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6.15 26주년에 교황 면담…‘한반도 평화’ 물꼬 틀까
특별미사 연설서도 ‘6·15 정신’ 재조명, 남북대화 복원 의지
내년 교황 방북 주목 …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에 북 반발
바티칸을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교황궁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갖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10월 프란치스코 전 교황을 만난 지 약 5년 만이다. 이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이날 6.15 교황 면담이 주목받는 이유는 북의 핵 위협 및 남북 대화 단절 국면의 심화 속에서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다는 점이다. 내년도 서울에서 교황이 직접 방문하는 세계청년대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교황청 내에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전날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6.15 남북공동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며 남북 관계 복원과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은 오랜 적대와 긴장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하며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전단 살포 중단 등 국민주권정부 출범 후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한 점을 언급하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세계청년대회를 언급하며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전선과 철조망, 국경의 제약을 넘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북한 청년들의 대회 참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통령이 교황의 내년 방한 일정과 연계해 북한 방문을 정식으로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다만 국제정세나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어서 교황 방북을 정식 제안하기보다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건설적 역할을 요청하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문 전 대통령도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 요청을 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해법이 모색되고 있지만 남북간 긴장도는 팽팽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및 한미 핵협의그룹에서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입장이 나온 데 대해 북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4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핵 위협 공조는 되돌릴 수 없는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며 “비핵화는 최종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10일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북러의 불법적 군사협력 규탄, 북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심각한 우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불인정 입장을 재확인한 데 대해서도 북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부는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비전 아래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로 확인된 국제사회의 일관된 목표”라고 원칙적 입장을 내놨다.
로마=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