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대미투자 방식·규모·일정 모두 교착상태”

2025-10-27 13:00:23 게재

블룸버그 인터뷰 … “한국에 재앙적 결과 초래하면 안돼”

한미 안보 논의는 ‘진전’ … 중국, 한화오션 제재에 유감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에서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핵심 쟁점들에서 모두 난항 상태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화동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화동의 꽃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이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미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규모, 투자 일정, 손실 분담, 이익 분배 등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밝혔다.

애초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 협상 최종 타결은 물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를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같은 전망에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한 셈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큰 틀의 관세 합의를 이룬 후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이행 방안 등을 놓고 두 달 가까이 접점을 찾기 위한 협상 중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게 한국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협상 교착’ 시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언급과는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관세 협상과 관련해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한 바 있다. 2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정상이 상당히 다른 인식을 보인 것은 양측의 협상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이 결렬될 것이냐는 데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의견 차이도 있지만, 지연된다고 해서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조금만 더 인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에 대해선 한미 간 이견 때문에 교착돼 있을지 몰라도 안보 협상에선 눈에 띄는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 유지에 핵심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국제사회 현실상,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북한을 억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방비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3%에서 3.5%까지 인상하려는 계획은 미국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확고히 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과 협의 중인 한국 노동자 비자 관련해선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과 합리적인 대우를 보장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매우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비자 문제 관련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중국과 관계에 대한 비교적 솔직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시행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제재 조치에 깊은 유감을 밝히며 “이는 중국이 압박을 가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향후에도 이런 일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국과 대립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은 아니며, 대화가 언제나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동시에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1일에 경주를 찾는 시진핑 중 국가주석과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에 방문중인 이 대통령은 27일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29일 한미정상회담, 30일 한일정상회담, 11월 1일 한중정상회담 등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개막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 및 핵심국들과 정상회담과 관련해 “세계 질서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단계로 이동하고 있지만 양자 회담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존하며, 충분히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런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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