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에 나섰다. 경제를 흔들어 국민들의 불만이 체제 핵심을 향하게 하는 의중이었다.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노림수였다. 제재는 전쟁을 회피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강압외교의 수단이다. 핵심은 적국 내부의 교란이다. 트럼프의 최대 압박은 통했다.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