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역대 최대'…반도체 의존 심화

2026-04-01 13:00:05 게재

3월 메모리 가격 600% 폭등이 견인 … 4월부터 중동전쟁 여파 촉각

3월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8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아울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3월 수출실적만으로 국내 산업경쟁력과 경기호조를 기대하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한 861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사상최대치는 2025년 12월에 세운 695억달러였다.

무역수지도 2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무역수지는 2025년 2월 이후 14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3월 수출 호조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328억달러로 사상 처음 300억달러를 넘어섰고, 증가율도 150%를 웃돌았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함께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 단가와 물량이 동시에 상승한 결과다. 실제로 DDR5(16Gb) 가격은 지난해 3월 4.25달러에서 올 3월 31.0달러로 630% 뛰었고, 낸드(128Gb) 가격은 같은기간 2.51달러에서 17.73달러로 605% 급등하며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다만 이러한 반도체 중심 구조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경기 변동과 가격 사이클에 민감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다른 품목들의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동차 수출은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보합 수준(64억달러, 2.2% 증가)에 머물렀다. 석유제품은 51억달러로 54.9% 증가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효과일 뿐 물량 기준으로는 5~12% 감소했다. 석유화학 역시 제품으로의 가격 전가가 제한된데다, 나프타 등 수출 제한 조치 까지 겹쳐 수출물량은 감소했다.

지역별 수출은 중국과 미국 아세안 등 주요 시장에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대중동 수출은 전쟁 여파로 물류 차질이 발생하며 50% 가까이 급감한 9억달러에 그쳤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제 수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변수도 적지 않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지속될 경우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원유 수입은 가격 상승에도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등 에너지 수급 차질이 이미 일부 나타나고 있다.

3월 수입은 13.2% 증가한 604억달러로, 에너지 수입(93억7000만달러)은 7.0% 감소했으나, 에너지 외 수입(510억2000만달러)은 17.9% 증가했다. 원유 수입은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증하며 수입단가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수입 차질로 수입물량이 감소하면서 5% 감소한 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산업통상부 전직 고위관계자는 “수출 800억달러 돌파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인 동시에 산업구조와 대외 의존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특히 3월 수출실적에는 중동전쟁의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영향이 본격화되는 4월 이후 하락세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도체 의존도를 완화하고, 품목과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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