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내몰리는 찐윤 “당원 표심 어찌하오리까”

2024-02-16 13:00:46 게재

대통령실·내각 출신 찐윤, 단수공천 못 받고 대부분 경선으로

당원 20~50% 포함 경선 … 지역구 터줏대감과 경쟁서 ‘불리’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 출마할 단수공천자를 추려내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내각 출신의 찐윤(진짜 친윤) 예비후보들은 대부분 경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수공천을 받지 못하고 예선을 치러야하는 운명을 맞는 것. 문제는 경선 방식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당원 20%+국민 80%, 영남권과 강남권은 당원 50%+국민 50%로 경선을 치른다. 오랜 기간 지역구를 갈고닦은 현역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이 당원 투표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찐윤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당원 표심을 어떻게 해야하냐”는 한탄이 터져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서울과 경기, 인천, 제주, 전북 등에 대한 단수공천자를 발표했다. 총 50명이 단수공천의 영예를 안았다. 권영세 전 통일부장관과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 등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반면 대통령실과 내각 출신의 찐윤 대부분은 경선으로 내몰렸다. 대통령실 출신의 김은혜(경기 성남 분당을) 전 홍보수석, 장성민(경기 안산 상록갑) 전 미래전략기획관, 김기흥(인천 연수을) 전 부대변인, 전지현(경기 구리) 전 행정관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박민식(서울 영등포을) 전 보훈부장관과 이 영(서울 중·성동을)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경선의 부담을 안게 됐다.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의 권오현(중·성동갑) 이승환(중랑을) 여 명(동대문갑) 김성용(송파병) 등도 경선을 하게 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15일 면접을 치른 경기 일부와 충청권, 16일과 17일 면접이 예정된 영남권과 강원권에 출마하는 찐윤도 경선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찐윤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국힘, 정진석 성일종 김학용 신범철 고석 등 12명 추가 단수 공천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8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여권 고위인사는 15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공관위에) 이기는 공천을 해달라는 주문을 할 뿐 공천과 관련된 어떤 사적 요구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내가 (공천에) 개입하지 않을테니 (공관위도) 누구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당연히 한 위원장은 용산이나 내각 출신을 특별히 배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찐윤이 대부분 경선으로 내몰리면서 이들의 생존율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원 표심 때문이다. 공관위는 서울과 경기, 인천, 호남, 충청, 제주는 당원 20%+국민 80% 비율로 경선을 실시한다. 여당의 양지로 꼽히는 영남과 강남 3구, 강원은 당원 50%+국민 50%로 경선을 치른다. 경선에서 당원 비중이 최하 20%에서 최대 50%에 이르는 것.

대통령실과 내각에 몸 담았다가 지역구에 내려간지 한 두 달밖에 안된 찐윤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당원이 현역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영남권에 출마한 내각 출신 찐윤인사는 15일 “지역구 당원 대부분이 A의원(지역구 현역의원)이 모집한 사람들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하면 내가 어떻게 이기겠냐”며 “내가 아무리 중앙에서 이름을 알렸다고해도 당원들을 상대로한 경선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출마한 찐윤 일부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전언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비교적 이름이 많이 알려진 대통령실이나 내각 출신 인사들도 막상 지역구에 가면, 당원들로부터 ‘누군데 여길 왔냐’는 면박을 당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 지역구에서 뛴 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을 상대하면서 예상 외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찐윤이 예선전인 경선에서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 터줏대감에게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들의 최종 생존율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에 출마한 대통령실과 내각 출신 찐윤은 5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대부분이 경선으로 내몰린 가운데 경선 생존율이 낮다면, 본선을 거쳐 최종적으로 금배지를 달 찐윤은 손을 꼽을만큼 적을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총선 뒤에도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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