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충청, 영·호남 아우른 4월 재보선…대선 민심 풍향계

2025-02-24 13:00:19 게재

3월 13일 후보 등록 … 헌법재판소 탄핵선고 변수

거대양당 정치 거점·수도권·충청 표심 관측 기대

탄핵 계기 보수층 분화·야권 결집력 검증 시험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가 3월 중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4월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4.2 재보궐 선거가 5월 조기 대선의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서울 구로구청장을 비롯 충남 아산시장, 경북 김천시장, 부산교육감·경남 거제시장, 전남 담양군수 등 전국을 아우른다. 거대양당 등 정치권이 탄핵 찬반·야권 연대 등을 놓고 치열한 공세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민심의 1차적 평가가 내려질 공산이 크다.

주말 탄핵 촉구 집회 연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사거리에서 열린 ‘내란종식·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범국민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관위 등에 따르면 현재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곳은 부산시교육감과 서울 구로구청장, 충남 아산시장, 경북 김천시장, 경남 거제시장, 전남 담양군수 등 단체장 선거구 6곳, 광역·기초지방의원 선거 16곳 등이다. 오는 28일까지 궐위 사유가 발생한 곳을 대상으로 오는 3월 13~14일 후보등록을 거쳐 4월 2일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다. 후보등록일인 13일 이전에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지고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단체장 등을 대상으로 한 재보궐선거는 일정이 연기돼 조기 대선일과 같은 날 실시된다.

대전서 탄핵 반대 국가비상기도회 22일 대전 서구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피켓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의 선고가 13일 이후 탄핵인용으로 결정될 경우 4.2 재보궐 선거는 조기 대선(탄핵심판 후 60일)에 앞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민심 가늠 … “조기 대선 모의고사” =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등의 전국단위 선거 중간에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는 집권세력 또는 정국 주도정당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묻어난다. 지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이 패하면서 주도권을 보수정당에 넘겨줬고, 결국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단초가 됐다. 지난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출범 1년 반에 불과한 윤석열정권을 ‘심판대’에 올리는 계기가 됐고, 패배에도 불구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지 않은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윤석열정권의 레임덕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4월 재보궐 선거는 특히 서울 충남 부산·경남, 경북, 전남 등 전국 단위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탄핵 심판과 관련한 수도권과 중부권의 표심, 거대 양당의 정치적 거점으로 통하는 경북과 전남의 결집력, 주요 선거에서 스윙보트 현상을 보여줬던 부산·경남의 민심 단면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4월 재보선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조기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모의고사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 표심 어디로 =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는 전임 문헌일(국민의힘) 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 불복 소송에서 패한 후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서울시의원 출신 장인홍 후보를 공천했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도 후보자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패한 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구로구 갑·을 선거구 모두에서 승리했다. 탄핵정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민주당이 여전히 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경쟁이 팽팽한 충청권의 표심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충남 아산시장 선거는 오세현(민주당) 전 아산시장과 전만권(국민의힘) 전 천안시 부시장의 대결로 거대양당 대진표가 짜여진 가운데 새미래민주당 조덕호 도당 위원장과 자유통일당 김광만 전 충남도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아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박경귀 전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아산시장 선거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엔 국힘의 박경귀 전 시장이 민주당 오세현 전 시장을 상대로 1.13%p 차이로 신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선 2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결집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전통 지지층 결집력 관건 = 경북 김천시장과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는 국민의힘·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이 얼마나 결집력을 보이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천시장 선거는 김충섭(국민의힘) 전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치러지는 선거로 국민의힘은 야당의 무공천 압박 공세에도 4자 경선으로 후보자를 공천하기로 했다. 김응규 전 경북도의회 의장, 배낙호 전 김천시의회 의장, 이창재 전 김천시 부시장, 임인배 전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국민참여경선(당원·시민 각각 50%)으로 후보를 공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태성 전 민주당 김천지역위원장, 무소속에서는 박판수 전 경북도의원, 이선명 전 김천시의원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표밭을 누비고 있다.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등 야당 후보들간의 경쟁이 예상된다. 김용주 전 담양군청 경제과장, 김정오 전 담양군의회 의장, 김종진 담양미래전력연구소장과 이재종 전 청와대 행정관, 최화삼 담양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다. 조국혁신당도 후보를 낼 예정이다.

지역사정에 밝은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영광 곡성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압도하지는 못했다”면서 “전통 지지층의 결집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 놓고 세몰이 시도, 대선 전초전 =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는 계엄·탄핵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공방을 그대로 옮겨 재현하는 분위기다. 보수성향 후보는 여권의 ‘친윤’과 유사한 정치색을, 야권 주자는 ‘친명’을 자임하며 선거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당시 전국에서 유례없는 승리를 거뒀던 민주당이 유독 부산·경남에선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후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최근의 정국흐름이 표심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승윤 부산대 교수, 박종필 전 부산교총 회장 등은 보수 유튜브 채널과 보수단체 집회 등에서 ‘진짜 보수’를 강조하며 야권을 공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을 적극 내세우며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지역 한 교육계 인사는 “강력해진 진영 논리에 의해 교육과 정치의 분리라는 그간의 노력이 허무해 보인다”고 말했다.

거제시장 재선거는 재임 시절 함께 한 전직 시장과 부시장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맞대결을 펼친다. 민주당은 변광용 전 거제시장, 국민의힘은 박환기 전 거제부시장을 후보로 낙점했다.손한진 전 부산시 공무원, 김두호 거제시의회 부의장, 장명희 전 삼성중공업 노동자 등도 선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환 이제형 윤여운 최세호 곽재우 방국진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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