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호출산제 시행 2년, 남아있는 책임

2026-07-16 13:00:0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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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겨울 태어난 은서는 생후 13일 만에 위탁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찾았다. 보호출산제를 통해 안전하게 출생한 뒤 관할 가정위탁지원센터의 노력으로 신속하게 보호가 이뤄진 아동이다. 친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위탁가정의 진심 어린 돌봄 속에 은서는 또래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을 보장하기 위해 2024년 7월 19일 도입됐다. 부모가 직접 양육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에서 친생 부모의 정보 없이도 아기를 국가 보호 체계로 편입·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고 있다. 이렇게 태어난 아동은 친가정 양육이나 입양,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로 연계되었을 때 보다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출생 후 최소 36개월 간 아동의 발달과 성장에 있어 가정환경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아동복지법, 정부의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도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가정형 보호 우선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과 다른 ‘가정형 보호 우선 원칙’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6년 4월까지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은 189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가정과 유사한 환경인 위탁가정에서 자라는 아동은 58명에 그쳤다.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가정형 보호 우선 원칙’은 입양을 1순위로 하고, 입양이 확정되기 전이나 입양이 여의치 않은 경우 가정위탁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호출산 아동의 60% 이상은 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형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위탁가정에 대한 지원 부족이다. 가정위탁제도는 현재 전국 단위가 아닌 시·군·구 단위로 관리되고 있기에 지역 간 지원 편차가 커 위탁가정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가정위탁제도를 국가 관리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 전국 단위의 관리와 지원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진 못한 상황이다. 결국 제도의 빈틈에서 발생하는 부담은 위탁부모들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모의 출산 지원을 중심으로 설계된 법과 제도 또한 가정형 보호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지점이다. 현재는 태어난 아동에 대한 의료적 결정을 누가 내려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비급여 정밀검사나 치료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오롯이 위탁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게다가 보호출산 아동은 임시신생아번호, 사회보장 전산관리번호, 주민등록번호 순으로 식별번호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기록과 예방접종 이력이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아 진료 자체를 받기 어렵거나, 필요한 접종을 제 때 맞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 역시 결국 가정형 보호에 나선 보호자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게 된다.

위탁가정 지원 늘리고 법·제도 개선해야

보호출산제는 위기에 처한 산모와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아동의 입장에서는 친부모의 돌봄이 끝나고, 비로소 사회적 돌봄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아이들을 성장 환경의 차별 없이 보호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리고 이 지표를 증명해 낼 사회적 책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마련해 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박수봉 초록우산 임팩트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