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9년 만에 중국 국빈방문
14일 시진핑과 관세·대만 문제·공급망 협상 … 이란 종전 교착 속 중국 역할 주목
이번 방중의 하이라이트는 14일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회담과 확대 회담, 업무 오찬, 톈탄 공원(천단) 공동 참관, 국빈 만찬 등 최소 6차례 일정을 함께하며 무역과 안보 현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양자 정상회담을 넘어 관세전쟁과 공급망 경쟁, 이란 전쟁, 대만 문제 등 현 국제질서의 핵심 쟁점을 한꺼번에 다루는 ‘담판’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직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의할 것이 많다”며 “무엇보다 무역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그것에 대해 장시간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가 곧이어 “솔직히 말하면 이란이 주요 의제라고는 하지 않겠다”며 “이란은 우리가 잘 관리하고 있다. 합의를 하거나 그들이 말살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협조 필요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이란 문제로 미국의 협상력이 약화됐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가장 직접적인 현안은 무역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와 첨단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 수출 통제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과 핵심 광물 공급 조절로 대응하고 있다. 양국은 최근 상호 보복 강도를 일부 낮추며 ‘관세전쟁 휴전’ 상태에 들어갔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적자 축소와 미국 기업에 대한 시장 접근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철회와 기술 제재 완화,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란 문제 역시 이번 회담의 최대 변수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7일부터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 제한과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재개방, 전후 안전보장 문제를 둘러싼 종전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영구 포기하고 국제 사찰을 수용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적 영향력을 활용해 테헤란을 압박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자 이란의 핵심 외교 파트너로서 미국이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다.
이란도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압둘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주중 이란 대사는 “영구적인 전쟁 종식, 안정적 휴전 체제 구축, 해상 봉쇄 해제, 이란의 정당한 권리 존중”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밝혀 왔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란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문제 역시 주요 의제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받기를 원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수준까지 중국의 요구에 호응할지가 향후 양안(兩岸) 정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공급망 안정과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중이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할 경우 관세전쟁 완화와 함께 원자재·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의 연내 미국 방문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이를 수용할 경우 두 정상은 하반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를 포함해 추가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기치 않은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현재까지 관련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으며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