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26척 탈출 ‘미국 변수’추가
이란에 통행료 주고 나오면 미국 2차 제재
선사·정부, 갇힌 선원들 심리상담센터 운영
미국이 미 동부시간으로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해 봉쇄조치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 갇힌 우리 선박 26척 등의 탈출에 미국의 ‘역 해상봉쇄’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선박 탈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와 선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13일 복수의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은 “미국과 이란 양국의 협상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통항 가능한 때가 되면 신속히 빠져나오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선사들은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현지 선원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HMM 관계자는 “현지 승무원들 대상으로 원격 심리상담지원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해협 안쪽에는 HMM(5척) 장금상선(5척) 등 15개 한국선사들의 선박이 갇혀 있다.
해수부와 선사들에 따르면 13일 오전 현재 선원들 교대나 선박 내 선용품 공급 등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3~4명의 선원 교대가 이뤄졌고, 미국의 해상봉쇄 예고 이후에도 생수 식량 등 선용품 보충이 진행됐다. 승선기간이 끝난 선원의 교대 과정에서 배에서 내리는 선원 뿐 아니라 선박에 탑승하는 선원도 있다.
HMM 측은 “ 인력관리 담당 직원들이 승무원들과도 소통하며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하선을 원하는 승무원들은 없다”고 전했다.
미국이 단행할 ‘역 해상봉쇄’는 이란에 통행료를 내고 나올 선박에 대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우려를 낳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금융기관·정부 등에게도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을 공해에서 찾아내 차단하라고 우리 해군에게 지시했다”며 “불법 통행료를 지불한 누구든 공해상에서 안전한 항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란에 돈을 내고 해협을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던 선사들도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안된다는 쪽으로 명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2차 제재에 대한 공포는 최근 해협을 빠져나온 일본 정부와 선사 반응에서도 감지된다. 일본은 3일 미쓰이상선 소속 선박 2척이 해협을 빠져나온 뒤 즉각 정부차원에서도 선사차원에서도 이란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란은 해협을 열어도 미국·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에 대한 봉쇄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은 이란에 통행료를 낸 선박에 대한 제재를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박정보가 안전 통항의 주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공격받은 사례도 있어 정확한 선박정보를 발신하는 것도 항행 안전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덴마크 선사 머스크가 용선한 선박이 이란에 피격당했는데 이 선박은 과거 이스라엘 선사인 짐(ZIM) 소유여서 이란측이 선박정보를 오인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