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단계적 예방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중대재해

2024-05-03 13:00:02 게재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지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 현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지어 법적용 대상 사업장에 해당하는지조차 인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시도했으나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반포기 상태로 있는 사업장도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소규모 사업장은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을 고려해 단계별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관리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당장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처벌이 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안전관리만으로도 중대재해가 예방된다면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 리스크는 회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기본관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작업장 정리정돈과 안전점검회의(TBM)를 최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산업재해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작업장을 잘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일정수준의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고, 공정·작업 단위별 관리자를 중심으로 업무시작 전 안전점검회의를 10분만 실시하다면 산업재해 발생빈도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업종별 특성에 따라 빈도가 잦은 사고유형을 파악하고 높은 빈도의 사고발생 케이스별로 예방교육과 대응방안을 숙지시킨다면 중대재해의 발생까지는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관리는 최소한 지켜야 할 수준에 불과하고 최종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

실현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준비해야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 소규모 사업장의 실태를 고려한다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의무사항은 총 15가지이나 고용노동부에서 분류한 핵심 의무사항 5가지만이라도 먼저 이행하기를 당부한다.

첫번째로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수립이다. 이는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리더십과 의지를 보여주는 역할로써 작성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사업장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산업재해 발생 0%를 목표로 한다.’ 이 한 문장으로도 어느 정도의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무적으로 이를 공표하고 교육 등을 통해 수시로 알리는 작업도 수반돼야 한다.

두번째는 안전보건 관련업무를 수행할 직원을 지정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준비는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할 인력의 충원이라 할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이는 어렵다. 그렇다면 최소한 안전보건 관련업무 담당자를 지정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기존 업무분장에 안전업무를 추가라도 해서 책임자를 선임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라도 부여해야 한다. 고용부에서도 상시근로자 20~50인 미만 사업장 중 임업 제조업 하수·환경·폐기업 5개 업종에 한해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1명이상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안전을 관리·담당하는 인력을 지정하고 역할을 부여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세번째는 중대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이 또한 예산을 증대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이므로 적은 금액이라도 별도로 편성하거나 기존 예산안의 예비비에라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물품 구매, 점검 등의 비용을 추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예산자체는 편성된 것이 되고 필요에 따라 집행한다면 위 의무는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서 개선하는 활동이다. 사업장에 건의함을 만들어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사업특성을 고려한 조사를 실시해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한다면 예방으로써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를 대비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발생가능성 있는 재해에 대한 업무처리절차를 미리 만들고 비상연락망 등 사후대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재해가 발생한 적 있다면 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도 수립해야한다.

이처럼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해 실천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천천히 준비해나간다면 어느 순간 안전보건관리체계는 구축될 것이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일단 시작부터 하는 경영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업종별 맞춤형 안전보건 가이드를 만들어 배부하고 있다. 간소화된 가이드를 참고하며 단계적인 준비로 산업안전을 달성하길 기원한다.

유상건 유정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