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 협상은 이어지는데, 호르무즈 다시 닫혔다

2026-04-19 15:23:12 게재

미·이란 2차 회담 앞두고 “순조롭다” “아직 멀다”

“호르무즈 재봉쇄” vs “공해상 이란 선박 나포 준비”

호르무즈 해협 긴장 속 컨테이너선 항해
18일(현지시간) 이란 케슘섬 인근 호르무즈 해협 해역에서 컨테이너선이 항해하고 있다. 케슘섬은 이란 남부 해안 바로 앞에 위치한 페르시아만 최대 섬으로, 해협 입구를 내려다보는 전략적 거점이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파키스탄을 통한 막후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재봉쇄와 선박 피격이 잇따르며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낙관론을 폈지만, 이란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최종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맞섰다. 협상장 밖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와 이란의 해협 통제 강화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중동 정세는 외교 트랙과 군사 트랙이 동시에 움직이는 불안정한 교착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국면의 출발점은 지난 11∼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미·이란 종전 협상이다. 양측은 2주 휴전안을 토대로 종전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후 협상의 ‘키맨’으로 꼽히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15일 테헤란을 방문해 미국의 새 메시지와 2차 협상 계획을 이란 측에 전달했고,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18일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이를 검토 중이며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차 협상이 결렬됐어도 협상 채널 자체는 끊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은 낙관론, 이란은 신중 모드= 미국 쪽에서는 낙관론이 먼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꽤 잘 풀리고 있고, 실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호르무즈 재통제에 대해 “그들은 해협을 다시 폐쇄하길 원했다”, “그들은 좀 교묘하게 굴고 있지만 우리를 협박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오늘 중으로 몇몇 정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 협상 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하루 이틀 내 합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매우 강한 낙관론을 드러냈다.

같은 날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재봉쇄와 종전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베센트 재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특사, 존 랫클리프 CIA 국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CNN도 이날 오전 이들 고위 인사들이 백악관에 잇따라 도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전망을 띄우는 동시에, 실제로는 휴전 만료를 앞두고 외교·군사 선택지를 모두 저울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란이 내놓는 메시지는 훨씬 신중하다. AFP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19일 새벽 이란 국영 TV 연설에서 “우리는 최종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에서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견이 존재하고 몇 가지 근본적인 쟁점들이 남아 있다”고 말해 미국과의 간극이 여전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휴전 배경에 대해서도 “우리가 전장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휴전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도 18일 성명에서 1차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미국의 “새로운 과도한 요구”를 거론했다. SNSC는 “적이 과도한 요구를 철회하고 전장의 현실에 맞는 요구를 제시할 경우 재개될 것”이라고 밝혀, 다음 회담의 전제 조건을 사실상 제시했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의 “조건부·제한적 개방”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SNSC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통제, 허가권은 이란군에 있고 통과 선박은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따라야 한다”며 “보안, 안전, 환경보호 서비스와 관련한 비용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항료와 항로 통제권을 공개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협상 카드로, 미국은 금융 압박 병행= 호르무즈를 둘러싼 기싸움은 17일과 18일 사이 급격히 격화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7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일시 해제한다고 발표했고, 그 직후 유조선 10여 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18일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통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재봉쇄를 선언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이날 오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 1척이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고속공격정의 공격을 받았고, 또 다른 컨테이너선도 불상의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

해운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18일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닫혔다. 선박들은 통과할 수 없다”는 이란 해군의 무전을 받았다. 선박 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은 이들 선박이 인도 선적이며, 인도로 향하던 중 혁명수비대에 의해 되돌아가야 했고 이 과정에서 발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 척은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초대형 원유운반선이었다. 인도 외무부는 자국 선적 선박에 대한 발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란 대사를 초치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해협의 재개방 자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란 군부는 17일 일시 개방 뒤에도 실제로는 “사전에 협의된 제한된 수의 유조선과 상선”에만 통로를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선박 추적 자료상 17∼18일 해협을 지난 배들도 대부분 서방 외 국가 선적의 노후 선박이거나 제재 대상 선박들이었다. 이란 측이 제시한 ‘조정된 통로’를 이용한 선박만 부분적으로 통행을 허용한 셈이다. 반면 미국은 이런 조건부 통과를 사실상의 재개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응도 더 강경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미군이 며칠 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세계 곳곳의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나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미 16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가 호르무즈 주변뿐 아니라 “태평양 작전구역 같은 다른 작전구역에서 이란 국적 선박이나 이란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모든 선박을 적극적으로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회피용 ‘암흑 선단’, ‘그림자 선단’, ‘유령 선단’도 추적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상 조치와 함께 금융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15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을 선언했고, 같은 날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의 석유 해외 판매 네트워크와 관련 선박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이 외교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해상·금융 봉쇄를 동시에 확대하는 ‘협상+압박’ 병행 전략을 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국 외교·군사 트랙 동시 가동 =이처럼 현재 판세는 두 개의 트랙이 동시에 돌아가는 구조다. 외교 트랙에서는 파키스탄이 미국의 새 제안과 2차 회담 계획을 테헤란에 전달하며 후속 협상 가능성을 살리고 있다. 트럼프는 “협상이 순조롭다”고 말하고, 백악관은 “오늘 중 정보를 받게 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을 통해 모종의 진전을 암시한다. 반면 이란은 “최종 합의와는 아직 멀다”, “여전히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고 선을 긋는다. 군사 트랙에서는 미국이 이란 선박 봉쇄와 공해상 추적 확대를 준비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재봉쇄와 제한 통항, 선박 공격으로 맞선다.

결국 2차 협상을 앞둔 현 국면은 “협상은 계속되지만 해상 긴장은 다시 격화되는” 이중 구조로 요약된다. 양측이 파키스탄을 통해 막후 접촉을 이어가며 종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협상 진전을 낙관하는 미국과 “아직 멀다”고 보는 이란의 인식 차는 여전히 크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과 재봉쇄가 하루 간격으로 뒤집히며 협상 판 전체를 흔드는 최대 압박 수단이 되고 있다.

다만 현재 흐름상 전면전이 곧바로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과 이란 모두 2차 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고, 실제 물밑 접촉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휴전 시한은 미국 동부시간 21일, 이란 현지시간 22일로 다가오고 있다. 남은 며칠 안에 2차 회담의 날짜와 장소, 최소한의 의제 틀이 정리된다면, 지금의 군사·해상 긴장은 ‘휴전 연장과 후속 협상’을 위한 막판 압박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금 중동은 평화가 온 상태가 아니라, 전면전 재개를 피한 채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관리된 긴장 국면’에 들어가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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