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이른 아마존, 기후안정의 갈림길

2025-11-26 00:00:00 게재

재생에너지, 기후목표 달성 핵심 수단 … 한국경제 시스템 스스로 온실가스 줄여야

‘“우루과이 인구는 350만명입니다. 그런데 2700만 켤레의 신발을 수입합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만들고 고통스럽게 일합니다. 인류는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지며 더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호세 무히카 우르과이 전 대통령의 말이다.

제30차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끝났다. 올해 30번째 COP은 아마존의 관문인 브라질 베렘에서 열려 큰 기대를 모았다. 아마존은 매년 수십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핵심 탄소 흡수원이다. 지구 생명다양성의 상징이고 원주민 공동체를 비롯해 수백만명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마존이 점점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탄소를 저장하는 대신 배출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올해는 파리협정 10년이 되는 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했던 목표에 맞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했다. 각국 정부는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강력한 감축목표(NDC)와 기후공약을 내놓아야 했다.

브라질 베렘에서 열린 COP30 회의장 블루존에서 원주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2025년 11월 21일. 여러 민족과 국적의 원주민들이 토지 경계 확정과 원주민 대상 범죄 처벌,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베렘에서는 21일까지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진행됐다. EPA=연합뉴스

‘지구 온도 상승 1.5℃’가 목표

당사국총회(COP)은 1992년에 체결된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라 매년 열리는 유엔기후정상회의다. UN기후변화협약은 현재 198개국이 가입한 UN 산하에서 가장 큰 다자간 협의체 중 하나다. 세계 각국 대표들은 COP에서 지구온도 상승을 제한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지역을 지원하는 방법을 협상한다. 기후위기에는 이제 국경이 없다. 한 지역의 가뭄이 전세계 식량가격을 끌어올린다. 히말라야 산꼭대기 빙하가 녹으면 수천 킬로미터 강 하류 도시에 홍수가 난다.

역사적으로 COP은 시민들의 압력이 높아질 때 성과를 냈다. 2015년 파리 COP21은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 2℃ 이하로 유지, 1.5℃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기후변화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2022년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는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립했다. 기후위기로 피해가 큰 취약국 지원을 위한 기금이다.

2023년 두바이 COP28은 처음으로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화석연료’를 명시했다. 지난해 바쿠에서 열린 COP29은 ‘기후 금융’이 핵심 의제였다. 각국 정부의 자금 조성이 있었지만 기후위기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까지 각국이 내놓은 국가별 기후공약으로는 이번 세기에 지구 온도가 최대 3.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1.5℃ 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3% 줄여야 한다. 2035년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이는 지구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느냐, 기후를 안정시킬 수 있느냐 갈림길이다.

‘바이오매스 과도한 확대’ 도마 위로

올해 공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작년에 이어 63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이란 사우디 러시아 미국 뿐이다. 모두 산유국들이다. 한국의 낮은 CCPI 점수는 △1.5℃ 목표에 맞지 않는 전력수급 계획 △지나치게 낮은 탄소 가격 △부족한 재생에너지 비중 △목재 바이오매스 과도한 확대(최근 5년간 41% 증가) 등이 원인이었다.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이행현황도 발등의 불이다. 1996년 IPCC 배출량 기준으로 한국은 2030년까지 총 291.0백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감축한 양은 88.6백만톤밖에 안된다. 2030년까지 감축할 양이 202.4백만톤에 이른다. NDC 목표이행이 현정부에 집중된 상황이다.

온실가스 산정방식도 변경됐다. 2030 NDC는 1996년 IPCC 기준을 적용했지만 2035 NDC는 2006년 IPCC 기준을 적용한다. 새로운 IPCC 통계지침은 ‘냉매’ ‘NF3(삼불화질소)’ 등을 포함해 배출량이 더 늘어난다.

한국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국제사회의 요구’나 ‘무역이나 환경적 규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대응은 지속가능성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 이런 절박한 위기를 산업구조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 생태계도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미 세계 경제의 차세대 동력으로 떠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새로운 전력설비의 약 80%가 재생에너지다.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등은 이제 국가경쟁력의 중심축이다. 1.5℃ 기후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들이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는 시대다.

중국 GDP 성장 40%는 녹색성장

중국은 탄소중립을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2023년 중국 GDP 성장의 40%를 녹색성장이 이끌었다. 중국은 2024년 세계 태양광시장의 80~95%, 풍력의 70%, 전기차의 59%를 점유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압도적이다. 현재 중국의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설비는 1400GW로 원전 1400기 용량이다. 우리나라의 40배에 이른다.

EU도 탈탄소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5년 청정산업딜(CID)에 약 1000억유로를 투자해 탈탄소화와 산업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동시에 탄소무역 장벽도 높인다.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세(CBAM)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6개 품목에 적용된다.

2025년 10월 기준 총 66개국이 2035 NDC를 단일안 또는 범위 형태로 제출했다. 목표치만 보면 △EU 66.25~72.5% △미국 61~66% △영국 81% △일본 60% △캐나다 45~50% △독일 77% △호주 62~70% 등이다.

한국정부는 2025년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2035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까지 줄인다는 2035 NDC를 확정했다. 2024년까지 약 12%를 감축하고 2030년까지 40%를 줄이는 게 목표다. 당초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감축목표는 48%, 선형감축 경로는 53%, IPCC 권고는 61%, 시민사회 제안은 65%였다.

“그린 전환으로 성장엔진 재점화”

정부가 제시하는 핵심전략(안)은 ‘전력’과 ‘산업’ 2개 부문에 집중된다. 전력 부문 감축목표는 2018년 283.0백만톤 → 2035년 88.3~70.0백만톤(68.8~75.3% 감축), 산업은 2018년 276.3백만톤 → 2035년 209.1~190.6백만톤(24.3~31.0% 감축)이다.

나머지는 ‘냉매’ ‘수송’ ‘건물’ ‘농축수산’ ‘흡수원’ ‘정의로운 전환’ ‘재정·세제(세금제도)’ 등이다. 전력과 산업 이외의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단위 백만톤)은 △냉매 23.1 △수송 98.8 △건물 52.1 △농축수산 27.6 등으로 상대적으로 적고 감축 효과도 크지 않다.

전력과 산업 부문의 배출량이 많은 것은 탄소가 주성분인 ‘석탄’을 쓰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자회사로 분리되기 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배출 1위 기업은 ‘한전’이었고 2위는 ‘포스코’였다. 석탄발전은 석탄을 태워서 전기를 생산한다. 고품질의 철강은 석탄으로 철광석을 녹여야 만들어진다. 한국경제는 전기와 철강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에너지 집약적 경제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 늘리며 성장해왔다. 최근까지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딱 3번 있었다. 모두 외적 원인이었다. 첫번째는 ‘IMF 금융위기’, 두번째는 ‘코로바 바이러스’, 세번째는 ‘포스코 홍수사태’였다. 이제 이런 외적 요인이 아니라 한국경제 시스템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다. 2035 NDC를 성장기회로 전환하고 그린전환(GX, Green Transformation)으로 성장엔진을 재점화하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이 전환의 길을 가장 지혜롭게 설계하고 실행해나가는 국가가 산업 패권과 기술 주도권을 거머쥘 것이다. 20세기가 석유와 화석연료가 지배한 세계였다면 21세기는 태양과 바람을 둘러싼 재생에너지가 산업지형의 구조를 뒤바꿀 것이다.

남준기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