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도 떨지않는 중국
초대형 LNG 탱크 6기 구축
공급망 다변화 전략 눈길
미국과 이란의 협상실패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다시 제한되면서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재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사전에 구축해온 대규모 천연가스 비축 시스템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1천만 가구 8개월분 가스 소비량 비축 = 뉴욕타임즈는 최근 ‘중국은 어떻게 방대한 천연가스 비축량을 구축했는가’ 제하의 기사에서 이러한 현상을 분석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옌청에는 20층 건물 높이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6기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가스앤파워는 총 250만㎥의 저장용량이 1000만 가구의 8개월간 가스 소비량을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천연가스뿐 아니라 석탄 식량 희토류 등 주요 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비축해왔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지상 저장시설 기준 세계 최대 규모를 확보하며, 중동발 공급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왔다.
실제로 중동전쟁 여파로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가스 부족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중국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응은 단순한 비축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해상운송 의존도를 낮췄고, 석탄 기반 화학공정을 통해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산업구조도 일부 확보했다. 여기에 수압파쇄 기술 등을 통해 지난 10년간 자국내 천연가스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이러한 다변화 전략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국 전체 가스소비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입비중은 6.9% 수준이다. 이는 중동 해상수송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에너지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위기시 대체 연료 투입 가능 = 전력구조 역시 충격흡수 능력을 높였다.
중국은 전체 전력생산에서 천연가스 비중이 약 4%에 불과해 필요시 석탄이나 재생에너지로 대체 가능하다. 최근 따뜻한 겨울로 난방수요까지 감소하면서 단기적인 수급 부담이 더 완화된 상태다.
특히 중국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저온 LNG를 대형 지상탱크에 저장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했다.
천연가스는 기체이기 때문에 저장이 어려운 자원이다. 가장 수월한 방법은 이를 지하에 저장하는 것으로, 소금 동굴이나 대도시 인근의 고갈된 천연가스전(유전)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중국은 방대한 인구 규모에 비해 이러한 동굴과 가스전이 부족하다.
이에 중국은 초저온으로 냉각한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만들어 지상 저장탱크에 대량 저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난해 12월 자사가 최대 규모의 LNG 저장탱크 18기를 건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저장규모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저장된 LNG는 영하 162도에서 액체 상태로 유지되며, 기화시 부피가 600배로 팽창하는 특성을 활용해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중국정부는 필요시 비료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천연가스 수요를 조절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 다양한 방안 동시 추진해야 = 중국의 이러한 대응 전략은 한국 에너지안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LNG발전 비중이 높고, 수입의 상당부분을 중동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구조다. 또 국내 전력 도매가격(SMP)이 LNG 발전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가스가격 변동은 곧 전력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비축 △파이프라인 기반 공급 다변화 △연료 대체 가능 산업구조 △낮은 가스 발전 비중이라는 복합적 안전장치를 구축해왔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역시 수입선 다변화를 넘어 전략비축 확대와 에너지믹스 구조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며 “LNG 저장 인프라 확충과 함께 재생에너지·원전 비중을 높여 외부충격 흡수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