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 개발인력난 해법은

우수인력 확보 경쟁치열 … 미국 주식연계형보상제도 주목

2023-02-15 11:14:52 게재

벤처기업 63.0% "소프트웨어 인력수급 어렵다"

미국 사원주주제 등 다양한 제도로 근로자 혜택

중기연구원 "안정적 인력확보 위해 관심 가져야"

"개발인력 지키기가 힘들다. 큰 기업들이 고임금을 미끼로 인력 빼가기가 횡행하고 있다."

서울디지털단지에서 15년 넘게 IT분야 사업을 하고 있는 A사 대표의 호소다. A사는 지난해만 2번에 걸쳐 임금을 인상했다. 개발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인력난이 악화되고 있다. 수많은 정부정책에도 고질적인 인력부족 현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실시한 벤처기업 채용환경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벤처기업의 63.0%는 SW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지난해 조사에서 스타트업 재직자의 79%가 5년 내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벤처투자가 크게 줄면서 스타트업·벤처기업은 우수인력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임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확보 경쟁이 치열해져 이직이 잦아졌다. 여기에 벤처·스타트업 취업이 이직하기 위한 경력사다리로 활용되고 있다.

인력난은 벤처·스타트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다. 문제는 개별 기업이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벅차다는 점이다.

방법은 없을까. 강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다양한 주식연계형보상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식으로 우수인력 지속 확보 = 중소벤처기업연구원(원장 오동윤)은 지난달 31일 '스타트업·벤처기업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미국 주식연계형보상제도'를 연구한 보고서(중소기업 포커스 제19호)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 연구위원은 미국 주식연계형보상(Equity Compensation)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경우 기업의 상장 여부와 기업 성장단계, 조세혜택 등에 기반해 근로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주식평가보상권(Stock Appreciation Right), 가공주식(Phantom Stock), 종업원주식매수제도(Employee Stock Purchase Plan), 우리사주제도(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등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업 주가와 성과보상이 연동돼 있는 게 특징이다. 주식을 직원들과 나눠 우수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일정기간 이상 근무 또는 성과목표 달성 시 임직원에게 부여한다. 크게 청구권(RSU)과 보상(RSA)으로 나뉜다. 청구권은 부여 시점에 청구조건을 설정하며 행사시점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권리가 소멸된다. 보상은 실제 주식을 지급하되 성과조건에 미달하면 환수된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보상을 받은 종업원은 연방국세청(IRS) 신고 후 일반소득세 대신 자본이득세 납부로 절세할 수 있다. 회사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발행 비용을 손비 처리할 수 있다. 미국기업은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RSA, RSU, 주식매수선택권을 성장단계별로 활용하고 있다.

주식평가보상권은 권리행사 시 주가와 약정 시 주가 차액만큼 현금이나 자사주로 보상받을 권리다. 주식증가차액청구권이라고도 불리며 실제 주식이 거래되는 것이 아니어서 회사 경영권과 무관하다는 게 특징이다.

가공주식은 실제 주식과 연동된 가상주식으로 행사 시 현금으로 보상한다. 주식평가보상권과 유사하나 실제 주식배당시 가공주식도 배당금 지급이 가능하다.

종업원주식매수제도는 종업원에게 자사주를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최대 15%)으로 구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종업원에게 세후 급여공제 형태로 판매한다. 종업원주식매수제도 주식의 경우 판매 시 조세혜택을 받는다.

우리사주제도는 종업원에게 자사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다. 종업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판매하는 종업원주식매수제도와 다르다. 다만 우리사주 보유 종업원이 퇴직하면 회사는 퇴직 직원의 보유 지분을 구매한다. 우리사주제도를 운영하는 미국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은 53%다. 하지만 실제 참여 종업원 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종업원주식매수제도와 우리사주제도는 종업원의 자발적인 생산성 제고를 유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는 미미한 수준 = 국내에서 이러한 다양한 제도 도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기부 조사에서 응답기업 중 58%가 양도제한조건부주식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2%만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도입 이유로 성과 보상 및 동기부여, 우수인재 유입 및 장기근속, 스톡옵션보다 유연하게 활용 가능 순으로 응답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도입 시 주요 장애요인은 △정보부족으로 인한 설계의 어려움 △자기주식 취득에 필요한 배당가능이익이 없거나 부족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 어려움 등을 꼽았다.

강 연구위원은 "스타트업·벤처기업은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제도 도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제도 도입과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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