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변수’ 돌출 … 흔들리는 종전협상
트럼프 ‘낙관’하지만 휴전붕괴 가능성도
군사충돌·경제압박·종전협상 동시 작동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레바논 전선의 군사 충돌이 격화하며 협상 판 전체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휴전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공개 발언을 통해 미국을 향해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공습을 지속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미국이 그가 외교를 파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직격했다. 이는 전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이 휴전을 깨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내부 정치 상황까지 거론했다. 그는 네타냐후의 부패 재판 재개를 언급하며 “전면 휴전은 그의 수감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 지속이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공방을 넘어 레바논 전선이 종전협상의 ‘폭발성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휴전합의에서 레바논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둘러싼 해석 차이는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장 상황은 이미 임계점에 근접해 있다. 레바논에서는 최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섰으며, 구조대원까지 공격 대상이 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남부 지역 공습을 이어가는 동시에 베이루트 일부 지역에 대피 명령까지 내리며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수위를 낮출 것”이라며 “더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이스라엘이 일정 수준 자제하기로 했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상황과는 괴리가 크다.
‘말과 행동의 간극’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공격으로 확대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레바논 남부에서 사실상 ‘초토화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당국과 언론은 레바논이 휴전 범위에서 제외될 경우 대응에 나설 수 있으며 필요하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이란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해협 통제 강화를 공식화하며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군사 대응을 넘어 협상 전반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결국 현재 상황은 세개의 축이 동시에 충돌하는 양상이다. 첫째,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군사충돌. 둘째, 이란의 해협 통제 및 경제적 압박. 셋째,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다. 더욱이 세요소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하나의 균열이 전체 협상 구조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레바논 전선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이란의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발언과 달리 레바논 전선에서의 군사 행동과 이란의 강경 대응이 맞물리며 협상 환경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첫 회담은 종전의 출발점이냐, 휴전 붕괴의 기점이냐를 가를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