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상승 속 재산세 부과액 11.7% 증가
서울시 7월분 2조6387억, 전년대비 껑충
과세주택 393만건, 1주택자 부담은 완화
서울시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재산세를 부과했다. 공시가 상승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금은 늘었지만 집값 안정을 위한 해법을 놓고는 정부와 서울시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규제를 앞세운 정부와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서울시의 정책 차이가 갈수록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15일 주택과 건축물 등에 대한 올해 7월분 재산세 2조6387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2763억원(11.7%)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주택분 재산세는 1조95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0% 늘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이 세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465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3093억원, 송파구 283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재산세 부과 대상 주택은 393만건으로 지난해보다 5만7000건 증가했다. 특히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한 주택은 149만건으로 14% 이상 늘면서 고가주택 밀집 지역의 세 부담이 증가했다.
이번 재산세 증가는 지난 3월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67%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실화율은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분이 공시가격에 반영되면서 재산세도 함께 뛰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행정 부담의 기준이 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체감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상승이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등은 공시가격이 조세와 복지, 부담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만큼 시장 상황과 정책 방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한다. 결국 올해 재산세 증가는 지난해 집값 상승의 결과이자 현재 부동산 정책 환경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방향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는 등 수요 억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 규제를 통해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시장 안정 대책도 잇달아 검토하며 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정상화와 신규 주택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기 금융 규제로는 서울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신속한 공급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시각 차이는 최근 공개 행보에서도 드러났다. 오 시장은 최근 국무회의에 참석해 서울시 입장을 설명하려 했지만 충분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그는 별도의 ‘일타강사’ 형식 부동산 정책 설명회를 열어 정부 대출 규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공급 확대 필요성을 직접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 브리핑에서도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정책과 공급 확대 계획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앙정부 회의에서 전달하지 못한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직접 설명한 셈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온도차는 개별 정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운영, 재건축 규제 완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활용, 도심 주택 공급 방식 등을 놓고 양측은 크고 작은 이견을 보여 왔다. 최근 그린벨트 활용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정부는 시장 안정과 공공성을, 서울시는 공급 확대와 지방정부의 정책 자율성을 각각 강조하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금과 대출, 공급 정책이 동시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규제와 공급이 엇박자를 낼 경우 시장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 부담은 이미 현실이 됐고 이제 시장은 앞으로 어떤 정책 신호가 이어질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