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산된 유연근무제'

"일하는 시간·장소 자율선택, 업무 몰입 높인다"

2022-12-07 11:35:32 게재

내일신문, 100개기업 설문조사 … 원격근무제 도입 52%

초과근무 보상 휴가와 금액 … 협업제한·소통부족은 한계

코로나 대유행 전후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근무제를 현재 운영하는 기업은 52%, 시행한지 1~5년된 기업이 74%에 달했다.


이는 내일신문이 11월 24~29일 국내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은 92개사였으며, 유형 중에는 선택근무제를 시행(복수활용 포함)하는 곳이 가장 많았는데 92개사 중 72개사(78.3%)에 달했다.

선택근무제란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 평균 주 40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직원이 출근이냐 재택이냐 선택 = 원격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곳도 각각 47개사(51.1%), 42개사(45.7%)로 조사됐다.

원격근무제란 주거지·출장지 등과 가까운 원격근무용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거나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탄력근무제는 일의 양에 따라 주(일)의 근로시간을 조정해 평균 40시간 이내로 맞추어 시행한다. 어떤 주는 1일 근무, 어떤 주는 6일 근무 등을 통해 평균 주 40시간을 맞춘다.

이 외에 재량근무제는 업무 수행방법을 근로자가 결정하고,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선택+탄력+재량+원격근무제를 모두 활용하는 기업은 SK텔레콤, SK C&C, 포스코, T맵모빌리티, 전자통신연구원(ETRI), 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산업단지공단 등 7개사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원격근무제만 실시했다. 재량근무제만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원격근무제(재택근무형·스마트워킹근무형)를 운영하는 곳은 48개사(52.2%)였다.

LGCNS SK하이닉스 SK텔레콤 삼성전자 전자통신연구원 카카오 네이버 등은 대부분 코로나 이후에 제도를 도입했거나 본격화됐다.

SKT와 KT는 코로나 이전에도 원격근무제도를 시행했다.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스마트워크공간(지사, 공유오피스 등)에서 일하는 경우다.

LX인터내셔널은 근무시간 자율관리제를 적용하고 있다. 개인이 자율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할 것이냐, 재택근무할 것이냐를 선택할 수 있다. 일일 8시간 근무를 전제로 출퇴근시간도 자율로 관리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부서장과 근로자가 협의해 출퇴근 시간을 업무특성에 따라 오전 9시~오후 6시, 오전 10시~오후 7시 등으로 조정 가능하다. 한국생산성본부는 탄력근무제의 일부인 시차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조건으로 출퇴근시간을 자율 조정하는 방식이다.

◆매일매일 출퇴근시간 바꿀 수 있어 = 유연근무제 시행기간을 묻는 질문엔 3~5년 됐다는 응답이 52개사(5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1~2년된 기업이 16개사(17.4%)로 5년 미만 기업이 73.9%를 차지했다.

6~9년 기업은 14개사(15.2%)였고, 10년이상 된 기업은 LG이노텍 CJ온스타일 무역보험공사 생산성본부 에너지공단 표준협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등 8개사(8.7%)였다.

2010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LG이노텍은 "임직원들이 상황에 맞춰 업무 시간과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 해 업무 몰입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2010년대초 정부에서 공공기관 유연근무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처음에는 어린 자녀가 있는 여직원 위주로 제한적 시차출퇴근제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유연근무제 유연화방식은 30분단위(8시 30분, 9시, 9시 30분 등)인 곳이 29개사(31.5%)로 가장 많고, 분단위(8시 10분, 8시 40분, 9시 20분 등)인 곳도 28개사(30.4%)에 달했다.

근로자들에게 유연근무제 신청을 언제 받는지 물어본 결과 매일이라는 응답과 월단위라는 응답이 각각 26개사(28.3%)로 똑같았다.

이와 함께 주단위 22개사, 1년단위 3개사(LG전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오비맥주), 분기단위 2개사(롯데홈쇼핑 산업기술평가관리원)였으며, 13개사는 기타로 응답했다.

표준협회는 별도 신청기간 없이 매일, 월단위 또는 분기단위로 신청할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출근시간이 기록되며 자동으로 9시간(점심시간 1시간 포함) 뒤로 퇴근시간이 산출되는 시스템이다. 초 단위까지 인식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근무시간을 회사 시스템에서 볼 수 있으니('오늘의 퇴근시간'이라 표시) 정시 퇴근이 자연스레 정착됐다"고 소개했다.

아모레는 코어근무시간 이외에는 언제든지 출퇴근이 가능하다.

◆네이버·카카오·컬리는 10시 출근 많아 = 근무시간 유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근로시간 8시간, 점심식사시간 1시간 포함)까지인 곳이 92개사 중 55개사로 59.8%를 차지했다. 오전 8시~오후 5시는 11개사(12.0%)였으며,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은 10개사(10.9%)였다.

가장 출근시간이 빠른 곳은 한화건설로, 오전 7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5시에 일을 마친다. 점심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한화건설은 당초 8시 출근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30분 당겨졌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시국에 대중교통 등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출근시간을 분산하는 차원에서다.

상반기 8시 출근으로 회귀할지 직원 투표를 실시했는데, 7시 30분 출근에 대한 의견이 더 많이 나와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까지 8시간 근무하는 기업은 4곳이었는데, 네이버 카카오 컬리 SK스토아 등 플랫폼 또는 유통물류기업이었다.

네이버 카카오 뿐 아니라 인터넷 게임 기업들은 대부분 10시~19시에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보통 개발자들의 경우 야간에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서비스 업데이트는 이용량이 적은 새벽시간대에 이뤄지기 땜에) 아침시간을 여유있게 활용하려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컬리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 혼잡 피하기가 첫번째 이유고, 개발이나 IT쪽은 사람들 활동 시작 전에 오류 등을 미리 처리하기 위해 8시 출근이 많다"고 소개했다.

◆초과근무 보상은 휴가와 금액 = 초과근무시 보상방법은 휴가 28개사(30.4%), 금액 20개사(21.7%), 휴가와 금액 두가지 모두 활용 44개사(47.8%)로 파악됐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을 묻는 질문(단수 답변)에는 45개사가 일과 가정의 양립 가능(필요에 따른 가정업무 소화)을 꼽았다. 유연근무제 시행기업 92개사 중 48.9%에 달하는 수치다. 이어 직원들 근무만족도 향상(피로도 개선)이 32개사(34.8%)로 많았다. 임직원 자율성 및 창의성 증대 6개사(6.5%), 업무효율 개선(불필요한 회의 감소) 5개사(5.4%), 기타 4개사(4.3%) 등이었다.

유연근무제의 가장 큰 단점(단수 답변)으로는 협업활동 제한(상호 근무시간 확인 필요) 항목을 42개사(45.7%)가 선택했다.

이어 직원관리 어려움과 소통부족·한계(동일시간 근무 감소)라고 응답한 기업이 각각 14개사(15.2%)였다. 업무 비효율(회의시간 조정 등) 8개사(8.7%), 업무 쏠림 현상(개인 편의, 근무시간 조정, 연휴 전일 등) 2개사(2.2%), 기타 12개사(13.0%)였다.

전체 직원 중 유연근무제를 이용하는 사람 비율은 대체로 높았으나 회사업무 특성상 차이가 있었다.

산업단지공단이 전체 직원 576명 중 491명(85.2%)가 활용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교대근무·특정직·계약직을 제외하고 전 직원의 88.7%가 활용한다.

코트라는 1295명중 585명(45.2%)이 활용한다. 한국생산성본부는 20~30%, 지역난방공사 15% 수준이다. 시험업무가 많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이용직원이 5%정도로 적다.

◆도입 안한 곳은 향후에도 시행계획 없어 = 이와 함께 유연근무제를 현재 시행하고 있지 않은 기업 8개사에게 향후 시행계획을 물었다. 이중 7개사(87.5%)가 앞으로도 시행계획이 없다고 답변했으며, 1개사만 시행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시행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이마트 이랜드월드 AK플라자 한양 계룡건설 한국GM 쌍용차 등이었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현재 근로시간으로도 업무진행에 문제없음' 5개사, '고객응대 등 업무협의가 어려워서' 3개사, '근태관리 등 노무관리가 어렵기 때문' 2개사, '수당감소 등 근로자들이 반대' 1개사 순이었다.

유연근무제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이다'와 '그냥그렇다'가 각각 4개사였으며, '부정적이다'고 답한 기업은 없었다.

◆설문조사 참여기업
11번가 CJ온스타일 KT LGCNS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X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SK스토아 SK㈜C&C SK텔레콤 SK하이닉스 가스공사 가스안전공사 기아 네이버 롯데쇼핑 맥도날드 무역보험공사 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산업기술진흥원 산업단지공단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전자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아모레퍼시픽 애경케미칼 에너지공단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제일제당 지마켓 지역난방공사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포스코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현대위아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대기업 56, 중견기업 17, 준정부기관 9, 공직유관단체 및 협단체 7, 기타 공공기관 7, 공기업 4개 등 총 100개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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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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