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삼전닉스 2배 ETF’ 상폐해야 시장이 산다
국내 주식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증시 불안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부각됐다.
시장 활성화 기치 아래 도입된 상품이 오히려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을 고갈시키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회복하려면 이들 상품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파생상품 시장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리밸런싱의 늪,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기계적 매매 매커니즘
레버리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ETF는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하고 변동성을 키운다. 상품 구조상 운용 과정에서 매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는 기계적 매매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면 자산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는 배율 유지를 위해 헤징 과정에서 주식을 더 급하게 매도해야 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를 때는 추격 매수에 나서야 한다. 하락이 추가 매도를 부르고, 이것이 다시 폭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도와야 할 상품이 도리어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는 파생상품 시장이 현물 시장을 흔드는 전형적인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다. 이 ETF 상품은 만기가 없어 일반적인 파생상품과 차이가 있지만 상품 구조에 파생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매일 수조원의 자금이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헤징 물량으로 쏟아지면서 기업 가치나 실적과 무관하게 수급만으로 주가가 요동친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글로벌 숏트레이더(공매도 및 하락 베팅 세력)들의 정밀한 타깃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공격 수법은 매우 교묘하고 치명적이다. 글로벌 숏트레이더들은 먼저 해외 야간선물시장이나 개장 직후 파생상품 시장에서 의도적으로 대규모 하락 압력을 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일정 임계치 이하로 떨어지면 레버리지 ETF 펀드와 유동성공급자(LP) 시스템은 배율 유지를 위해 자동적으로 현물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스탑로스’를 누를 수밖에 없다.
숏트레이더들은 이 기계적이고 필연적인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는 시점을 정확히 겨냥해 미리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해 두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매물로 주가가 추가 폭락하면 밑에서 싸게 받아 청산(숏커버링)하며 막대한 차익을 챙긴다. 국내 대표 기업의 주가 변동성 자체를 자본의 힘으로 강제 유도하는 파생 연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증시의 대들보들이 투기 세력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처럼 정밀한 헤지펀드 등의 공격이 가능한 초고위험 상품임에도 진입 장벽은 지나치게 낮았다. 금융당국은 단 몇 시간의 온라인 사전교육 이수와 기본예탁금 조항만으로 누구나 이 매매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제도를 허술하게 설계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까지 사실상 투기판으로 내몬 꼴이다.
사태가 악화할 때까지 당국은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위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출시를 막았어야 했다”고 정책 실패를 자인했는데 지금부터라도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어떤 정황과 허점 속에서 이 상품이 승인되고 도입되었는지 그 전모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충격 완화 대책 세워 단계적 상장폐지 위한 출구전략 시작할 때
결론은 명확하다. 시장을 교란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ETF를 상장폐지해야 시장이 산다. 다만 급격한 강제 상패에 따른 단기 충격을 줄일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당국은 즉각 해당 상품의 신규 매수를 중단하고, 기존 투자자에게 충분한 자산 정리 기간을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LP들의 매물 충격을 흡수하도록 연기금과 증시안정펀드를 완충재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매물이 몰리는 시기에는 현물과 파생상품의 일일 변동성 완화장치(VI) 기준을 한시적으로 강화해 뇌동매매나 투기적 매매를 차단해야 한다. 국내 증시의 근간과 국민 자산을 담보 잡는 비정상적 구조는 끝내야 한다.
왜곡된 시장에서는 우량 기업도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 당국은 여러가지 문제들을 검토한 뒤 단계적이고 안전한 상장폐지의 출구전략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곪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야 자본시장이 살아나고 진정한 밸류업이 시작된다.
안찬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