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일 중동전쟁 종료…19일 스위스서 서명식
트럼프 “서명 즉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란 “모든 전선 군사작전 즉각적 종료”
미국과 이란이 106일간 이어진 전쟁을 사실상 끝내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을 열기로 했으며 서명 직후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가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금요일(19일) 합의 서명이 이뤄지자마자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며 “기뢰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석유는 중동과 전세계를 위해 다시 흐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한다”며 “동시에 미 해군의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즉시 해제할 것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의 선박들은 엔진을 가동해 석유가 흐르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이란측도 종전합의를 공식 확인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국영TV 인터뷰에서 “양해각서 문안이 최종 확정됐으며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의 공식서명은 금요일 스위스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AFP통신과 CNN 등이 전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과 군사작전이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된다”며 “우리의 약속은 금요일부터 발효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대측의 위반행위가 있을 경우 이란정부도 자체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혀 합의 이행 과정의 긴장 가능성을 남겼다.
양측의 협상을 중재해 온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이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했다”며 합의 타결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의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와 추가 공습이 이어지면서 전쟁의 불씨가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양측은 지난 4월 8일 파키스탄 중재로 휴전에 합의한 뒤 두달 넘게 종전협상을 벌여왔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고농축 우라늄 폐기, 제재해제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교착상태에 빠졌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베이루트 인근을 공습하면서 협상 타결이 막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종전 MOU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측 설명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보유·구매를 포기하고 핵 프로그램 해체 및 핵물질 폐기에 동의하는 대신 이행 성과에 따라 해외 동결자산 해제와 제완화 등 보상을 단계적으로 받게 된다.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석유 수송이 즉시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뢰 제거와 항로 안전 확인, 선박 보험료 조정, 해운사의 운항 재개 판단 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공식 서명에 나서면서 106일 전쟁은 사실상 종결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핵 검증과 제재 해제, 친이란 무장세력 문제,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 이번 합의가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후속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