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IPO에 찬물 끼얹은 채노스
“1조7500억달러 설명 안 돼”
데이터센터 사업성도 비판
스페이스X는 12일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이번 IPO에서 750억달러를 조달하고,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를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 규모가 현실화하면 2019년 사우디아람코 상장을 약 3배 웃도는 사상 최대 IPO가 된다고 전했다.
채노스는 “내 의견으로 이 회사는 향후 5년에 대한 어떤 합리적 가정을 적용해도 1조7500억달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성장 서사를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화성 식민지, 공장 터널, 우주 데이터센터처럼 원하는 이야기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강세장에서는 약속에 프리미엄을 붙이고, 약세장에서는 현실에 할인을 붙인다”고 했다.
논란의 핵심은 스페이스X가 테슬라처럼 머스크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느냐다. 테슬라 공매도는 대체로 손실을 낸 거래였다.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후 테슬라 주식에 대한 공매도 투자자는 장부상 270억달러 손실을 봤다. 지난 10년 동안 테슬라 주가는 250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채노스는 스페이스X를 테슬라와 “다른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매출의 90배 수준으로 평가받는 반면, 테슬라는 매출의 14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에너지 기업 테슬라보다 훨씬 높은 배수를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시장 일각에서도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가치와 지배구조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다만 실제로 공매도에 나서겠다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최근 조달금액 1조달러 안팎의 대형 기술주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약세 베팅이 큰 손실을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가 상장 직후 대형 기술주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점도 공매도 투자자들을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채노스의 비판은 스페이스X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사들여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에 빌려주는 데이터센터와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사업성도 낮게 평가했다. 그는 이들 기업이 고성장 기술기업이라기보다 부동산투자신탁이나 장비 임대회사에 가깝다고 봤다.
채노스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나쁜 사업”이라고 부르며 자본수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 장비 감가상각 부담이 크고 가격 결정력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런 기업들이 사실상 가격을 받아들이는 사업자라며, 반도체 공급을 통제하는 기업보다 높은 평가배수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채노스는 2001년 에너지 기업 엔론 붕괴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공매도 투자자다. 그의 경고가 스페이스X 상장 열기를 꺾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발언은 스페이스X IPO가 단순한 성장주 상장을 넘어, AI와 우주 산업에 붙은 프리미엄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