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새만금 갈대를 가축사료로, 자급률 높일 것”
전국 하천변 갈대 5500㏊ 자원화, 연 20만톤 공급 … 함평 나비축제 성공 잇는 농업혁신 준비
한우와 젖소가 주로 먹는 조사료(마른사료) 자급률은 약 79%다. 2024년 기준 조사료 공급량 509만톤 가운데 국내산이 402만톤을 차지했다. 국내산의 절반 이상은 볏짚으로 양질의 목초와 사료작물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외국산 조사료 품목인 라이그라스 수입도 늘어나면서 국내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은 “새만금으로 눈을 돌려보니 사료 문제 해결책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새만금 간척지 내 자생하는 대규모 갈대 군락지 중 100㏊(약 30만평) 구역에서 갈대의 영양 가치와 가축 기호성이 가장 높은 유묘기에 대규모 기계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원장은 “국내 주요 하천변의 갈대 약 5500㏊를 자원화하면 연간 15만~20만톤의 조사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평군수 재직 시절 나비축제 성공신화를 만든 이 원장을 7일 내일신문 본사에서 만나 최근 준비 중인 농업기술 개발에 대해 물었다.
전국을 다니면서 보니 한국에는 강이 많아 갈대숲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갈대 대부분이 버려지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도 꽤 들어간다.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면서 축산농가의 사료비 걱정이 떠올랐다. 하천변이나 간척지에 방치돼 겨울철 화재 위험까지 높이고 부패할 때 수질 오염을 유발하는 갈대를 고품질 가축 사료로 탈바꿈시킬 기회라고 생각했다.
●갈대를 사용한 사료의 품질과 효용성을 확인했나.
영양학적 분석에 따르면 적기에 수확한 갈대는 가축 성장에 필수적인 조단백질 함량이 11~13% 수준이다. 현재 축산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입산 라이그라스나 볏짚 등 기존 조사료와 비교해도 영양적 가치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또 가축 소화율을 좌우하는 가소화총양분 역시 50% 이상을 유지해 가축 섭취량과 기호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우수한 부존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갈대를 사료로 만들기 위한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그린바이오 혁신기업, 축산농가 등 민간과 공공이 함께하는 상생형 자원순환 모델을 추진한다. 수확한 새만금 갈대 원물은 그린바이오 기술을 보유한 엔텍바이오에스에서 매입한다. 이곳에서 수거된 갈대를 가축 급여가 쉬운 저메탄 기능성 조사료로 가공 처리해 사료비 절감이 시급한 축산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갈대 사료의 경제적 효과는 어떨 것으로 기대되나.
새만금에서 시범사업 후 전국으로 확산 가능한지 검토할 것이다. 국내 주요 하천변의 갈대 약 5500㏊를 자원화하면 연간 15만~20만톤의 조사료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연간 수입량의 20%를 대체하는 규모다. 버려지는 자원을 농업화해 농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원순환형 경영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농업기술진흥원장으로 과거 함평군수 시절 나비축제와 같은 성공적인 기획을 추진할 생각이 있는지
1999년 함평에서 처음 나비축제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비아냥거렸다. 2008년 황금박쥐상을 만들 때도 ‘30억원짜리 전시행정’이라며 모진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함평은 명실상부한 나비의 고장이 됐고 황금박쥐상의 자산가치는 400억원이 넘는 지역의 효자 자산이 됐다.
남들이 다 괜찮다고 하는 아이템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저 사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파격적인 상상력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다. 갈대 사료 사업이 농업분야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하반기까지 조사료 공급량이 확대될 것으로 확신한다.
●농업분야 전체를 뒷받침할 블루오션으로 어떤 사업에 집중할 것인가.
농업 전체로 보면 블루오션은 첨단기술이다. 우리 농촌이 인구소멸과 기후위기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그린바이오를 접목하는 일이다. 특히 연구실이 아닌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이 농업분야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최근 농협과 농산업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 조성 등에 공동으로 나섰다. 농촌 현장에 나타나게 될 변화는 무엇인가.
농업기술진흥원이 혁신 기술을 현장에 잘 적응하도록 공급하는 곳이라면 농협은 기술을 들고 현장을 누빌 수 있는 전국 최대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 초기 기업들은 농가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검증하며 사업화 기회를 넓히고 농민들은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생태계가 열릴 것이다.
김성배 기자·사진 이의종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