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달라지는 태풍 공식

2022-09-05 11:17:49 게재

바다 열용량 축적, 폭발시 강도 커

기록적인 폭우에 초강력 태풍 '힌남노'까지. 최근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도 각종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 많은 태풍이 발생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태풍 발생 빈도보다는 강도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게 중론이다.

1일 예상욱 한양대학교 교수는 "라니냐가 한번 발생하면 1~2년 지속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례적으로 2년 반 정도 이어지고 있다"며 "라니냐로 인해 북태평양 지역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해수면 뿐만 아니라 바다 깊숙한 곳까지 열용량이 많이 축적됐을 것"이라며 "이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태풍의 급격한 발달이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열대 태평양과 달리 북태평양의 평균 해수 온도는 예년보다 0.5℃ 높다. 2℃ 가까이 높은 곳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종전과 다른 기상이변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남성사계시장 상인들이 8월 9일 집기 등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지난달 말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세기 처음으로 라니냐 현상이 3년 연속 이어지는 '트리플딥'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세계 엘니뇨·라니냐 예측모델과 전문가들은 가을철(9~11월) 라니냐가 지속할 확률을 70%로 봤다. 라니냐란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열대 태평양 Nino 3.4 지역 : 5°S~5°N, 170°W~120°W)의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라니냐 자체가 이상기후는 아니다.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후변동이나 다만 3년이나 지속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WMO는 "자연적인 기후현상이 이제는 인간이 개입된 기후변화 맥락에서 발생 한다"며 "기후변화는 세계적으로 기온을 상승시키고 극한날씨와 극한기후를 증가시키며 계절강수와 기온 패턴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수증기가 증가하고 대기가 불안정해져 태풍 발생 빈도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수증기가 상층을 덮으면 강한 고기압이 생기면서 태풍 에너지를 억제해 태풍 발생 자체가 안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쌓인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할 때다. 억눌려 있던 태풍 에너지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한번에 터지게 되면 더 큰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종전 태풍 공식들이 하나둘 깨지고 있다. 힌남노의 경우 북위 25도 이남에서 발생한 첫 태풍이다. 초강력 태풍이 뜨거운 열대지역 바다가 아닌 곳에서 형성된 건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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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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