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양행동계획 목표는 조선·해운·북극 지배력 강화
조선산업재건·전략상선단설립·북극존재감 확대 … “안보·산업 회복”
지속가능한 투자자금 중요 … 트럼프 행정부와 야당·동맹관계는 약점
“트럼프 행정부의 해양행동계획(MAP)이 100일 지연된 사실 자체가 그들이 시도하는 계획의 규모를 말해준다. 35페이지에 달하는 MAP는 내용이 충분하다. 계획은 교통부 장관이 아니라 마르코 루비오 백악관 안보보좌관(국무장관 겸임)과 러셀 보트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이 서명했는데, 이는 정부가 MAP를 교통 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로 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100일 늦게 MAP을 발표하자 미국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은 계획에 담긴 미국 정부의 야심찬 목표에 대한 기대와 이를 이행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를 함께 지적했다.
◆100일 늦게 제출된 해양행동계획 = 지난해 4월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뒤쳐진 자국의 해양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210일 이내(11월 5일까지)에 명령을 이행할 행동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시했다.
미국의 해양지배력 회복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함께 추진하던 범국가적 과제였다.
2024년 4월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마이크 왈츠(트럼프 2기 초대 백악관 안보보좌관. 현 유엔 미국대사) 와 민주당 소속 마크 켈리, 존 가라멘디 의원은 ‘미국의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을 공동 작성하며 해운·조선산업 경쟁력과 북극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10가지 행동’을 제안했다.
미국의 새로운 해양전략을 담은 의회지침은 이후 미 의회의 선박법 등 후속 법률안 제안으로 이어졌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MAP까지 이어졌다.
MAP는 △미국의 조선역량과 능력 재건 △인력 교육·훈련 개혁 △해양산업기반 보호 △국가·경제 안보와 산업회복탄력성 등 4가지 축을 중심으로 하고 이를 위한 규제완화와 입법 제안으로 구성됐다.
400피트(약 120m) 길이를 넘어가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8곳 밖에 남지 않은 미국의 조선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조선·수리·항만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연방정부 차원의 범정부 선박건조계획을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동맹국 조선기업이 미국 조선산업에 투자하도록 혜택을 확대하고, 민·관협력프로그램 등 다양한 투자유인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전국 100곳에 ‘해양번영지대’(MPZ)를 설치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인력 교육·훈련은 미국의 해운산업 회복에 대한 핵심 프로그램이다. 해상 공급망 회복을 위해 미국 국기를 달고 운항하는 원양 선박을 확대하려면 훈련받은 선원,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선원이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해기사 양성학교 킹스포인트의 현대화 투자도 강조했다.
해양산업기반보호는 조선·해운 경쟁력 회복이 국가안보와 밀접한 연관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전략상선단을 설립하고 정부 조달체계를 개편해 조선·해운산업에 예측가능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또,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견제조치도 담았다.
MAP의 네번째 축 ‘국가·경제 안보와 산업회복탄력성’은 이 계획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한다. ‘미국의 해양력 회복은 단지 상업적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안보, 산업회복탄력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MAP는 이에 대해 “위기나 분쟁 상황에서 물자수송과 해상교통로 유지,공급망지속성,신속동원 능력은 국가생존력과 직결된다”고강조했다.
국가·경제안보를 위해 변화하는 북극안보에 대한 도전과 위험 속에서 북극항로를 확보하고 미국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북극항로 확보 전략을 수립할 것도 명확히 했다.
◆한국·일본과 상호 호혜적 관계 강조 =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MAP는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신해양전략 흐름 속에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행되는 과정은 몇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MAP 이행을 위한 자금마련이다. 국제해운회의소(ICS)는 MAP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외국산 선박에 대한 보편적 항만료 부과’에 대해 우려했다.
MAP는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모든 ‘외국 건조 상선’에 실린 수입화물 중량(kg)당 최소 1센트에서 최대 25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데, 25센트를 적용할 경우 선사들은 향후 10년간 최대 1조5000억달러(약 2170조원)의 항만세를 미국에 납부하게 된다.
이에 대해 ICS는 수입 화물 ㎏당 1센트에서 25센트에 이르는 요금이 해상 운송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글로벌 무역 흐름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맹국과 협력도 변수다. MAP는 조선산업 회복을 위해 한국·일본과 협력을 강조하고 단계적 협력 구상을 담은 ‘브릿지 전략’(Bridge Strategy)도 제시했다.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미국 조선소와 협력관계를 맺고 미국내 조선소에 자본투자를 해 미국내 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계약 물량의 초기 일부를 한국이나 일본에서 건조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모두 미국의 조선산업 능력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게 목표다. 한국은 미국조선산업 부흥 프로그램 ‘마스가’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미국과 협약도 맺었지만 한국내 조선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마스가를 통해 미국 내 조선산업 부활을 꿈꾼다면 한국도 마스가를 통해 한국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MAP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무장관 상무장관과 협의해 양자무역을 보다 ‘상호 호혜적’으로 만들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함께 운영하던 유럽과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NATO는 그린란드 정책 등 미국의 북극전략과 직접 충돌하고 있다.
미국 국내 정치도 변수다. MAP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고 관련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의회 협조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야당인 민주당의 갈등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신해양전략을 초당적으로 기획한 마르코 루비오, 마이크 왈츠, 마크 켈리, 존 가라멘디 의원 중 트럼프 2기에 활약하고 있는 사람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으로 줄었다. 마이크 왈츠는 지난해 3월 예멘 공습 계획 논의 중 언론인을 실수로 메신저에 초대한 ‘시그널게이트’ 기밀 유출 사건의 책임을 지고 백악관 안보보좌관에서 경질돼 유엔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민주당 소속 마크 켈리 의원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 군대를 배치하고 카리브해에서 무력 타격을 지시하는 등의 논란이 일자 동료 의원들과 함께 “현역 군인들은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게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영상에 대해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선동 및 반역 행위”라며 공격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은 해군 대령 전역자이자 우주비행사 출신인 마크 켈리 의원의 전역 계급을 강등하고 군 퇴직 연금을 삭감하기 위한 공식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미 법무부는 켈리 의원등 6명의 의원을 기소하기 위해 대배심을 소집했지만 최근 워싱턴 D.C 대배심은 이들에 대한 기소를 최종 기각했다.
캘리포니아 출신 민주당 존 가라멘디 의원도 미 행정부의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안전 및 경찰예산 지급 보류를 둘러싸고 행정부와 갈등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