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저평가된 우량주 살 때”
FT “10년에 한번 올 글로벌 매수 기회” … 시장 대비 30% 할인
샤르마 회장은 우량주를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고, 부채가 적으며, 이익 변동성이 낮은 기업으로 정의한다. ROE는 기업이 투자받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으로 전환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우량주는 선진국 시장에서 전체 시장 대비 약 10%포인트, 신흥국에서는 17%포인트 뒤처지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부진을 겪었다. 반대로 적자·고부채 기반 기술주의 급등으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가며 우량주가 이례적으로 소외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주식부터 금까지 모두 비싸 보인다”며 시장에서 한발 물러섰고, 다른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이 낮은 현금을 쌓으며 방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샤르마 회장은 “이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방법이 있다”며,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우량주 투자를 제시했다. 단순히 우량주 ETF를 매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는 “지금 진짜 기회는 가장 비싼 종목을 과감히 제외한 엄선된 우량 포트폴리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선진국·신흥국 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새로운 선별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MSCI 우량 기준에서 수익성 지표를 더욱 강화하고, 이익 성장률을 추가해 기업의 장기 성장 능력을 점검했다. 이어 소형·저유동성 기업,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 과도한 스톡옵션 지급 등 ‘경고 신호’가 있는 기업을 걸러냈다. 마지막으로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과 선행 PER로 가격 적정성을 다시 따져 고평가된 빅테크 상당수를 제외했다.
이 과정을 거치자 약 400개 기업이 ‘저평가된 우량주’로 선별됐다. 이 중 미국 기업이 약 140개, 홍콩 상장 중국 기업이 40여개였으며 영국·브라질·인도 등에서도 다수의 후보군이 확인됐다. 섹터로 보면 산업재 비중이 20% 이상으로 가장 컸고, 금융과 소비재가 뒤를 이었다. 이는 우량주가 기술·IT에만 쏠려 있다는 통념과 달리, 전통 제조업·금융·소비 분야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는 의미다.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 대형주만 따로 추린 ‘톱30’ 리스트에는 록히드마틴(LMT), CVS헬스(CVS), 테스코(TSCO.L), 아스트라제네카(AZN), 퍼스트랜드(FSRJ.JO), 레노버(0992.HK) 등이 포함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런던 외에도 나스닥에 상장돼 있어 접근성이 높다.
이들 기업의 평균 ROE는 19%로 시장 전체(11%)를 크게 웃돌며, 현금흐름도 풍부해 배당수익률 또한 지수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시장 대비 약 30% 할인된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런 할인 폭은 닷컴버블 말기 이후 처음이다.
FT는 이러한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할 때 이 우량주 집단이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거의 15%의 절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금·채권·현금 등 다른 자산군의 기대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무엇보다 AI 거품이 꺼질지 여부와 상관없이 가능한 수익이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샤르마 회장은 “시장의 투기적 열기가 가라앉으면 결국 실적과 재무가 탄탄한 기업으로 자금이 돌아오게 된다”며 “지금의 가격 왜곡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