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민의힘 영남의원들의 침묵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민정당)→민주자유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보수정당의 주류는 항상 영남이었다. 보수정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부분이 영남 출신이었다. 역대 당 지도부도 영남 일색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은 92명. 이중 영남권 출신이 59명(64.1%)에 달한다. 지역구 의원 2/3가 영남 출신인 것이다. 정점식 원내대표(경남 통영·고성)와 김미애 정책수석(부산 해운대을), 김승수 운영수석(대구 북을), 정희용 사무총장(경북 고령·성주·칠곡) 등 핵심당직자도 영남 출신이 대부분이다. ‘영남당’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민의힘 주류가 영남인 현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영남 출신이 당을 장악하다보니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증되는 영남 의원들은 활동 목표가 오로지 공천이 되기 일쑤다. 민심의 이해와 요구에는 관심이 없고 소위 ‘당내 정치’에만 몰두한다. 영남 의원들이 변화와 쇄신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최근 장동혁 대표 거취 논란에서도 ‘영남당’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친한계와 소장파,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윤 어게인’으로 당을 민심과 멀어지게 만들고 결국 지방선거 패배를 초래한 장 대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가 “지지 않았다”며 버티자, 소장파들은 “‘12 대 4’는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참패”(이성권 의원)라며 사퇴를 거듭 압박하지만 역부족인 것처럼 비쳐진다.
왜 일까. 영남권 의원들이 당내 소장파들의 쇄신요구를 강 건너 불 보듯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당론 효과를 낼 수 있다. 장 대표 사퇴 논란도 그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으로 장 대표를 사실상 재신임하고 있는 셈이다.
영남권 의원들의 침묵은 그들만의 ‘공천 계산기’가 분주하게 작동한 결과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영남권 의원들도 6.3 지방선거 전에는 장동혁체제가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가 뜻밖에 생환하자 생각이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총선 공천판을 흔들 가능성이 높은 한동훈의 복당을 막기 위해 장동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실권 없는 장동혁체제가 총선 공천에 유리하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영남의 침묵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공천에만 목맨 영남의원들이 당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