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FOMC “전쟁발 인플레 위험 경계”…금리 인상 대응 언급
고유가에 따른 물가 충격 점차 가시화 …불안정한 휴전에 물가 상승 부담 여전
고유가에 따른 물가 충격이 점차 가시화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동전쟁 발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계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협상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유가가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물가 상승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급등, 물가의 핵심 변수 = 8일(현지시간) 공개된 3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둔화에 있어 추가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하며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다수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과정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아울러 정책 경로와 관련해 다수 위원들은 물가가 예상대로 하락하면 금리인하가 적절하다고 밝혔지만, 일부는 최근 물가 지표를 고려해 인하 시점을 늦췄다고 발언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의 목표치 상회가 장기간 지속되면 금리 목표 범위를 높여야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이에 일부 위원들은 향후 통화 정책 결정과 관련해 인하와 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양방향 설명’을 성명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모든 참석자는 통화 정책이 사전에 정해진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며, 매 회의 시점의 데이터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월 회의 당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한 위원이 제한적이었던 것과 비교해, 최근 전쟁 발발 등의 여파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위원들은 고용 시장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균형 상태에 있다고 보면서도,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중동 전쟁 장기화가 기업 심리를 위축시켜 채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로이터 통신은 3월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중동 분쟁이 얼마나 연준을 상반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목표와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두드러지게 했다고 전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표 주목 = 고유가에 따른 물가 충격은 점차 가시화되는 가운데 시장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3월 소비자물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시장 예상치는 전월 대비 1.0%, 전년 동월 대비 3.4%로 급등할 전망이다. 관세 충격에 이어 고유가 여파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재차 3%대에 진입하면서 지난 2024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발표 예정인 4월 미시간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4%로 3월 대비 0.6%p 상승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된 3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를 보면, 하위지수 중 하나인 물가지수는 70.7로 전월 대비 7.7포인트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한 달 오름폭으로는 13년여 만에 가장 컸다. 지난 1일 발표된 같은 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도 물가지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78.3으로 7.8포인트 상승,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ISM이 조사한 제조업 및 서비스업 물가지수가 동시에 ‘70’을 웃돈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금융시장, 신중한 접근 필요 = 문제는 휴전이 됐다해도 완전한 종전 합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피하면서 향후 전쟁 향방에 대해 낙관론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양측의 요구 조건이 합치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전쟁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실제로 에너지 공급량이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 타임즈 등 다수의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는 긍정적 소식이지만 구체적 이행과 관련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유가 안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일 글로벌 증시가 급등하는 등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전반에서 위험선호 회복이 예상되나, 유가의 경우 단기간 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는 어렵다는 시각이 다수다. 블룸버그는 “오늘 유가 하락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안도에서 비롯됐지만, 신뢰할 만한 출구전략이 제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원유시장의 전쟁 프리미엄도 수개월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원유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정제 시설 가동 중단으로 인해 필요한 공급량을 회복하는 데는 여전히 수개월이 소요됨에 따라 항공유 가격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2주라는 불확실한 시간을 맞이한 가운데 협상 관련 뉴스에 따른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여부가 협상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