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남은 지방선거 조기과열 조짐
출마 선언·공직 사퇴 잇따라
다자구도 지역 이미 공개경쟁
내년 6.3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일부 지역은 후보난립 양상을 보이고 또다른 지역은 현역 리스크로 조기 과열되는 분위기다.
◆서울·경기·전남 후보난립 조기과열 = 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기·전남 등 다자구도 경쟁이 예상되는 지역은 벌써부터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과열 조짐을 보인 곳은 서울이다.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지난달부터 여권 잠재 후보들의 오세훈 시장 공격이 시작됐다. 여당이 안고 있는 인물난과 불리한 서울 선거지형이 조기 과열을 불러온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선의 박홍근 의원이 지난달 26일 여당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내건 전현희 의원은 지난 2일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여당에선 이 밖에도 박주민·김영배 의원,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야당은 현역인 오세훈 시장의 재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선 룰 변경 등이 변수로 지목된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경선 룰을 기존 당원 50%, 여론조사 50%에서 당원 70% 여론조사 30%로 바꾸는 것을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이 특검에 의해 여론조사비 대납혐의로 기소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이 오 시장과 경쟁할 당내 후보로 지목된다.
경기지사의 경우 민주당 소속 김동연 현 지사가 재선 도전 의사를 굳힌 가운데 친명그룹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김병주·한준호 의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추미애 의원은 도내 곳곳에서 당원교육을 하는 등 경선 채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강득구·권칠승·박 정·염태영 등 현역 의원 대부분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후보간 단일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당의 새 공천규칙에 따라 예비경선을 조별 또는 토너먼트 로 치르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도내 고위공직자들의 출마설이 가시화되면서 기초단체장 선거도 조기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지낸 오후석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장은 하남시장 출마를 위해 이달 말 사퇴할 예정이고 정순욱 광명시 부시장은 내년 초 공직을 던지고 의왕시장 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용 전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일찌감치 사직한 후 더불어평택미래연구소를 개소, 평택시장 경선을 준비 중이다.
전남지사 선거도 과열 조짐을 보인다. 현역인 김영록 지사 역시 3선 도전 의지가 확고하고, 다선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출마선언을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출마설까지 더해지면서 유권자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신정훈 의원은 오는 8일 전남도의회에서 출마 선언을 갖고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주철현 의원은 앞서 9월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4선인 이개호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당장 출마선언은 하지 않고 내년 초까지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당장 동부권과 중·서부권의 민심을 자극하는 말들이 잇따랐다. 여수 출신 주철현 의원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남의 경제·행정·에너지 정책이 수십 년째 중·서부권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동부권 민심을 자극했고, 이에 맞서 나주 출신 신정훈 의원이 “분열을 자기 정치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꼬집는 등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인천·대구·경북 ‘현역 리스크’ = 현역 리스크로 조기 과열된 곳은 인천과 대구·경북이다.
인천시장 선거는 현역인 유정복 시장(국민의 힘)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현역이 흔들리니 민주당 후보군들의 행보가 더 빨라졌다. 현역인 김교흥·정일영 의원이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남춘 전 시장도 4년 전 패배에 대한 설욕을 노리고 있다. 남은 변수는 박찬대 의원의 출마 여부다. 지난 8월 당대표 선거에서 패배한 뒤 시장 출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유 시장과 당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시장과 이 사장 모두 현직 기관장이어서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는 않고 있다.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선거도 이미 달아올랐다. 대구시장은 현직이 없는 무주공산이고 경북지사는 현역인 이철우 지사가 건강 문제로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다.
대구시장의 경우 국민의힘 후보군이 넘쳐난다. 6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3선 추경호 의원, 4선의 윤재·김상훈 의원의 출마가 점쳐진다. 여기에 초선인 최은석·유영하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현직 국회의원만 6명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기초단체장 중에서도 배광식 북구청장과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경쟁에 나섰다. 지난 10월 한 지역신문사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깜짝 1등을 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후보군이다. 민주당은 홍의락 전 의원이 출마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김부겸 전 총리 차출설도 나오고 있다.
경북지사 선거는 이철우 지사가 3선 도전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암 발병 사실이 공개되면서 경쟁자가 확 늘었다. 이만희·김정재·송언석·임이자 등의 이름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강석호·최경환·김재원 등 전직 국회의원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지자체장 중에서 3선인 이강덕 포항시장이 적극적이다. 민주당에서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임미애 의원 차출설이 나도는 정도다.
◆충청권 물밑경쟁 치열 = 충청권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물밑경쟁과 눈치보기가 벌어지고 있다.
대전시장 선거에서는 허태정 전 시장과 장철민 의원(동구)의 경선참여가 유력한 가운데 장종태 의원(서갑), 조승래 의원(유성갑) 등 현역의원들과 김제선 중구청장의 경선 참여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세종시장 선거는 조상호 전 부시장, 김수현 더민주세종혁신회의 상임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역시 현역인 김종민 무소속 의원(세종갑)의 출마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소속 황운하 의원(비례)은 대전시장과 세종시장 모두에서 출마 가능성이 나온다.
충남지사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와 박정현 부여군수의 경선 참여가 유력한 가운데 문진석(천안갑) 박수현(공주부여청양) 복기왕(아산갑)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출마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12월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가 잇따르는 등 선거전에 불이 붙었다”며 “현수막만 내걸지 않았지 이미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고 말했다.
방국진·곽태영·최세호·윤여운·이제형·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