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에너지는 '원자폭탄의 10만배'

2022-09-05 11:17:49 게재

낮은 여름기온에 폭우 우려

태풍의 중심 부근에는 하루에 수백mm 이상의 엄청난 비가 내린다. 초속 30m 이상의 바람까지 분다.

태풍의 직경은 보통 400~500km에 달하고 높이는 약 12km로 대류권계면에까지 이른다. 대류권계면은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를 말한다.

8월 27일 오전 8시 50분 경기도 양평군의 기온이 섭씨 16.5도까지 떨어졌다. 예전에 볼 수 없던 현상이다.

태풍이 가진 운동에너지와 마찰로 소실되는 운동에너지의 양은 엄청나다. 태풍 에너지 원천은 수증기가 응결하는 열로 알려져있다.

중간 규모의 태풍이 갖는 운동에너지는 대략 수소폭탄의 100배, 2차대전 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0만배 정도라고 한다. 태풍의 에너지는 진도 7의 지진보다 50배나 크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평균 1200mm 안팎인데 태풍이 지나갈 때는 하루에 400~500mm의 비가 오기도 한다.

태풍이 오면 왜 많은 비가 내릴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상승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열대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태풍은 고온다습한 공기를 몰고온다.

이런 습한 공기가 대류권 높이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낮아지면서 수증기가 물로 변해 큰 비가 오게 된다.

태풍이 왔을 때 내리는 비의 양은 태풍이 얼마나 빨리 통과하느냐에 달렸다. 빨리 통과할수록 강수량은 적고, 태풍이 약해지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머물러있거나 느린 속도로 통과하는 경우 강수량이 늘어난다.

지형의 영향도 크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태풍이 높은 산에 부닥치면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고 그 지역에 강한 비가 오게 된다.

태풍의 방향은 대부분 동북향이다. 태풍이 수도권 서해안으로 상륙하면 그 동쪽으로 큰 산줄기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제일 먼저 한남정맥에 부닥치면 수도권 남부에 큰비를 뿌리고 동쪽 백두대간에 부닥치면 영서지방에 큰비가 온다. 태풍이 호남 서해안으로 상륙하면 호남정맥과 지리산에서 덕유산으로 가는 백두대간이 연이어 늘어서 있다.

낙동강 유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한강 유역에 비해 400mm 정도 적다. 태풍이 백두대간을 넘어와야 낙동강 유역인데, 산줄기를 넘어오기 전에 이미 많은 비를 뿌리고 오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낙동강 유역에 큰 피해를 입혔던 루사와 매미는 마치 포충망에 나비가 들어오듯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태백산맥) 사이로 들어왔다. 두 산줄기가 만나는 경북 봉화지역은 고압송전탑이 쓰러질 정도로 큰비가 왔다.

이번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태풍 자체의 위력도 크지만 기상관측 이래 가장 낮은 8월 말 9월 초의 낮은 기온 때문이다. 태풍이 고온다습한 공기를 가져오면 폭우가 내리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공기는 수증기를 무한대로 포함할 수 없다. 수증기가 공기 중에 한계치까지 포함돼있을 때 이를 '상대습도 100%'라고 한다.

공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의 양은 온도에 따라 다르다. 기온이 섭씨 30도 일 경우 기온이 섭씨 10도일 때보다 포화수증기량이 3배 이상 늘어난다.

올해 발생한 이상기후의 특징 가운데 장소를 가리지 않는 폭우가 꼽힌다. 텍사스 라스베이거스 아랍에미레이트 같은 사막지역에서도 폭우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권 상층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권의 찬공기가 쉽게 남하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1000년 빈도 폭우'라는 개념도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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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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