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 성장률 3.1%로 내리면서 한국 1.9% 유지
중동발 ‘에너지 쇼크’와 ‘호르무즈 봉쇄’가 가두는 저성장 굴레 경고
26.2조 ‘선제적 초과세수 추경’이 완충제 역할 … “민생안정에 총력”
국제통화기금(IMF)이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전쟁의 그늘’이 드리운 글로벌 경제상황을 경고했다. 특히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는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다만 IMF는 중동전쟁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그대로 유지했다.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대응과 석유최고가격제 시행 등 한국 정부의 발빠른 대응에 일단 긍정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MF의 경고 = 14일 IMF는 4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 대비 0.2%p 하향한 3.1%로 수정 발표했다.
특히 IMF가 보고서 부제를 ‘전쟁의 그늘 속 세계 경제(Global Economy in the Shadow of War)’로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중동전쟁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며 세계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또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며 전 세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4%로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그늘이 세계경제 성장률도 낮출 것이라고 봤다. 특히 유로존(1.1%)은 누적된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하향 조정됐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은 에너지 수출 차질로 성장률이 1.9%까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은 1.9%의 성장 전망을 유지하며 선진국 평균(1.8%)을 조금 상회했다. 이는 전쟁 리스크가 성장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성장률 하락을 방어한 결과로 평가된다. 여기에 반도체 등 수출 호조세도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 최근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는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실존적 위협이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이 길목이 막히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69.1%에 달한다. 에너지 수급 불안은 즉각적인 환율 상승과 수입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IMF는 전쟁 영향이 2026년 중반까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1IMF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는 ‘악화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성장률이 2.5%까지 떨어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5%대를 웃돌 것으로 봤다. 더 나아가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가 110달러 이상에서 고착화되는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2% 수준으로 추락해 사실상 글로벌 경기침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용정책 총동원해 대응 = 우리 정부는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며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초과세수를 활용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최대한 빠르게 집행해 취약 계층 지원과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 경제의 파산을 막기 위한 긴급 수혈 성격이 강하다.
재정 투입과 동시에 정부는 세원 잠식을 막고 조세 정의를 세우기 위한 고강도 검증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사업 운영 자금으로 빌린 ‘사업자 대출’을 주택 취득에 유용한 의심 사례에 대해 전수 검증을 실시한다.
IMF는 높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취약 계층을 타깃형으로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또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한 일시적 시장 개입과 국제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한국 경제 역시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규제·기술 혁신 등 구조 개혁 노력을 지속할 것을 주문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